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의 독백 장맛비 아무리 세차게 내리쳐도 나를 젖게 하진 못한다. 더러운 진흙물이 나를 덮쳐 썩어 문드러져도 나는 가라앉을 수 없다. 차곡차곡 쌓인 물방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땐 내 몸을 살짝 눕혀 흘려 버리면 그만이다. 망녕된 무당들이 모략과 선동의 칼춤을 추어도 나의 순박함은 베어내지 못한다. 나의 꿈이 꽃이 아니듯 내 욕심에서 비켜 서있으니 부귀영화와 헛된 이름에 물들지 않아 버릴 것도 없고 지고 갈 짐도 없다. 모두가 꽃을 흠모하고 꽃이 되려 하고 꽃을 가지려 하지만 어떤 색깔에도 물들지 않는 너른 잎으로만 어설프게 남아 있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