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먹거리(펌)

음식 완벽하게 먹기

moonbeam 2015. 11. 10. 08:08

전라북도 무주에 사는 장영란 <자연달력 제철밥상>(김정현 그림, 들녘 펴냄) 저자와 경기도 용인에 사는 곽현숙 씨, 두 살림꾼에게 물었다. 한 가지를 먹어도 덜 버리고 알뜰하게 먹으려면 이렇게 해 보자.

농사지으며 쓰레기 덜 만들기

아이 손님이 밥을 먹다 남기면 그 엄마가 "남기면 안 돼. 다 먹어야 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괜찮아, 짐승 식구들과 나눠 먹으면 돼"라고 말해 준다. 고양이, 닭, 토끼를 기르니 웬만한 건 짐승 식구들이 먹고 그러고도 남는 것은 거름자리에 던지면 다 땅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웬만한 건 껍질째 다 먹는다. 포도라면 껍질은 물론 씨까지 다 먹는데, 음식쓰레기를 적게 만들려고 해서가 아니라 온전하게 먹기 위해서다. 어떤 생명도 그 자체로 온전하니 생명이다. 5대 영양소를 따로따로 챙기지 않아도 한 가지를 먹더라도 껍질도 씨도 다 먹으면 온전한 먹을거리가 되지 않을까? 포도 하나도, 달콤한 속살만 먹는 사람과 껍질도 씨도 다 먹는 사람이 맛보는 포도의 세계는 같지 않을 테니.

양파 껍질 국물

그렇담, 온전하게 먹으려 할 때 가장 손쉬운 게 뭘까? 양파 껍질. 그 주황색 껍질과 수염뿌리. 이걸로 국물을 우리면 어디서 그렇게 맛있는 즙이 우러나오는지! 그걸 모르고 그동안 버린 양파껍질이 아까워라!

부엌에 양파 껍질을 모으는 통을 하나 두고, 국물을 우릴 때마다 넣는다. 멸치, 새우, 다시마, 무 꽁다리 이런 건 빠질 때도 있지만 양파 껍질만은 빠지지 않는다. 다만 붉은 즙이 우러나오니 맑은 국물을 원할 때는 농도를 잘 조절할 것.


▲ 양파 껍질로 국물을 우린다. ⓒ장영란


 

 

홍시 식초


올해는 농사가 대풍이다. 가을에는 과일이 넘칠 때가 있다. 잼, 술, 효소차 이런 걸 만들 수도 있지만 식초를 담그면 어떨까? 천연발효식초는 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먹는다. 막힌 데를 뚫는 힘이 대단해 막힌 게 많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기도 하다. 요즘 식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방송과 책에서 많이 다루니 자세한 건 찾아보라. 매실효소를 담가 본 사람이라면 필요한 재료는 다 갖춘 셈이다. 쌀뜨물로 EM발효를 해 본 사람이라면 발효 기본기를 갖추었다. 이런저런 경험이 없더라도 홍시식초는 초보가 도전하기 좋다. 홍시는 가만 놔둬도 식초가 되니까 조금만 도와주면 된다.

① 술이나 효소차를 담던 병이나 항아리를 깨끗이 말린다.
② 홍시를 통째로 주물러 터뜨려 1에 넣는다. 발효가 잘 되라고 생막걸리(홍시 3kg에 생막걸리 1ℓ)를 넣어 주면 좋다.
③ 병에 60%까지 채운 뒤 먼저 알코올발효에 들어간다. 랩을 씌우고 고무줄로 아귀를 꼭 조이고 랩에 바늘구멍을 2~3개 뚫는다. 외부 공기를 막기 위해 막지만, 알코올발효 중에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빼 주기 위해서다.
④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실내에 두꺼운 책을 깔고 그 위에 병을 두고 겨울을 난다.
⑤ 위로 떴던 감이 아래로 가라앉고 봄이 와 날이 따뜻해지면 이제부터 초산발효를 시작한다. 초산균은 산소를 좋아하니 랩을 벗기고 베보자기를 씌운다. 초산균은 따뜻한 30℃ 정도 온도를 좋아하니 집안에 따뜻한 곳에 둔다.
⑥ 새콤한 내가 나면 베보자기 위에 10원짜리 구리동전을 올려놓고 이 동전이 파랗게 변하면 식초 발효 성공.
⑦ 건더기를 걸러 내고 맑은 초만 받아 이걸 와인 병에 나누어 담아 뚜껑을 꼭 씌우고 숙성해 가면서 한 병씩 먹으면 된다.

