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섬 망

moonbeam 2024. 8. 12. 11:32

 
섬망
밤중에 어머니 소리에 놀라 급히 건너간다.
‘답답다...물 좀 주소’
물을 빨대로 드리면 겨우 한 모금 하시고는
‘하이고 시원타’ 하신다.
물끄러미 나를 보시고는
‘아침 자셨어요?’
옆에 서있는 애들 엄마를 보고는
‘어디서 왔어요? 멀리서 왔어요?’
‘우리 메누리한테 밥 달라 캐요, 가가 참 이상타, 짭질맞아.’
‘갈 때는 불 켜달라 캐요. 어두운데 조심해 가요’
흐려진 눈에 잔뜩 힘을 줘 초점을 맞춘다.
뼈만 남은 앙상한 손으로 가리키며
떠오르는 얼굴 하나하나를 응시한다.
백 년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
당신만의 세계를 고집하며
바깥은 인정하지도 보지도 않고
그 안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아만 있다.
어두운 방안이 갑자기 환해지고
백 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이상타 : 범상치 않다 *짭질맞다 : 짭잘하다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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