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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높은 국가암검진, 대상자 절반은 외면

moonbeam 2017. 3. 17. 09:15



게티이미지뱅크

효과 불신해 비지정기관서 받고

저소득층은 치료비 때문에 부담

2015년 한 해 3만명 암 발견

“질 높이고 비급여 항목 줄여야

자영업자 남성 A(49)씨는 지난해 3월 위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을 겪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암 검진을 받기로 했다. A씨는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에 따라 일반 검진 대신 국가 암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위암 초기 진단을 받은 A씨는 그 해 4월 같은 병원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조기에 발견한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A씨는 수술비와 입원비 등 전체 치료비 약 1,800만원 중 400만원만 자비로 부담하면 됐다.

도입 18년차인 국가 암 검진이 암의 조기 발견에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상자 중 실제 검진을 받는 비율(수검률)은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에 대한 불신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나가는 게 과제라는 지적이다.

16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국가 암 검진에서 암 또는 암 의심으로 진단 받은 환자는 ▦위암 1만6,715명 ▦대장암 4,760명 ▦간암 2,352명 ▦유방암 4,772명 ▦자궁경부암 587명 등 총 2만9,186명이었다. 그 해 전체 국가 암 검진 수검자 수는 974만9,039명이었는데 이중 3만명 가까이가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한 것이다. 국가 암 검진 대상자는 위암은 40세 이상 남녀, 간암은 40세 이상 남녀 중 특정 간질환 환자, 대장암은 50세 이상 남녀, 유방암은 40세 이상 여성, 자궁경부암은 20세 이상 여성 등이다.

대상자라면 누구나 국가 암 검진 기관으로 지정된 전국 6,348곳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데 비 지정기관의 암 검진보다 비용이 훨씬 싸다. 올해 기준으로 건보 가입자 중 소득 상위 50%는 국가 암 검진 비용 가운데 본인 부담 비율이 10%다. 5개 암 검진을 동시에 다 받는다고 해도 본인 부담비율은 약 2만5,000원에 불과하다. 특히 건보 가입자 중 소득 하위 50%와 의료급여 수급자는 본인 부담 없이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암 검진은 프로그램 별로 1회 비용이 100만~15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괜찮은 조건에도 국가 암 검진 대상자 중 실제 검진을 받는 비율(수검률)은 지난해 49.3%에 머물렀다. 매년 늘고는 있지만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건보료를 꼬박꼬박 내고도 국가 암 검진을 받지 않으면 본인 손해인데, 수검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국립암센터 조사 결과 검진을 받지 않는 이들 5명 중 2명 정도는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비 지정기관에서 암 검진을 받고, 나머지 3명은 국가 암 검진 제도를 모르거나 알고도 외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국가 암 검진의 질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보장성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아직 국가 암 검진의 질과 서비스 품질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검진 전문 인력을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검진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전문가들과 협력해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거엔 국가 암 검진에서 음성으로 나왔는데 나중에 암으로 확진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고, 어려운 의학 용어가 들어간 검진 결과만 우편으로 배달되다 보니 ‘고생해서 검진 받아 봐야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암 치료에는 비급여 항목이 적지 않아 치료비 부담 탓에 검진 자체를 피하는 저소득층이 아직도 많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비급여 항목을 줄여가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수검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