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195

어슬렁 어슬렁

‘철책선을 평화 통일의 둘레길로’를 기치로 내건 퇴직교사 걷기단. 21년에 고성에서 철원, 22년에 철원에서 강화. 올해는 거꾸로 강화에서 철원. 작년에는 참여를 했는데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 시월의 마지막날 철원 국경선 평화학교에서 작은 음악회를 하는데 한 꼭지를 맡아달라는 청이 있어서 철원 가는 길. 약속한 시간이 많이 남아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폭포 둘러 보기. 재인폭포, 비둘기낭, 삼부연...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가는 과정에 여기저기를 삐뚤빼둘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혼자 내맘대로 어슬렁거는 재미. 정말 가을이다. 삶도 마찬가지. 삶의 맨끝이 죽음이라면 무조건 직진만 하지 말고(너무 빨리 가니까ㅎㅎㅎ) 우왕좌왕하며 이리저리 돌아가는 것도 참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어? 그러고..

우왕좌왕 2023.11.02

임청각

공사 중이고 왕복 2차로에 차들은 씽씽 달리고... 한창 복원 공사 중이라 제대로 된 사진은 아니지만 반드시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좁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임청각 사진을 찍었다. ‘애국’ ‘애족’이라는 단어가 지금도 있나? 그 의미가 아주 조금이라도 살아있나? 이미 사어가 되었고 전근대의 유물이 아닐까 하는 서러운 생각도 든다. 사라져버린 낱말과 그 낱말의 뜻. 요즘 정치에서는 찾기 힘든 단어다. 권력, 부귀영화, 명예 등의 단어는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데... 나만은 무조건 옳다는 오만불손과 어설픈 무식함만 드러나는데... 법흥사지 7층 전탑은 여전히 우뚝 서 있다... 아…애국 애족…사라진 낱말과 그 뜻…

우왕좌왕 2022.08.23

고양시민 참여정원

꽃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겠죠.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ㅎㅎㅎ 누구나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지요. 눈앞에 보이는 꽃도 있지만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꽃도 있겠죠? 자 꽃그림을 그려봅시다. 마음으로 그려서 머릿속에 떠올려 보세요. 우울함과 슬픔, 좌절과 절망, 미움과 분노 이런 것들을 가라앉혀 줄 꽃들을 하나씩 하나씩 아니 무더기로 그려서 마음의 꽃밭을 만들어 보자구요. 이제 마음이 좀 편안해졌죠? 마음밭에 꽃들을 그리며 매일매일을 행복을 만들면서 소중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AH_1Seg1gXk

우왕좌왕 2021.10.09

仙溪폭포

선계폭포를 찾아 나섰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니 자꾸 산속으로만 올라간다. 어? 이건 아닌데...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목적지에 다 왔다고 알리는데 산길 위.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조심조심 차를 돌려 다시 내려간다. 올라오다 본 팻말을 찾아 처음부터 다시.ㅎㅎㅎ 仙界인 줄 알았는데 仙溪네.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神仙들의 놀이터인데. 표지판을 보고 내려가니 넓은 호수가 눈앞에 꽉 찬다. 우동저수지. 참 이쁘다. 폭포로 오르는 길은 숲이 우거져서 조금 들어갔는데도 이미 仙界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입구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넘어져 길을 가로 막아 겸손히 허리를 굽히게 한다. 조용한 숲속에 사람도 없어 너무 조용하다. 물멍인가 폭포멍인가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빨려 들어..

우왕좌왕 2021.09.28

磻溪書堂

전북 부안에 있는 반계서당을 찾았다.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으로 난 길을 따라 잠깐 오르면 실학을 상징하는 '실사구시' 돌판이 떡 버티고 서있다. 옆에는 감나무가 자리를 잡아 예쁘고 정다운 느낌이다. 돌비석에서 서당으로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지만 데크를 만들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다. 돌로 축대를 쌓고 올라 앉은 건물이 특이하다. 어라? 현판 글씨체가 어디서 많이 봐서 낯이 익네. 아하 페친인 작가가 쓴 글씨로구나. 원래 현판은 없어진 모양이다. 고고한 옛 현판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낯익은 글씨체라 반갑기도 하다. 저 아래는 넓은 들이 있고 사진상으로는 저멀리 보이지만 바로 줄포, 곰소 바닷가라 물자가 풍부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실학의 조종이라 불리는 반계선생은 벼슬길에 오르지는 ..

우왕좌왕 2021.09.15

鳳腹寺

가끔 잘 알려지지 않은 절집을 돌아보는 즐거움… 鳳腹寺.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647년에 창건한 천 년이 넘은 오랜 절이다. 하지만 고색창연은 아니다. 여러 번 소실, 중건하여 천년고찰의 옛모습은 없다. 그냥 이름만 듣고 처음에 왔을 땐 奉福寺려니 생각하고 그런 줄 알고 있었다, 鳳腹寺. 봉황의 배. 절 이름에 鳳자는 쓰겠지만 腹자는 별로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왜 배 복자를 썼을까. 아무도 없는 절 마당을 어슬렁거리는데 마침 스님이 나와서 물어보니 원래는 奉福寺였는데 鳳腹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설악산 鳳頂庵이 머리, 여주의 신륵사가 꼬리, 그 가운데 든든한 배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한다. 하긴 신륵사가 鳳尾山 아래에 있으니 그 이름이 가능한 일이긴 하다. 각설하고... 옛날..

우왕좌왕 2021.08.24

앗! 비암이다

행주산성 갔다가 자전거길 따라 집으로 걸어 오는데... 김포대교 지나 100m 지점에서 뭔가가 꿈틀꿈틀... 위로는 차가 씽씽 달리는 자유로, 아래쪽 한강은 멀기만한데 비암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구해 건드리니 땅을 파고 마구 드가네... 이 뙤약볕에 말라 죽을까봐 꺼내서 풀숲으로 던질까 했는데 결국 끄집어내지 못함. 이 비암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참 신기하네ㅎㅎㅎ

우왕좌왕 2021.03.17

걷기雜記 / 행주나루

백석체육센터 뒤 도촌천으로 나간다. 이 물길이 닿는 곳이 한강이니 무조건 따라가면 한강에 이르겠지. 항상 처음 가는 길은 좀 어색하다. 대충은 알지만 개울갓길은 어느 지점에선 끊기고 건너가지 못하는 곳도 있고...아무려면 어떠냐 길이 끊어지면 다시 돌아오면 되고...ㅎㅎㅎ 물이 그리 깨끗하게 보이진 않는데 곳곳에 오리들이 놀고 있다. 오리들이 있다는 건 먹이가 있다는 것이고 물괴기가 있다는 것은 그래도 숨을 쉴만하다는 것이겠지...군데군데 낚시꾼들의 것으로 보이는 빈 의자들이 놓여 있다. 낚시를 할만한 모양이지...옛날엔 참 더러운 물이었는데...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지. 작은 개울들은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잘 통해야 몸의 순환이 잘 이뤄지듯이 작은 개울들이 살아야 강이 살고 바다가 산다. 시민이 실핏..

우왕좌왕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