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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 되면 분립…공동체 키우는 ‘동네작은교회’

moonbeam 2015. 9. 30. 09:58

성도 30~40명이 모이면 분립을 하는 교회가 있다. 8년 만에 교회는 5개 공동체로 부흥(?)했다. 조직과 시스템 없이 서로의 삶과 신앙을 나눌 공동체를 꿈꾸는 동네작은교회 김종일 목사를 만나 교회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네작은교회 김종일 목사는 교회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작은 교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뉴스미션

카페서 성경공부, 주일예배 하는 교회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사과나무카페. 수요일 낮 시간 이 곳을 방문하니, 소그룹 모임이 한창이다. 김종일 목사와 사모 그리고 성도 두 명이 카페 한쪽 자리를 내어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기타를 잡은 김 목사가 기도를 인도하자 저마다 소리를 내어 기도한다.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 옆사람을 위한 기도도 빼놓지 않는다.

사과나무카페는 동네작은교회 성도들이 모이는 ‘아지트’다. 손때 묻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 곳에서 평일 낮, 저녁시간 각 소그룹이 모이고, 주일엔 20~30명 정도의 한 공동체가 모여 예배를 드린다.

김 목사가 평일 소그룹을 운영한 지는 올해로 9년째다. 몇몇 성도들을 모아 평일 말씀공부를 시작한 후 1년 되던 2007년 12월, 김 목사는 ‘동네작은교회’를 창립했다.

교회는 8년 간 나름의 부흥(?)을 경험했다. 동네작은교회란 이름으로 5개의 공동체가 분립돼, 주일이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드린다. 한 공동체당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모인다. 이름 그대로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들인 셈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공동체마다 색깔도 달라서 ‘그몸공동체’는 20~30대 젊은층 위주, ‘헤브론공동체’는 50~60대, ‘더작은공동체’는 결혼한 젊은층 가정, ‘남은이공동체’는 20~50대가 고루 분포돼 있고, ‘뉴송공동체’는 가장 작은 규모로 가족 중심이다.

공동체별 성향에 따라 외부 선교의 대상도 다양하다. 무허가 판자촌부터 탈북 청소년, 고려인 공동체를 돕고 선교사 및 선교기관을 후원한다. 한 교회 안에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평일 낮 시간, 김종일 목사와 성도들이 소그룹 성경공부가 끝난 후 함께 기도하고 있다.ⓒ뉴스미션

공동체 분립으로, 수평적 리더십 갖춰

한 개 교회도 힘든데, 왜 굳이 분립을 했을까. 김 목사는 교회의 ‘공동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한꺼번에 다 모이면 응집력 있고 힘도 있지만 공동체성이 약해요. 밀도 있는 공동체를 위해서 20~30명이 모이면 분립을 시도했어요. 이론상 인간이 20명까지 공동체를 느낀다고 하는데, 교회가 조직과 시스템 없이 한 구성원으로서 유대감을 갖고 한 몸임을 느꼈으면 해서 분립을 했죠.”

공동체가 분립하면서 권한도 나뉘었다. 5개 공동체는 ‘디렉터’란 이름의 리더가 있어 소그룹을 운영하고 주일 설교도 한다. 디렉터가 반드시 신학교 졸업생일 필요는 없다. 오랜 시간 소그룹 운영으로 훈련을 받고 동네작은교회의 가치와 방향을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이면 된다.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했어요. 담임목사 중심이 아니라 5명의 디렉터가 같이 공동의 사역을 하는 거죠. 공동체 안에서도 리더십이 나뉘어요. 디렉터들은 각자 직업을 가질 수 있고, 디렉터가 설교와 소그룹 외 못하는 역량을 다른 교인들이 나눠서 해야 하는 거죠.”

5개의 공동체는 분립했지만 연합도 도모한다. 연합예배, 수련회 등 공동사업의 경우 협력하고, 각 공동체의 재정에서 30%는 함께 모아 선교비와 디렉터 사례비 등에 쓴다. 또 위축된 공동체가 있을 땐, 디렉터들 간 도움을 주며 힘을 실어준다.

“처음 가는 길, 어려움도 많죠”

하지만 전통 교회완 다른 방식의 새로운 시도인 만큼, 그에 따르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분립 순간에는 사람이 빠져나가니 재정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교인수도 살짝 줄어요. 모여 있으면 늘어나기 쉬운데 분립하면 다운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것 다 따지면 대형교회 해야죠. 가치있게 하자는 거니까 대가를 지불해야죠.”

소그룹이 좋아 찾아왔다가 익숙지 않은 교회 형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교인도 부지기수. 전통교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왔지만, 기존 교회의 유익을 원하거나 담임목사 중심의 시스템을 바라는 이들도 생겨났다.

“분립을 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몸으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일단 우리 교인이 되려면 6개월에서 1년은 충분히 교회를 경험하고 공감해야 해요. 그런 다음에 등록이 가능한데, 등록한 후엔 3년 간은 못떠나요. 3년 커리큘럼을 마친 다음에 떠날지 남을지 결정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동네작은교회를 찾아오고 경험하는 이들은 늘어난다. 주로 전도를 받거나, 큰 교회에서 상처받고 떠난 이들, 사역에 지쳐서 쉬는 ‘가나안 성도’가 많다.

“소그룹 모임과 주일예배만 드리니까 비교적 느슨하고 편안한 교회죠. 대신 각자가 삶의 처소와 일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며 살아갈 것을 강조합니다. 직장과 가정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삶을 살자는 취지인데, 이게 기존 교회와 다르다면 다른 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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