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깎기 복된 손톱 깎기돋보기를 쓰고 엄마의 손톱을 다듬는다.뼈만 남은 앙상한 손.가느다란 손이 여전히 곱다.애들 어릴 때 여린 손톱을조심조심 다듬어주던 기억이 떠오르네.이젠 어린애가 된 엄마.흐릿한 눈을 껌뻑이며 다칠세라 조심스레 깎는다.누군가 그랬다.손발톱을 스스로 깎을 수 있을 때까지만 살자구.그래도...엄마 손발톱을 깎아드리는 것도 내 복이고아들이 손발톱을 깎아주는 것도 엄마 복이지.암~~~내 복이고 엄마 복이지.#손톱깎기 #복 미메시스 2024.08.12
어머니 어머니평생 큰 병,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하루도 누워 자리보전하지 않았으니 건강이 큰 자랑.어딜 가나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뭇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특별히 보살피고 각별하게 모시지도 않아 부끄럽지만당신은 혼자 뜻대로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셨다.자식에겐 큰 복인데병원 한 번 모시고 가지 못해본 자식은그 복 한가운데 살면서 복인 줄도 몰랐다.편찮으신 어른 병구완 하느라 고생한다는 뭇사람들의 말도남의 일이니 귓등으로 듣고 흘렸다.당연히 여태 지내온 것처럼무심한 하나 아들에게 잔소리하시다가‘내 간다. 잘 있어라.’ 하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실 줄 알았다.평온하게 이어지는 삶이 어디 있겠냐마는뜻하지 않게 한 번 넘어져 누우심으로자랑과 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갑자기 눈앞에 닥친 현실에 난감하다.정을 떼려.. 미메시스 2024.08.12
섬 망 섬망밤중에 어머니 소리에 놀라 급히 건너간다.‘답답다...물 좀 주소’물을 빨대로 드리면 겨우 한 모금 하시고는‘하이고 시원타’ 하신다.물끄러미 나를 보시고는‘아침 자셨어요?’옆에 서있는 애들 엄마를 보고는‘어디서 왔어요? 멀리서 왔어요?’‘우리 메누리한테 밥 달라 캐요, 가가 참 이상타, 짭질맞아.’‘갈 때는 불 켜달라 캐요. 어두운데 조심해 가요’흐려진 눈에 잔뜩 힘을 줘 초점을 맞춘다.뼈만 남은 앙상한 손으로 가리키며떠오르는 얼굴 하나하나를 응시한다.백 년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당신만의 세계를 고집하며바깥은 인정하지도 보지도 않고그 안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아만 있다.어두운 방안이 갑자기 환해지고백 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이상타 : 범상치 않다 *짭질맞다 : 짭잘하다의 방언#백년 #섬망 미메시스 2024.08.12
혼 돈 혼 돈모든 육체의 기능이 소멸해 가는 중하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시고밤인데 아침 인사를 한다. 아침 자셨어요?며느리를 보고는 아이고 어디서 오셨어요? 멀리서 왔어요?우리 며느리한테 밥 달라고 해요.가가 솜씨가 좋아요.갈 때는 조심해 가요. 어두우면 불 켜고...흐릿한 눈으로 먼뎃산을 보며여름 손님은 범보다 무섭다는데 하며없는 손님을 탓하고…손님이 오시면 대접을 단디해야 하는데 하며누군지도 모르면서 우리를 탓한다.이 세상엔 당신 혼자뿐이다.#혼돈 #며느리 #여름손님 미메시스 2024.08.12
