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어머니

moonbeam 2024. 8. 12. 11:34

 
어머니
평생 큰 병,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
하루도 누워 자리보전하지 않았으니 건강이 큰 자랑.
어딜 가나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뭇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특별히 보살피고 각별하게 모시지도 않아 부끄럽지만
당신은 혼자 뜻대로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셨다.
자식에겐 큰 복인데
병원 한 번 모시고 가지 못해본 자식은
그 복 한가운데 살면서 복인 줄도 몰랐다.
편찮으신 어른 병구완 하느라 고생한다는 뭇사람들의 말도
남의 일이니 귓등으로 듣고 흘렸다.
당연히 여태 지내온 것처럼
무심한 하나 아들에게 잔소리하시다가
‘내 간다. 잘 있어라.’ 하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실 줄 알았다.
평온하게 이어지는 삶이 어디 있겠냐마는
뜻하지 않게 한 번 넘어져 누우심으로
자랑과 복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갑자기 눈앞에 닥친 현실에 난감하다.
정을 떼려고 하시는지, 잊혀지기 싫어서 그러시는지 모르지만
본모습을 잃고 딴사람이 된 어머니가 야속하기도 하고
무덤덤하게 대하고, 곁에 붙어 살갑게 잘 모시지 못한 후회...
죄책감만 온집안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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