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교회는 전염병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

moonbeam 2020. 3. 27. 16:28

교회의 위기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이다. 몇 주 동안 예배로 모이지 못하는 것보다,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성도들이 교회에 출석을 잘 안하게 될 수 있다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기 앞에 있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의 사정을 자세히 헤아려 듣지 않는다. 개신교에는 모이는 예배가 중요한 특성이 있고, 개교회 중심이라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불가능하다는 사정이 있지만, 여론은 문을 꽁꽁 걸어 잠근 가톨릭이나 불교와 단순비교한다. 게다가 신천지도 “교회”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 뿐인가. 사람들 줄 세워서 입에 소금물을 뿌린 곳도 “교회”였다.

교회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대목이 여럿 있었다. 입시학원들과 유흥업소들, 콜센터 같은 곳은 그대로 놓아두고 교회만 특정해서 명령하는 느낌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강력한 발언들에 이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이 절정이었다. 2m 거리를 두고 예배하라고 권고하는 공무원들은 회의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지자체장들의 꼼꼼한 행정력 사이사이에 정치적 효과를 노린 과장들이 보인다는 시각도 있었다. 국민들은 이런 모습에 민감하다. 지자체장의 노력에 중앙정부가 뒷받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굳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하다.

그러나 지난 21일 정세균 총리의 담화가 변곡점이었다. 이날 담화에서는 종교, 실내체육, 유흥시설 등에 대해 보름간 중단을 권고했다. “술집은 열게 하면서 교회는 왜 막느냐”는 비판은 이미 지나간 것이 되었다. 토요일 이전에는 열심히 막아 보자, 학교 개학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였지만, 토요일 담화에는 최선을 다해서 4월 6일 개학을 성취해 보자는 의지와 호소가 담겨 있었다. 여론도 이에 적극 호응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예배에서 사람 간 간격 요구를 1~2m로 완화한 것도 이날이었다. 온 국민이 힘을 합해 따라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일부 교회가 또 모였고, 서울시 기준으로 단 한 교회가 규정을 지키지 않았는데 그 행태가 언론에 크게 보도 되었다. 그 후 일부 교회에 확진자 접촉이 있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를 향한 여론은 급속히 차가워지고 있다. 종교탄압이라는 말까지 꺼내면서 정부와 갈등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종교의 자유?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각 교단은 정부나 언론 등 외부와의 갈등을 가급적 줄이고, 전염병극복을 위한 전 사회적 노력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각 교단의 규칙과 문화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강력한 협조 당부 메시지를 산하 교회에 보내야 한다. 개신교가 자랑하는 개교회의 주권이 중앙집권적인 종교에 비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

둘째, 각 교회는 최소한 3월 29일이라도 현장예배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나름대로 선을 지키면서 교회에 요구했으나, 지역주민들은 지난 주일 현장예배를 거칠게 반대했다. 사회의 여론은 더욱 싸늘하다.

셋째, 그래도 현장예배를 꼭 해야 하겠거든, 현장에 공무원들을 “초청”하기 바란다. 지자체가 보내서 감시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예배를 지켜주는 “도우미”라 생각하자. 최대한 예를 갖추고, 지시에 철저히 순응하고, 담임목사와 함께 웃는 모습으로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 바란다. “수고에 감사 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공무원들도 고생하는 우리 이웃이다. 교회가 예배로 모이지 않았으면 쉴 수 있는 시간에 여기 나와 있는 것이다.

2세기의 순교자 폴리캅은 자신을 체포하러 군병들이 집에 들이닥쳤을 때, 그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차려 주었다. 초대 교회 교인들은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켰지만, 그들의 태도는 의연했고 박해자를 향해서도 친절했다. 이런 태도가 박해자들을 감동시켰고, 백성들의 마음을 얻었으며, 마침내 강고한 제국을 흔들었다. 우리도 같은 복음을 받았으니, 똑같이 의연해질 수 있다. 교회가 당하는 아픔과 부당한 압력을 품어 내고, 교회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주님께 맡기고, 의연해질 수 있는 용기를 위해 기도하자. 그리고 전염병 극복의 노력에 앞장서자. 주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401995&fbclid=IwAR3umPVmCAlqFLmHpN5hq9fLIOkhiPpil-1mSnG2A2Oe1siW1mTRtEvjY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