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족발 골목 말고 '교회 골목' / 임대료 싼 지역으로 몰리는 목사들

moonbeam 2018. 7. 2. 10:52



  • 교인은 감소하고 있지만, 교회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는 교회들을 취재했다. 교회가 몰려 있는 이유가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뭐야 여기. 교회가 왜 이리 많아?' 지난해 11월, 경기도 광명의 한 지역에서 취재원을 만나고 돌아오던 중 깜짝 놀랐다. 오래된 빌라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에는 유난히 교회가 많았다. 다닥다닥 붙은 주택가 사이사이 십자가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비교적 큰 교회 주변에는 무려 4개 교회가 진을 치고 있었다.

    교회가 편의점보다 많은 시대라고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교회가 많았다. '교회가 왜 이렇게 많을까'라는 의문은 '목사들은 왜 이곳으로 왔을까', '교회가 되긴 될까', '교회끼리 상생은 이뤄지고 있을까', '차고 넘치는 교회를 지역 주민은 어떻게 바라볼까' 등 여러 궁금증을 낳았다. 해당 지역 교회를 직접 찾아가 취재해 봤다.

    20분 걸으면 한 바퀴 도는 마을
    교회 수 '27개'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서울시와 광명시 행정구역이 맞닿아 있는 A 지역은, 면적이 3만 2000평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한 바퀴 도는 데 어른 걸음으로 20분이면 충분하다. 오래된 빌라가 150여 채 들어서 있는 이곳은 '자연부락'으로 불리기도 한다. 30년 전만 해도 마을은 논밭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늦게 도시 개발이 이뤄졌다. 1990년 초 개발과 함께 북쪽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2000년 초에는 마을 서쪽 지역에 아파트가 하나둘 생겨났다. 맞닿아 있는 아파트에는 총 2647세대가 살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교회도 하나둘 생겼다. 이곳에서 26년간 목회를 해 온 장 아무개 목사는 "도시 개발에서 밀려난 교회들이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나섰고, 이곳까지 흘러와 정착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014년 발표한 한국 기독교 단체 수는 5만 5767개다. 흔하다는 편의점(2만 6874개)과 분식점(4만 6221개)보다 많다. A 마을에 있는 교회 수는 27개. 식당(12개), 편의점·마트(10개), 이발소·미용실(5개), 철물점(4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부동산 관계자들도 "교회가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있는 상가보다 임대료가 훨씬 싸다 보니 마을에 몰린 것 같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밀집된 교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자체 건물을 보유한 교회는 5개뿐이었다. 나머지 22개는 상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임대료는 지하와 지상이 달랐다. 지하는 1000만 원대 보증금을 끼고, 월 30만 원대였다. 지상의 경우 월 50만 원 이상이었다.

    교회를 개척한 지 2개월 된 박 아무개 목사는 "세가 부담돼 지하로 왔다. 지상으로 가려면 월 50만 원을 줘야 하는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확실히 지하가 어둡고 습하다 보니까, 지상에 있을 때보다 교회가 잘 안 된다. 사람들이 안 찾아온다"고 말했다.

    지상에 예배당을 둔 교회라고 해서 꼭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마을 서쪽에는 13개의 상가 교회가 밀집해 있다. 길 하나를 두고 교회와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꼴이다. 이 중에는 심지어 교단이 같은 곳도 있다. 상가 2층에서 10년째 목회하는 이 아무개 목사는 "원래 교인이 100명 정도 됐는데 10년이 지난 현재 20명으로 줄었다. 우리 교회는 외지인이 주로 찾는다. 마을 주민은 근처 큰 교회로 간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상가 교회보다 규모가 월등히 큰 교회 3개가 있다. 두 곳에는 500여 명이, 다른 한 곳에는 40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세 교회 모두 자체 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두 교회는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 있다.

    A 지역 인구는 어떻게 될까. 마을에 인접해 있는 아파트 전체 거주자는 7900여 명이다. 마을에 거주하는 인구 700여 명을 더하면 8600명 정도 된다. 개신교인이 전체 인구의 1/5이라고 가정할 경우, 교회 다니는 인원은 약 1720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세 개의 큰 교회에 다니는 교인 1400명을 제외하면 320명 정도 남는다. 단순 계산대로라면 24개 교회에서 320명을 분담하는 셈이다. 그럴 경우 한 교회당 평균 13.3명에 지나지 않는다.

    8600여 명이 거주하는 밀집 지역에는 27개 교회가 있다. 마을에 있는 편의점보다 많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목사들 "교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주민들 "가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뉴스앤조이>가 만난 상가 교회 목사들은 "교회가 많아도 상관없다", "교회마다 비전이 다르다", "어디를 가나 포화 상태다", "교회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교회 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7년간 목회해 온 이 아무개 목사는 "족발집 골목에 족발집 하나 더 들어선다고 해서 문제 될 게 있는가. 교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주민들 생각은 다르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어느 순간 교회가 많아졌다. (임대료가) 싸니까 몰리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도 교회에 가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기자에게 들으니 교회가 많다는 걸 알겠다. 이전까지 교회가 많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그만큼 존재감이 약하다"고 말했다.

    목사들은 어떤 경위로 교회가 많은 곳에 또 교회를 개척하게 된 걸까. <뉴스앤조이>는 이 지역에서 목회하는 목사 총 10명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저마다 사연은 구구절절했다. 소수의 중·대형 교회와 대다수의 작은 교회, 작은 교회 목사들이 느끼는 무력감 내지 열패감, 인구 대비 너무 많은 교회들… 마치 한국교회 축소판 같았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들의 사연을 소개할 예정이다.

    교회가 많은 것에 대해 목회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