섬망광풍 섬망 광풍소리를 지르신다.물 좀 주소급히 가서 채소쥬스를 드린다.빨대로 한모금 드시고는‘아...새콤하니 맛있네’초점 잃은 눈으로 물끄러미 보기만 하신다.잠깐 옆을 지키다가 돌아 나온다.5분도 안 되어서 다시 부르신다.머리를 흔들며‘하이고 답답다’ ’고 물 있어요?’한모금 드시곤 ‘아 시그럽다’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방수 매트를 다 던지고 기저귀 다 벗고흥건히 젖은 요 위에 누워 계신다.가쁜 숨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물 물 물’ 손짓한다.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큰 소리로 부르고 뜻모를 단어만 반복하시고...아...꼬박 이틀 동안 숨가쁘게 되풀이한전쟁 아닌 전쟁.무엇을 보는지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무엇을 듣는지 나도 들으면 좋으련만함께 공유하며 듣지도 보지도 못하니어차피삶이란혼자임을느낀다.#섬망.. 미메시스 2024.08.12
연잎 독백 연잎 독백장맛비 아무리 세차게 내리쳐도나를 젖게 하진 못한다.더러운 진흙물이 나를 덮쳐도나는 가라앉지 않는다.차곡차곡 쌓인 물방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땐내 몸을 살짝 눕혀 흘려 버리면 그만이다.나의 꿈이 꽃이 아니니 욕심에서 비켜서서그저 순박한 초록으로 떠 있을 뿐이다.부귀영화와 헛된 이름에 물들지 않아버릴 것도 없고 지고 갈 짐도 없다.모두가꽃을 흠모하고, 꽃이 되려 하고, 꽃을 가지려 하지만아무 생각 없이너른 잎으로만어설프게 남아 있으련다.#연잎 #독백 #꽃 모든 공감:19회원님, Sang-il Oh, 김홍식 및 외 16명 미메시스 2024.07.30
무 게 숲 오솔길 옆에 쓰러져 가는 돌비석.떠받치지 않으면 바로 쓰러질 모양새.한때는 당당하고 굳세게 서있었지만흐르는 시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였네.삶의 무게일까 죽음의 무게일까. 무릎이 꺾이는 것도 찰나요,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것도 한 순간인데...해 아래 있는 것 중 어느 하나도새로운 것이거나 영원한 것은 없나니 지금딛고 있는 두 발에잔뜩힘을 주고서있기만할 뿐이다.#돌비석 #삶의무게 #서있기만 모든 공감:17회원님, Sang-il Oh, 김홍식 및 외 14명 미메시스 2024.07.30
비 오는 헤이리 비오는 헤이리비는 세차게 내리는데헤이리를 걷다가낮게 깔린 커피향에 이끌려카페에 들어간다.어느 화가의 유화를 본다.두껍고 자유분방한 붓 터치.불분명하고 흐릿한 형태.‘취한 밤‘에 그리든맨정신에 취함을 상상하든그림은 작가와 함께 취해있다.정리하지 못한 삶의 혼돈.그는 그림 속에서‘금자씨’를 업고‘미애’를 그리며현실의 카오스를 헤엄친다.바람은 세차게 나뭇가지를 흔들어대고끈질긴 비는 내맘에 골을 파고흘러만 간다.*‘취한 밤’ ‘금자씨’ ‘미애’는 화제#헤이리 #비 #커피 #붓터치 #카오스 미메시스 2024.05.07
가로등 매미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둠 속에서 꾸물거리다 羽化登仙해서 기껏 일주일... 한평생 울다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 곳곳에 떨어진 신선의 주검. 가야할 때를 아는 아름다운 뒷모습. 이미 울음은 멈추었고 기다림만 있을 뿐... 죽음을 앞둔 모습을 누워 애교부리는 강아지로 보는 왜곡된 내 감성... #매미 #우화등선 # 죽음 #주검 #왜곡 미메시스 2023.08.28
매미의 마지막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둠 속에서 꾸물거리다 羽化登仙해서 기껏 일주일... 한평생 울다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 곳곳에 떨어진 신선의 주검. 가야할 때를 아는 아름다운 뒷모습. 이미 울음은 멈추었고 기다림만 있을 뿐... 죽음을 앞둔 모습을 누워 애교부리는 강아지로 보는 왜곡된 내 감성... #매미 #우화등선 # 죽음 #주검 #왜곡 미메시스 202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