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걷기雜記 / 행주나루

moonbeam 2021. 3. 8. 15:48

백석체육센터 뒤 도촌천으로 나간다. 이 물길이 닿는 곳이 한강이니 무조건 따라가면 한강에 이르겠지. 항상 처음 가는 길은 좀 어색하다. 대충은 알지만 개울갓길은 어느 지점에선 끊기고 건너가지 못하는 곳도 있고...아무려면 어떠냐 길이 끊어지면 다시 돌아오면 되고...ㅎㅎㅎ 물이 그리 깨끗하게 보이진 않는데 곳곳에 오리들이 놀고 있다. 오리들이 있다는 건 먹이가 있다는 것이고 물괴기가 있다는 것은 그래도 숨을 쉴만하다는 것이겠지...군데군데 낚시꾼들의 것으로 보이는 빈 의자들이 놓여 있다. 낚시를 할만한 모양이지...옛날엔 참 더러운 물이었는데...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지.

작은 개울들은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잘 통해야 몸의 순환이 잘 이뤄지듯이 작은 개울들이 살아야 강이 살고 바다가 산다. 시민이 실핏줄이고 일반 교인들 뭇중생들이 실핏줄이다. 약하고 병들고 고통받는 이들이 실핏줄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군림하며 지배하고 굴복과 순종을 암암리에 강요한다. 그 체제에 순응하면 떡 하나 던져 주고는 감사까지 강요한다. 드러나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 실핏줄이 살아야 늬들 몸이 산다. 이 권력의 맛에 길들여진 놈들아...편안함에 익숙해진 종교인들아...이런...이 무신 덜떨어지고 쓸데없는 생각인가...ㅎㅎㅎ

 

길은 섬말다리를 지나 계속 이어진다. 늘 지나던 찻길은 위로 지나친다. 섬말다리를 지나 좀더 나아가니 개울이 넓어진다. 아하...신평배수지로구나...낚시꾼들이 많이 보인다. 아예 물 위에 좌대를 높이 세워놓은 사람도 있네. 그리 깨끗해 보이지도 않는 물에서 고기를 잡아 뭐에 쓰자고 많이들 모여 있지? 자기들이 먹지는 않을 것 같고...그렇다고 단순히 손맛만 보자는 것도 아닐 테고......갑자기 민물매운탕이나 붕어찜 잉어찜 먹기가 싫다.

수자원공사에서 뿜어내는 물은 단물이다. 이 앞에는 고기들이 많이 몰린다. 고기 따라 꾼들도 모이고...뭔가 이권이 있는 곳에는 벌레들이 몰린다. 사람이라고 다를까...다 무언가를 먹고 살찌우며 살아가는 생물인데...

수자원공사를 지나면 높은 송신탑이 나온다.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고 경고등이 쉼없이 번쩍인다. 괜히 으스스하다. 그런데 바로 밑에서 곳곳에 밭일을 하고 있다. 고압전류 밑에서 나온 채소들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몸에 좋을 리가 없을 텐데...혹시 내 밥상에 그런 채소들이 오르지 않을까...에이 괜한 걱정 하지 말고 그냥 갈 길 가자...

고압송신탑을 지나 굴을 지나면 능곡벌판이다. 죽 늘어선 비닐하우스 때문에 탁 트인 들판의 느낌은 하나도 없고 그저 삭막한 폐허 사이를 걷는 느낌이다. 게다가 제2자유로가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으니...동강난 논과 밭들은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속에 골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자유로 토끼굴을 지나면 행주나루다. 앞에 있던 철조망도 깨끗하게 걷어낸 너른 강변이 나타난다. 강가에 있던 밭들은 말끔히 치웠다. 멀리 정자도 보이고 조망데크도 보인다. 이제 한바탕 공사를 하면 그럴듯한 공원이 생기겠네. 푸른 밭이 사라져서 아쉽긴 하다만 대신에 멋진 쉼터를 상상하니 기분이 좋다.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다. 마구마구 달리는 자전거부대를 보니 어딘가에 나갈 구멍이 있겠다 싶다. 철조망은 걷었지만 곳곳에 초소는 그대로 남아 있다. 다 없앴다고 생각했는데 김포대교부터는 철조망이 다시 나타난다. 앞에 막히는 느낌. 이왕 걷는 거 다 걷어내지 뭐하러 남겼을까. 철조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무엇일까. 철조망에 걸린 Wish for Peace라는 글자가 진하게 와닿는다. 가까운 모래톱은 갈매기들의 쉼터인가 보다. 한꺼번에 날아 올랐다가 다시 내려 앉고 시끄럽게 울어 댄다. 옆으로는 차들이 자유로를 씽씽 달리고 있다. 자전거길이 끝나는 지점에 작은 토끼굴이 있다. 옛날엔 군사 통로라 막혀 있어서 오갈 수 없었는데 이제 통하나 보다. 토끼굴을 나오니 바로 신평동. 2자유로 나들목과 연결이 되네. 이렇다면 능곡 들판을 거칠 필요없이 아주 가깝게 한강으로 나갈 수 있네. 한강이 아주 가까워졌다. 한강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더 많은 나들목이 필요하다. 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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