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鳳腹寺

moonbeam 2021. 8. 24. 17:07

가끔 잘 알려지지 않은 절집을 돌아보는 즐거움…

鳳腹寺.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647년에 창건한 천 년이 넘은 오랜 절이다.

하지만 고색창연은 아니다. 여러 번 소실, 중건하여 천년고찰의 옛모습은 없다.

그냥 이름만 듣고 처음에 왔을 땐 奉福寺려니 생각하고 그런 줄 알고 있었다,

鳳腹寺. 봉황의 배. 절 이름에 鳳자는 쓰겠지만 腹자는 별로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왜 배 복자를 썼을까.

아무도 없는 절 마당을 어슬렁거리는데 마침 스님이 나와서 물어보니 원래는 奉福寺였는데 鳳腹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설악산 鳳頂庵이 머리, 여주의 신륵사가 꼬리, 그 가운데 든든한 배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한다. 하긴 신륵사가 鳳尾山 아래에 있으니 그 이름이 가능한 일이긴 하다.

각설하고...

옛날이라면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오지겠지만 지금은 포장도로가 절 앞마당까지 들어간다.

작은 절이 깊숙히 들어 앉아 있고 알려지지 않아 그런지 올 때마다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어서 가끔 지나다 들어오면 참 편안하고 조용해 좋다.

풀밭을 거닐어도 좋고 나무 그늘에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도 좋다.

대부분의 절 주위에는 소나무가 울창한데 여기에는 휘어 구부러진 소나무도 있지만 길게 죽죽 벋은 전나무가 많이 보여 여느 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대웅전 산신각 요사채 등 절집들은 덕고산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데 모두 새로 건축한 것들이라 옛멋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

높은 축대 아래에는 60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그래도 내가 있잖어’하며 버티고 서있다.

진정 식물이야말로 세월을 지키며 영속성을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 절은 현 위치에서 한 300m 정도 아래에 있었는데 소실되어 671년 원효가 중건할 때 절을 지으려고 목재를 쌓아 놓고 준비를 하던 중 밤에 부처님이 모든 자재를 이곳에 옮겨 지금 자리에 지었다고 한다.(일설에는 소가 옮겼다고도...횡성 한우가 유명하니까ㅎㅎㅎ)

‘절등’이라고 부르는 그곳엔 강원도 문화재인 삼층석탑만이 민가의 밭 사이에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서있어 절터임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도 밭을 갈 때 옛 기와나 토기 등 유물들이 가끔 나온다고 한다.

봉복사를 오르내리는 길은 계단도 있고 비탈져 돌아가는 길도 있어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어 좋다.

포장한 길을 따라 걷노라면 부도탑 일곱이 나란히 서있는데 풀이 너무 우거져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그다지 길지 않은 이 길에서 얻는 작은 기쁨 하나는 다른 지역에서는 흔하지 않은 노랑물봉선이나 이삭여뀌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발그스레한 물봉선이 흔한데 이번엔 노란 놈만 보이네.

걷는 길이 좀 짧아 아쉽지만 그걸 알기에 더 느릿느릿 갈팡질팡 이생각 저느낌 잡으며 걷는다.

길 끝에는 몇 번 가본 송어횟집이 있는데 혼자 들어가기엔 부담이 있다. 내가 원래 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기도 하고...ㅎㅎㅎ

집에서는 좀 멀긴 하다만 여행 겸 해서 여럿이 어울려 송어회 먹으러 와야지. 코로나가 끝나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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