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30년 이상 된 원전, 하나만 터져도 한국은 끝장”

moonbeam 2015. 3. 24. 17:58



“30년 이상 된 원전, 하나만 터져도 한국은 끝장”

기사승인 [0호] 2015.03.24  16:48:49




- [인터뷰]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원안위, ‘불은 안 난다’고 믿는 소방관들”


이웃나라 일본에서 대형 원전사고가 벌어진 지 4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원전신화는 요지부동이다. 환경단체와 야권의 거센 반발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고리1호기에 이어 월성1호기까지 수명을 연장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정부여당 측 7명 위원의 찬성으로 가능했다. 야당 추천 위원 2인 중 한 명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이 김익중 교수를 만나 월성1호기 수명연장 논란과 탈핵에 대해 물었다.

후쿠시마 이후 한국에서도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늘었고 선거 쟁점까지 됐다. 반원전 여론이 거센 부산은 새누리당 출신 시장과 의원들이 ‘고리 1호기 폐쇄 1호기’를 말하고, 삼척주민들은 신규원전을 유치한 시장을 떨어뜨리고 반대하는 무소속 시장을 당선시켰다. 김 교수는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중 60%가, 지역 주민 중 70%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반대했다. 아마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조사했다면 반대가 이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 사진=본인 제공
 

현재 한국에는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1기는 시험 가동)이다. 김 교수는 “서른 살이 넘은 고리1호기와 2호기, 월성 1호기 세 개는 당장 멈춰야 한다. 무슨 기계를 30년 이상 쓰나”며 “원전수명은 원자력 계에서 정하는데, 상식적으로 그렇게 오래 쓰는 기계는 없다. 30년 전 돌아다니던 포니 차량 중 지금 굴러다니는 것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멈추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미국, 소련, 일본에서 사고가 났다. 원전을 돌리는 31개 국가 중 이 나라들이 원전 개수로 1등, 2등, 4등이다. 그리고 한국이 5등”이라고 강조했다.

월성 1호기 수명을 연장할 때도 원자력 계는 원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원자력 계가 안전성을 검토하는 방식에 따르면 사고 확률은 백만 년에 한 번, 천만년에 한번이다. 이 확률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세계원전 역사가 60년인데 여섯 개가 터졌다. 10년에 한 개씩 터졌다. 원자력 계가 말하는 안전성은 만 배 이상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안전한 원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쓰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를 예측했던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사고 확률을 제로로 줄이는 방법은 원전을 싹 없애는 방법뿐이다. 핵물질은 인간이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최근 한국 국회에서 한 강연에서 후쿠시마 사태 당시 일본 전체 인구의 40%인 5천만명을 대피시키고 국토 3분의 1이 기능을 상실한 시나리오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만일 한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김 교수는 “한국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 방사능 오염 지도를 그린 논문을 소개했다. 그 지도에 따르면 일본 전체의 70%가 세슘에 오염됐고, 전체의 20%가 고농도로 오염됐다. 김 교수는 “남한 땅의 넓이가 일본의 20%다. 한국에서 사고가 나면 남한 전체가 고농도 오염지역이 되고, 농산물은 100% 오염된다”며 “수명 다 한 고리1호기나 월성1호기가 아니라 신고리2호기나 울진원전 등 아무거나 하나만 터져도 끝”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은 부산, 경주 등 몇몇 도시에 원전이 몰려 있다. 김 교수는 “원전 사고는 근처에 사람이 많이 살수록 피해가 심하다. 후쿠시마는 농촌 중의 농촌이었는데도 피난명이 15만 명”이라며 “한국 원전 밀집지역은 후쿠시마보다 인구밀도가 10배는 높다. 고리원전 주변에 300만 명이 사는데 어디로 피신하나. 땅이 좁아서 갈 데도 없다”고 밝혔다.

  
▲ 일본 오염지도.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 2011년 12월 6일자. 김익중 교수 제공.
 

원전은 터지기 전부터 주민들을 위협한다.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은 원전으로 인해 건강에 피해(갑상선암)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균도네 가족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수원은 즉각 항소했다.

