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 광풍
소리를 지르신다.
물 좀 주소
급히 가서 채소쥬스를 드린다.
빨대로 한모금 드시고는
‘아...새콤하니 맛있네’
초점 잃은 눈으로 물끄러미 보기만 하신다.
잠깐 옆을 지키다가 돌아 나온다.
5분도 안 되어서 다시 부르신다.
머리를 흔들며
‘하이고 답답다’ ’고 물 있어요?’
한모금 드시곤 ‘아 시그럽다’
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방수 매트를 다 던지고 기저귀 다 벗고
흥건히 젖은 요 위에 누워 계신다.
가쁜 숨에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물 물 물’ 손짓한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큰 소리로 부르고 뜻모를 단어만 반복하시고...
아...꼬박 이틀 동안 숨가쁘게 되풀이한
전쟁 아닌 전쟁.
무엇을 보는지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무엇을 듣는지 나도 들으면 좋으련만
함께 공유하며 듣지도 보지도 못하니
어차피
삶이란
혼자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