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걷기雜記 고봉산

moonbeam 2021. 3. 8. 15:38

걷기雜記 20210305 고봉산

집에서 나와 백석근린공원 언덕을 넘어 경의선 철길 옆으로 난 산책길을 걷는다.

풍산역에서 방향을 바꿔 중산쪽으로 아파트숲 길을 걷는다. 한적하고 차도 많이 없고 길도 널찍해서 좋다. 안곡중학교와 안곡고등학교 네거리를 지나 산으로 오른다. 전에 중산 고등학교 옆으로 오르는 길은 계단이 많아 재미가 없었는데 이 길은 가파르지만 그래도 산을 오르는 맛이 난다. 잠깐 힘들게 오르면 평화의 쉼터가 나온다. 6.25때 이곳이 전략상 요충지였다고 한다. 하긴 이 너른 평야에 홀로 우뚝? 솟아 있으니...바로 네거리 갈림길. 바로 죽 올라가면 군부대,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만경사, 왼쪽으로 내리막길은 영천사. 영천사로 내려가는 길 바로 옆에 이무기바위라는 팻말이 있어 보니 이무기는커녕 미꾸라지도 안되겠는데...그리 큰 바위도 아니고 생김도 딱히 그럴듯한 것도 아닌데...좌우지간 이름 하나는 거창하다.

고봉산 정상부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올라가 전망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아스팔트 길을 바로 올라 군부대 옆으로 돌아내리면 정상 바로 아래에는 장사바위라는 큼지막한 덩어리의 바위가 있다. 옛날에 어느 장사가 주먹으로 내리쳐 둘로 쪼개졌다는 전설이 전하는데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도 만들어 놓았다. 이제는 그런 영험함이나 장사숭배는 온데간에 없고 사람들이 올라가 돗자리 깔고 노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한 늙은이가 혼자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바로 밑에 여러 운동기구가 있는데도...이름을 붙여 뭔가 보여주려면 좀 더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고봉산은 일산의 주산으로 그리 높지도 않고 토산이라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산책하기에 좋다. 지금은 아파트로 꽉 차 있지만 원래 이 지역이 평야지대라 그중 우뚝 솟은 곳이 이 고봉산과 한강가의 덕양산 정도다. 일산이라는 이름도, 고양이라는 이름도 다 이 산 이름에서 나온 것이니 일산의 주산임이 분명하다. 장사바위에서 내려오는 길도 푹신푹신하다. 잠깐 내려오다 영천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영천사로 들어가는 길목엔 큰 돌탑?돌무덤이 있다. 오가며 많은 이들이 소원을 올리고 던져놓은 곳이렸다. 참 많기도 하다. 인간의 바람은 어디까지인지. 그래서 자기 수양이나 자기 구원과는 거리가 먼 기복적인 종교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이다.

 

영천사는 해가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아 편안하고 아담한 느낌을 준다. 꽃나무들도 잘 가꿔 놓아서 봄 여름에는 군데군데 예쁜 꽃들이 피어 이쁘다. 절마당 아래로는 널찍한 밭을 잘 일궈 놓은 걸 보면 꽤 부지런한 스님인 것 같다. 땅따먹기 하고 돈에 눈먼 그런 땡중들이 아니라 그저 편안히 제길 가며 중생제도에 힘쓰는 그런 스님이길 바란다. 해우소 앞이지만 의자도 있어 해바라기 하며 쉬어가기에 알맞은 곳이다.

영천사를 지나 다시 평화의 쉼터로 내리다가 안곡습지로 길을 잡는다. 터덜터덜 내리는 길 오른쪽에선 함성이 끊이질 않는다. 어느 대학의 야구훈련장이다. 마침 어느 고등학교와 같이 훈련을 하고 있어 더 시끄럽다.

그래도 애들이 지르는 함성을 들으니 살아 있음을 느낀다. 저렇게 마구마구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언제던가.

 

슬슬 배가 고파진다. 일산시장으로 발길을 잡는다. 장날이 아니어서 한적하다. 옛날 장날이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한 봉지, 한 봉지 사 모은 것을 막걸리 한 사발에 취해 느릿느릿 집으로 돌아오시던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이 어른거린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다시 경의선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한 잔 술기운이 올라 발걸음은 하늘을 날아갈 듯 하다.

곡산역에서 도촌천을 따라 걸어 좀 둘러 왔더니 총 22Km...오랜만에 긴 걸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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