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그리고 멋(펌) 193

“수입은 기부, 시신은 기증, 어른 대접은 사양합니다” 할머니의 인생수업

70세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사진=고운호 기자 성경은 지난 2천년간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이웃을 네 목숨처럼 사랑하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더 삐딱해지고 세상은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였다. 날이 갈수록 예수는 멀고 원수는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닫아줄 좋은 어른을 갈구했다. 코로나와 내전으로 한층 풀죽은 지구공동체의 모퉁이에, 어느날 산전수전 다 겪고도 찌들지 않은 상큼한 할머니가 나타났다. 작전명 ‘밀라논나(밀라노 할머니라는 뜻)’. ‘차오, 아미치(안녕, 친구들)’라는 인삿말로 동서양과 세대의 경계를 경쾌하게 허물어뜨린 이 유니크한 노인 앞으로 젊은이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유튜브 세상에 벼락처럼 떨어진 축복, 밀라논나(구독자 88만명). 말로 주장하지 ..

"더 힘든 사람 돕고파"…피자 아저씨와 부녀 뒷얘기

어려운 형편 속에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딸의 생일날 피자가게 사장님으로부터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다는 소식 전해드렸지요. 그 뒤로 후원도 이어졌는데, 아빠와 7살 딸은 도움이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그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며 또 한 번 온기를 나눴습니다. 신정은 기자입니다. 아빠 김수한 씨는 피자를 선물한 사장님의 고마운 마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제보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김 씨 부녀를 돕고 싶다는 연락이 쏟아지자 무척 당황했습니다. 오늘(23일)은 다시 부녀를 만나러 갑니다. 사실 아버님은 물품 후원을 사양을 하셨는데, 회사를 통해서 들어온 몇몇 후원 물품들이 있어서 일단 여기까지 저희가 조금 전달해 드리려고 가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아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로 크길 바라요.] 김..

상금 4억원은 아프리카에···내 옷값은 1달러---케냐·말라위 30년 백영심 간호사

1990년 9월,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당시 28세이던 백영심 간호사가 아프리카 케냐로 의료 선교를 떠나던 날이었다. 돌아올 날은 정해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공항 바닥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백 간호사는 2남 4녀 중 셋째 딸. 제주 조천읍 함덕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제주에서 마쳤다. 자식을 육지로 내놓는 일만 해도 조마조마했는데, 그 귀한 셋째 딸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로 간다니···. 백 간호사를 아프리카로 파송했던 한국 교회조차도 그가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 처음엔 정식 선교사 월급 대신, 교회 청년들이 모아준 300달러(약 36만원)와 병원 퇴직금을 가지고 떠났다. 하지만 백 간호사는 아프리카에서 30년을 ‘시스터 백’으로 살았다. 시스터 백은 현지 사람들이 그를 부..

"행복은 신기루, 작은 즐거움으로 슬픔 덮고 살아야" 85세 정신과의사 이근후

50년간 15만명 돌본 정신과의사가 밝힌 ‘행복의 과학’ "원한, 분노, 불안 없앨 수 없어… 작은 재미로 덮어둘 뿐" "임종 체험은 오만한 것, 죽음은 연습 없이 받아들여야" "노인이 청년에게 줄 것은 가르침 아닌 경청" "3대가 같이 사는 독립집합가족… 현관 비밀번호도 비밀에 부쳐" 원본보기 정신과전문의로 50년간 진료하고 학생을 가르친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근후. 30년 넘게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했고 40년 넘게 광명 보육원의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사진=장련성 기자 이화여대 명예교수이자 50년간 정신과의사로 살아온 이근후 선생을 만나러 평창동 가족 아카데미아를 찾아갔다. 그가 쓴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을 읽고 나서다.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을 살아보니'가 100세 시대 인생을 돌..

미국에서 수십억 제안했지만 팔지 않았다./7,000여종의 야생콩을 모은 전남대 정규화교수

▲ 야생콩학자 정규화 그는 평생 우리 산하에서 7000여종의 야생콩을 모았다. ⓒ 민병래 정규화는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아파트를 나섰다. 경비 할아버지가 인사를 먼저 건네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지금 농사지시는 것 같은데, 나도 오래 농사졌어요. 인자 나이도 자셨는데 차라리 경비 일이 어때요? 제 아들이 시내에서 오락실을 하는데 낮에 관리해줄 착실한 분이 필요하대요. 하루 대여섯 시간 일하고 백만 원 넘게 줄 모양이던데..." 매일 밭에서 일하니 정규화의 몰골은 영락없는 주름투성이 농사꾼 그대로다. 게다가 고무신에 밀짚모자 차림이고 차는 14년이나 된 SM5이니 누가 그를 전남대학교 석좌교수로 보겠는가? 그를 딱하게 본 경비의 권유였다. 전남대 농대 교수인 그는 연구실이 아닌 들과 밭에서 우리 야..

마을, 하나의 ‘호텔’이 되다…30년 전 하숙마을 공주의 변신

‘머무는 관광’ 마을을 살린다 공주 봉황동 ‘마을 호텔’의 기적 과거 하숙마을이었던 봉황동 민박·식당·카페 등 연결 서비스 옛골목 벽화...‘작은 재미’ 제공도 “매출 20% 올라 지역활기 기대” 충남 공주시 봉황동 구도심에 있는 한옥을 리모델링해 관광객 숙소로 운영하는 권..

성탄절에도 대리운전 뛰는 목사, 교인들에게 헌금 돌려준 이유

박종배 목사(사진 오른쪽)가 손님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탑승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아기 예수 탄생을 이틀 앞둔 12월 23일, 강원도 강릉시는 초봄처럼 포근했다. 온도계는 영상 10도를 가리켰다. 날씨와 관계없이 성탄절 분위기는 곳곳에서 느껴졌다. 길..

“5년의 침묵…인간에게 희망 있나 회의했다” --- 정태춘,박은옥

5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정태춘씨는 “예술가들이 시대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대중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슬로건을 가지고 혼자 치고 나갈 수도 있다. 예술가들은 대중과 유리되더라도 진정한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군부독재와 싸..

“왕따를 왜 두려워하나…외롭게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다” --- 르네상스적 지식인 박홍규

“육십 평생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건 시골에서 산 거다.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사니까 책도 많이 쓸 수 있었다.”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17일 낮 경북 경산시 압량면 당음리 자택 인근 텃밭에서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경산/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