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405

그림자

바람이 분다.능수버들이야 옳다꾸나 하고 지몸을 맡겨무아지경으로 춤추며 즐기는데내 그림자만은 바위처럼 꿈쩍도 않고내 옆에서 천 년을 보낼 모양이다. 나는 그림자만 남겨 두고바람타고 날아가 꽁무니를 뺄 심산으로요리조리 조심조심 움직여 보는데...그만 바람이 뚝 그쳐 버린다.그림자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더럽고 추악한 내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하는데…나약하고 비겁한 내 그림자를 떼어내야 하는데…그림자를 떼어낼 방법이 없구나...망연자실 그냥 멈춰 서서꺼이꺼이 목놓아 운다.#그림자

미메시스 2025.04.10

亡者의 노래

亡者의 노래床石은 나의 마지막 흔적.허물어진 묏등을 길로 내주니스스로 너른 마음이 되어홀로 편안함을 누린다.이승과 저승은 이미 갈라진 세상오고 갈 수 없음을 깨달으니오지 않는 사람을 탓하지도 않고찾는 이 없음을 한탄하지도 않는다.누워서 보는 하늘은 예전과 다름없고몸 아래 흙은 여전히 부드럽다.바람따라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고풀과 나무와 벗하니 외롭지 않다.보고 듣고 말하던 모든 것은오로지 헛된 욕심에서 나온 것들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천천히 흙과 한 몸이 되어감을 즐긴다. #허물어진묏등 #床石

미메시스 2024.09.09

絶 鳴

絶鳴 絶鳴 그리고 絶命소리는 살아 있음이다.죽음은 소리가 없다.저마다 제소리를 낸다. 아이들의 철없는 소란함나만 옳다고 하는 유치함구름같은 환상만 늘어놓는 허망함어르신들의 되풀이 되는 잔소리어떤 소리라도 들으며 살자. 살아 있음을 느끼고감사하며 받아들이자. #소리 #絶鳴 #絶命 #매미 로그인 또는 가입하여 보기Facebook에서 게시물, 사진 등을 확인하세요.www.facebook.com

미메시스 2024.09.09

시 각

시각 날마다 반복하시는 어머니지하에 사람이 있어요지하에 불 켜요지하에 물 가져와요단순한 헛소리로 치부했다.곰곰 생각해보니아하...항상 누워만 있는 시각에서는발 아래 방문이 있으니그 밖을 지하로 인식했구나...뒤늦게 말뜻을 이해했다.(뱀 다리)시각이 다르면 판단이 달라진다.그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다른 시각을 이해하면 소통의 실마리는 잡을 수 있다.옳고 그름은 이해하고 난 후 소통해서 따져보자.#시각 #판단 #이해 #소통

미메시스 2024.09.09

어머니의 우주

어머니의 우주누워서 보는 천장은어머니의 모든 것.어머니의 우주.네모난 천장 위에 그림을 그리고성경책도 베껴 쓴다.눈도 흐릿하고 귀에 들리지 않아도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뿜어낸다.사람들과 만나서 헤어지고떠오르는 옛이야기 다 털어놓고희미한 기억은 묻기도 하고...텅 빈 공간에 허위허위 손을 내저으며98년 긴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삶을 버리듯모든 것을 다 벗어 던지고온몸을 흥건히 적시고천장을 쳐다보며긴 한숨으로 마무리한다.누워서 보는 천장은어머니의 모든 것어머니의 우주#어머니 #우주 #한숨 #시간과공간

미메시스 2024.08.26

더 위

더 위어머니의 큰 소리‘하이고 덥다. 답답다.’침대 옆에 앉는다.‘날씨가 디게 더운가베...’부채질을 한다.찬 공기를 만드는 냉방기는 말도 안 되고,선풍기 바람은 세서 싫다 하시니...부채를 살살 흔든다.금세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주무신다.어머니도 내가 어릴 적이렇게 부채질을 해주며여름을 나셨겠지.부채바람은 항상 나에게 향하고...냉방기도 없고 자동차도 흔치 않은그 시절로 돌아가우물물에 등목하고 미숫가루 들이마시고 싶다.살랑살랑 흐르는 부채 바람을 다시 맞고 싶다.#부채 #더위 모든 공감:40회원님, Sang-il Oh, 김홍식 및 외 37명

미메시스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