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연잎 독백

moonbeam 2024. 7. 30. 16:37
연잎 독백
장맛비 아무리 세차게 내리쳐도
나를 젖게 하진 못한다.
더러운 진흙물이 나를 덮쳐도
나는 가라앉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인 물방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땐
내 몸을 살짝 눕혀 흘려 버리면 그만이다.
나의 꿈이 꽃이 아니니 욕심에서 비켜서서
그저 순박한 초록으로 떠 있을 뿐이다.
부귀영화와 헛된 이름에 물들지 않아
버릴 것도 없고 지고 갈 짐도 없다.
모두가
꽃을 흠모하고, 꽃이 되려 하고, 꽃을 가지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너른 잎으로만
어설프게 남아 있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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