잔머리 굴리기(펌)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뭐가 다른가

moonbeam 2014. 6. 15. 17:05


무엇이 발코니이고 무엇이 베란다일까? ⓒ조원용

                            

※ 대중과 건축을 소통하도록 돕는 건축 커뮤니케이터 이야기다. 평범한 생활관점에서 쉽게 글로 풀어 쓴 그의 생각과 철학이다.

 

 

조 아저씨의 생활 건축 [2] – 발코니, 베란다, 테라스, 필로티?

 

【조원용 건축커뮤니케이터, 작가】발코니, 베란다라는 단어가 사용된 때는 아파트 생활이 일반화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한참 뒤에는 테라스라는 단어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무엇이 발코니이고 무엇이 베란다일까?

 

둘 다 같은 말 아닌가? 두 단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도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발코니 대신 베란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발코니나 베란다가 우리말이 아니므로 보통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거실과 이어진 바닥은 베란다가 아니라 ‘발코니’다.

 

아랫집 발코니가 윗집의 천장

 

발코니는 주로 거실이나 방에서 바깥쪽으로 내밀어 연장된 바닥을 말하며 다른 말로는 ‘노대’라고 한다. 노대는 위층과 아래층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달렸다.

 

다시 말해 윗집의 노대 바닥이 아랫집 노대의 천장이 된다면 발코니라 부른다. 건물 외부에서 보았을 때 외벽 면이 같은 아파트는 모두 발코니에 해당한다.

 

요즘은 발코니를 확장하여 거실이나 방으로 쓰기 때문에 발코니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발코니는 원래 실내와 구별되어 외부에 달린 별도의 바닥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타루치아 물길 주변으로 건물들이 어깨를 기대고 서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건물이 조금씩 뒤로 후퇴하면서 생기는 바닥을 '베란다'라고 한다. 국기가 걸린 건물 위층에 사람이 서 있는 부분이 베란다다.  ⓒ조원용

 


천장이 없는 바닥 ‘베란다’

 

그렇다면 ‘베란다’는 어디일까? 발코니가 위층과 아래층 모양이 같은 것과 달리 베란다는 바닥만 있고 위층에 구조물이 없는 부분을 말한다.

 

쉬운 예를 들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은 대개 1층이 2층보다 넓다. 이때 2층에서 보면 1층 지붕이면서 2층 외부 바닥인 부분이 있는데 이곳이 ‘베란다’다.

 

베란다 바닥은 대개 외부용 타일이나 방수제로 마감하지만 바닥 방수를 한 다음 바닥용 목재마감을 하기도 한다.

 

스케치된 그림을 보면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필로티에 대한 이해가 쉽다.  ⓒ조원용

 



일부러 만든 바닥 ‘테라스’

 

그럼 ‘테라스’는 어디일까? 테라스는 발코니나 베란다가 건물 일부분인 것과 달리 건물 외부에 낮게 깔린 ‘일부러 만든 바닥’을 말한다.

 

아무리 넓어도 건물 2층 이상에서 바닥은 ‘베란다’거나 건물의 ‘옥상’이 된다. 발코니, 베란다, 테라스는 건축공간과 사람 사이에서 중요한 매개 공간 구실을 한다.

 

완전히 실내도 아니고 완전히 외부도 아닌 반 내부, 반 외부 공간으로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생활의 다양함과 행태의 자유로움을 부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건물 2층 이상에 있다면 실내에서 외부로 바로 나가기 어렵지만 발코니에서 바람을 쐬거나 햇빛을 만끽할 수도 있다.

 

흙을 밟지 않고도 건물 바깥으로 나와서 테라스에서 차 한 잔을 즐기거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매개 공간이 많을수록 건축은 흥미로워지며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삶은 더욱더 풍요로워진다.

 

 

사진 오른쪽의 하부공간을 필로티라고 한다. 기둥으로 지지했지만 벽이 없으니 실내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비가 내려도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외부공간도 아니다. 이를 '반외부 공간'이라고 한다. 건물 왼쪽으로는 기둥이 없어 튀어나간 부분이 있는데, 이를 '캔틸레버'라고 한다. 구조상 불안정해 보이지만 이를 극복한 기술력이 놀랍다.  ⓒ조원용

 

 

 

한옥의 처마 밑, 필로티

 

대표적 반 외부 공간인 ‘필로티’는 한옥의 처마 밑 공간과 같은 구실을 한다. 건물 1층은 외부 공간이고 2층 이상부터 건축이 있는 곳을 필로티라 한다.

 

필로티는 분명히 외부 공간이지만 비가 내려도 비를 맞지 않고 외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한옥에서는 처마 밑에 메주도 말리고 곶감도 걸어놓는다.

 

이는 처마가 없는 유럽식 주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건축을 하지만, 건축이 사람의 생활과 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평당 단가로 인해 사라지는 반 외부 공간들

 

새마을운동을 했던 1970년대처럼 경제 논리로만 집을 짓는다면 반 외부 공간은 거의 만들지 않을 것이다.

 

초가지붕의 넉넉했던 처마를 뜯어내고 슬레이트로 지붕을 덮으니 처마 길이가 20~30cm밖에 되지 않아 삽 한 자루도 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반 외부 공간은 대부분 건축법상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반 외부 공간을 시공하느라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데도 법적으로는 면적에 포함되지 않으니 이른바 평당 단가가 반 외부 공간이 거의 없이 지어지는 집보다 훨씬 높아지고 만다.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는 건축가가 좋은 개념으로 설계하는 집이 평당 단가로만 따져서 비싼 것처럼 오인되기도 한다.

 

오늘날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예전보다 조금씩 낮아지는 것 같다.

 

자신과 가족을 위한 독립적인 주택을 원하는 분들은 좋은 건축가를 만나 삶의 방식과 생활주기를 고려한 주택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이미 지어진 공간에 자기 삶을 맞추기보다는 평생 단 한 번이라도 나와 가족을 위해 맞춤공간을 지어보는 것이 어떨까?

 

진정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조원용 작가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