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교수들이 뽑은 2015년의 乙未年 사자성어 '혼용무도'

moonbeam 2015. 12. 21. 10:18

교수신문이 2015년 올한해를 마감하는 사자성어로 ‘昏庸無道’를 선정했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20일 교수신문이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9.2%인 524명이 '혼용무도'를 선택했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이 합쳐져 이뤄진 말로, 각박해진 사회분위기의 책임을 군주, 다시 말해 지도자에게 묻는 말이다.

혼용은 고사에서 흔히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지칭하는 昏君과 庸君을 함께 일컫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論語』 「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선정된 혼용무도 외에도 후보에 올랐던 사자성어 △사시이비(14.3%) △갈택이어(13.6%) △위여누란(6.5%) △각주구검(6.4%)은 모두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2015년 한국사회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성어들이다.

 

사시이비는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사실은 틀린 경우 쓰는 말이다. 설문조사에서 이를 선택한 ㄱ교수는 "사회 각 분야에서 올바르게 큰 방향을 잡은 듯 했지만 자기이익을 대변하는 소인배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갈택이어는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해 미래의 생산적 기회를 상실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이와 관련 ㄴ 교수는 "정치인들이 목적을 잊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함이 지나쳐서 나라의 국력을 고갈시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위여누란은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라는 말로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뜻이다. 각주구검은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의미로 쓰인다.

혼용무도의 뒤를 이어 127명(14.3%)이 선택한 사시이비는 겉보기에는 맞는 것 같지만 실지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공정·객관 등으로 묘사되는 정부의 각종 정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신랄하게 비판한 말이다.

 

사시이비를 추천한 석길암 금강대 교수(불교학)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조차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 희망의 사자성어는 '正本淸源'이었다. 교수들은 위선과 무책임으로 얼룩졌던 2014년을 보내며 2015년은 정본청원의 한해가 되길 당초 희망했었다.

정본청원은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전공, 세대, 지역을 안배한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22개를 추천한 뒤 이 중 5개를 최종 후보로 뽑아 전국 교수들에게 설문하는 방식으로 선정됐다.

▲ 역대사자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