김 교수는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1등이 암, 2등이 유전병, 3등이 심장병’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 죽는 병이다. 그 외에도 신장염, 폐렴 등 많은 질병이 발생한다. 의학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며 “일본에서는 이미 그런 병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린이 갑산선암만 해도 200-300배 이상 증가했다. 100만 명 중 한 명 걸리던 병이 35만 명 중 100명 이상 걸린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또한 “교과서에 보면 암과 방사능 피폭량의 관계는 정비례다.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다. 유전병도 정비례”라며 “다른 병들은 문턱 값이 있어 일정량 이상 피폭돼야 병에 걸리는데 암과 유전병은 문턱 값도 없다. 기준치 이하라 괜찮다는 말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 근처에 살기만 해도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교슈는 “원전은 매일 기체 방사능 물질을 내뿜는다. 액체 방사능은 바다에 거의 정화 없이 희석돼 버려진다”며 “주변이 오염돼 피폭량이 늘어나고 암 환자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인간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경로로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피폭은 땅이나 아스팔트가 오염돼 그 위를 걸어 다니는 경우, 병원에서 x-ray나 씨티를 찍어 피폭되는 경우다. 내부 피폭은 세 가지 ▷공기 중 방사능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신체로 들어오는 경우 ▷ 오염된 음식을 먹어 피폭되는 경우 ▷방사능비나 방사성 물질이 피부에 묻어 피폭되는 경우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원전에 찬성하는 주민도 있다. 김 교수는 “원전이 들어오면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원전에 근무하는 이들과 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친원전 여론이 생긴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수원이 지역 주민들에게 상당히 많은 돈을 합법적으로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돈이란 ‘주변지역 지원금’이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에서 나가는 돈인데, 지자체에 50% 주고 나머지 50%는 한수원이 직접 집행한다”며 “지자체 예산 중 중요한 부분이라 지자체장이 꼼짝을 못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한수원이 집행하는 돈은 공공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주민들이 무슨 체육대회를 하면 100-200만원씩 지원 한다”며 “단체를 만들어 후원금을 달라고 해도 준다. 경주가 인구 당 시민단체 수가 매우 많은 곳인데 회원이 없는 유령단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로의 열을 낮추기 위해 매일 물을 쓰는데, 쓰고 난 뒤의 따뜻한 물이 매년 바다로 나간다. 그래서 어업 피해가 발생하는데, 한수원은 어민들에게 보상을 해주다 이제는 어업권 자체를 사버린다”며 “어민들이 물고기를 잡으려면 한수원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엄밀하게 말하면 매수 행위”라며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구성된 지역 지원금을 한수원이 직접 집행하도록 하는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을 폐지하려면 한수원의 돈줄부터 끊어야 한다는 것.

  
▲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녹색당 등으로 꾸려진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지난해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월성원전 1호기를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김 교수는 한수원이 예산은 펑펑 쓰면서 비밀주의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원전 정보들을 많이 공개한다. 전 세계인들이 안전보고서를 다운받아 볼 수 있다”며 “한수원은 아니다. 비밀주의가 극심하다. 원전이 멈춘 것 외에 다른 고장은 홈페이지에 등록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원전 폐지를 주장하면 당장 ‘전기 안 쓸 거나’는 핀잔이 되돌아온다. 김 교수는 “무식한 소리”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 원전은 25년 간 증가하지 않았다. 유럽은 25년 간 50개를 줄였고 미국은 30년 간 한 개도 안 지었다”며 “선진국들은 손을 떼고 아시아 국가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4년 전부터 줄고 있다. 원자력은 이미 사양 산업인데 우리만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미 전세계가 신재생에너지에서 20%의 전기를 생산하고 원자력 비중은 10%다. 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의 2배 가까이 된다”며 “근데 한국은 원자력이 30%, 재생가능이 0.4%로 꼴찌인데다 재생 에너지 예산도 매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후쿠시마 이후 일본이 54개 원전을 한꺼번에 껐는데 전기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일본도 원전 비중이 30%였다”고 덧붙였다.

  
▲ 각국의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 renewables 2012 global status report에서 인용. 김익중 교수는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1.9%도 집계가 잘못된 것이고 실제로는 0.4%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탈핵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으로 ‘핵산업계 이익을’ 꼽았다. 원전 안전을 검증할 원안위에도 원자력계 ‘핵 마피아’들이 많다는 것. 김 교수는 “원자력 계 인물들이 위원회에서 포진해있다. 9명 중 원자력 전공 4명, 원자력을 잘 아는 사람들을 합치면 과반수가 이미 원자력 계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한 “원자력 계에는 사업자로 활동하다 규제기관으로 갔다 다시 업체로 가는 회전문 인사들이 많다. 규제기관과 규제대상을 오가는 이들은 ‘원전은 안전하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소방관이 ‘불은 안 난다’고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원전 사고도 사고가 아니라 ‘고장’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ssain@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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