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능수버들이야 옳다꾸나 하고 지몸을 맡겨
무아지경으로 춤추며 즐기는데
내 그림자만은 바위처럼 꿈쩍도 않고
내 옆에서 천 년을 보낼 모양이다.
나는 그림자만 남겨 두고
바람타고 날아가 꽁무니를 뺄 심산으로
요리조리 조심조심 움직여 보는데...
그만 바람이 뚝 그쳐 버린다.
그림자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더럽고 추악한 내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나약하고 비겁한 내 그림자를 떼어내야 하는데…
그림자를 떼어낼 방법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