▲ 홍시가 식초가 되는 과정(왼쪽부터 시계 방향 순). ⓒ장영란


도시에서 통째 먹기

곽현숙 씨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 아파트에 산다. 도시에 살면 무엇이든 다 사 먹어야 하니 돈이 든다. 버려지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말리고 발효하고 저장해 다양하게 해 먹으면서 '살림꾼' 소리를 듣는 곽현숙 씨는 덜 버리려면 친환경농산물을 먹으라고 권한다. 과일을 먹을 때도 농약 친 것이면 껍질을 두껍게 벗겨야 하니 쓰레기가 나온다. 또 평소에 양파 껍질과 파 뿌리는 씻어서 냉동해 두고 국물을 낼 때 쓰고, 과일 자투리도 모았다가 맛간장을 만들 때 쓰고, 우엉 껍질이나 귤 껍질은 말려서 차로 우려먹는다. 또 당근이나 파를 손질할 때 나오는 흙을 모아 화분에 뿌린다. 또 사자마자 손질하는 게 덜 버리는 핵심이라고 한다. 베란다에서 늘 무언가 말리고 있다. 그는 베란다의 창은 열어 둔다. 건조할 때는 햇볕뿐 아니라 바람도 필요해서다.

▲ 매실청. ⓒ김세진

매실: 매실청+매실스프레드+매실씨앗베개

곽현숙 씨는 매년 황매실로 매실청을 담근다. 매실을 뜨고 나면 매실 열매가 꽤 나오는데 더러 처치 곤란이라 여기기도 한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뜬 매실을 간식으로 주기도 한다. 곽현숙 씨는 건져 낸 매실을 씨와 과육으로 분리한다. 매실청을 담글 때, 엑기스가 잘 빠지라고 열매에 포크로 구멍을 뚫는다. 그 벌어진 과육의 틈을 칼로 벌려 과육과 씨를 분리한다. 분리한 과육은 갈아서 고기를 재울 때나 닭볶음탕을 할 때 넣는다. 빵에 그대로 발라먹으면 스프레드가 된다.

매실씨에는 자잘한 구멍이 많아서 칫솔로 닦아 햇볕에 바싹 말린다. 말리기 전에 씨를 삶아 소독하는 경우도 있다. 그걸 베갯속으로 쓰면 열을 내려 주어 머리를 시원하게 해 좋단다. 뾰족해서 아프지 않은지 묻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써 보면 매실씨는 베갯속으로 적격이다. 이런 일들을 귀찮다고 생각하면 못한다. 사실 그렇게 자주 하는 일도 아니다. 매실을 담그고 뜨고 분리하는 일은 1년에 한 번만 하면 된다.

우엉: 우엉조림+우엉차

우엉을 깨끗이 씻어 일부는 차로 만들고 일부는 반찬으로 조림을 한다. 차로 만들 때는 껍질째 자르고 완전히 말려 덖는다. 반찬할 때 벗긴 껍질은 따로 말려서 덖는다. 어떤 사람들은 필러를 이용해 우엉 껍질을 얇게 벗긴 후 바삭하게 말려 과자로 먹기도 한다. 곽현숙 씨는 차를 우릴 땐 차용으로 만든 우엉뿐 아니라 말린 껍질도 같이 넣는다. 우엉 껍질에는 사포닌이 있어서 몸에 좋다. 세 번 정도 우려먹는데 향이나 맛이 옅어지면 새것을 조금 넣어 같이 끓인다.

▲ 우엉의 변신. ⓒ김세진


생강: 생강청+생강전분

생강을 껍질째 갈아서 즙을 짠다. 강판이나 믹서를 사용한다. 실온에 20~30분 놓아두면 아래쪽에 녹말이 가라앉고 위에 맑은 생강즙이 생긴다. 위쪽에 있는 맑은 생강즙에 유기농설탕을 섞어 오래 고아 생강청을 만든다. 녹말째 생강청을 담그면 끓이면서 계속 거품을 걷어내야 해서 번거롭다. 밑에 가라앉은 녹말을 얇게 펴서 말리면 전분이 된다. 말린 전분을 커터기로 곱게 간다. 이 생강전분은 감자전분처럼 탕수육이나 짜장 소스를 만들 때 쓴다. 생선을 굽기 전에 살짝 뿌리면 비린내를 잡아 준다.

양배추·된장·신김치

양배추는 살림할 때 많이 버려지는 채소다. 한번 먹기에 양이 많고 잘 무르기도 해서다. 절임을 해 두어 피클로 먹어도 좋고, 겉잎은 씻어서 잘라 냉동 보관하다가 국물 낼 때 넣는다. 된장찌개를 할 때 덩어리가 뭉치면 짜기 때문에 사람들이 먹다가 남기기도 한다. 된장을 믹서에 갈아서 요리하면 뭉치지 않고 짠맛도 덜하다. 쌈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찌개로 끓이기도 한다. 그러면 버려지는 것이 적다.

김치를 할 때, 보통 마늘과 양파, 무 등을 채 썰어 넣는데 믹서에 고춧가루와 함께 다 갈아 버린다. 그러면 속을 넣기 편하고 버려지는 양념이 거의 없다. 김치가 너무 시어 먹기 힘들 때는 물에 헹궈 짠맛을 뺀 다음 쫑쫑 썬다. 들기름을 넣어 냄새를 잡고 설탕을 조금 넣어 맛을 잡아 나물처럼 볶아서 내면 훌륭한 반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