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목사님 설교 준비 좀 잘하세요.

moonbeam 2014. 8. 8. 21:00

“목사님들이 많이 분주하시겠지만 성경 말씀을 더` 뚜렷하게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에 목 말라 하면서도 목사님께는 정작 요청하지 못하는 마음을 빨리 알아차려 주셔야 합니다.”서울의 A 교회에 다니는 40대 초반의 신자는 이렇게 토로한다. 목회자에게 ‘말씀’ 준비는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분주한 일에 휩쓸릴 때가 적지 않다.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목회자들의 ‘시간 활용’은 담임목회자라면 그 자신에게 재량권이 있기 때문에 더욱 탄탄히 조여 매지 않으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 설교 잘한다고 착각하나?

“초신자가 아니라면 성경 본문만 들어도 오늘 목사님의 설교는 어떤 주제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훤히 알 수 있습니다. 다 알고 있는 내용, 같은 내용의 방식, 스스로 감동 없이 전해지는 설교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되고 있습니다.”

A 교회 신자는 목사님들이 설교준비에 좀 더 몰두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스스로 예배에 참여해 은혜를 갈구하는 마음이 있다가도 계속 ‘뻔한 설교’가 되버리면 그마저도 수그러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신자는 말씀에 갈급한 나머지 말씀이 좋다는 다른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를 남편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목사님은 저것의 반만 준비를 하셔도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진다.

“단순히 말씀이 좋고 안 좋고를 말하는 것 같지만, 영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전적으로 말씀에 푹 빠져 목사님의 삶이 그 속에 젖어있으면 그것을 바라보고 듣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도전이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 말씀을 따라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게 되구요.”

사람이 모인 공동체를 뛰어넘어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성도들의 공동체인 교회를 이끌어 가기란 만만치 않음을 그 신자도 안다고 했다. 그러나 목회자 한 사람의 영향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대한’ 것이 우리 한국교회의 현주소라는 것을 안다면 힘들고 어려워도 목사님들이 조금 더 말씀 앞에 자신을 세우고, 많은 현실적인 부분을 포기하는 용기있는 삶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요청하고 싶다고 말한다.

“목사님께 설교에 대해 함부로 누가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겠어요. 그저 신자들 각자가 끙끙대며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목사님들은 자신이 하는 설교에 신자들이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좋을지….”

# 말씀탐구에 전념토록 서로 도와야

서울 마포구에 있는 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는 50대 후반의 B 교회 신자는 목사님들의 시간을 가급적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들 돌이다, 백일이다, 사업체 개업이다 하면서 기도 한 번 받으려고 목사님을 초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습니까. 특히 토요일에 그런 일이 허다하지요. 토요일 서울 도심의 차량은 너무 많아 시간을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한 시간 넘는 시간을 들여서 말이지요.”

신자들이 중요하다싶어 목회자를 초청하는 데 ‘안 돼’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의 목회자들의 생각인 것 같다. 목회자들 중에는 ‘심방’을 원하면 교회로 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시간 쓰기를 ‘말씀 탐구’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드문 일이다.

“제대로 된 신자라면 목사님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셔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신자들의 영의 양식인 말씀을 충실하게 먹이시려는 진정성이 보이고 신뢰관계가 형성만 돼도 말씀을 탄탄히 준비하시는 것을 더 기쁘게 생각할 것입니다.”

담임목회자 스스로만이 아니라 부교역자에게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말씀 공부에 매진토록 시간을 갖게 하는 목회자들은 후배 목회자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 반면 교회의 예산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부교역자를 새벽 3시부터 차량운행을 시키는 목회자들이나 동역자로서 대우하지 않는 이들은 존경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 일하기 시작했지만 저녁예배까지 끝나면 밤 9, 10시다. 처음엔 열정적으로 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영성을 다듬어가기란 더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그런 교회는 부교역자를 ‘심부름꾼’ 다루듯이 하기 때문에 하루 몇 시간이라도 ‘말씀’에 탐구할 시간은 거의 없기 마련이다.

“그런 목회자를 보는 신자들도 편하지가 않습니다. 어떤 장로님들은 정말 하대 취급 하기도 하니까요. 그런데도 담임목사가 아무 제제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담임목회자의 목회관, 인성이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은커녕 근심스러운 말을 듣고 있는 세대, 이 시대의 신자들 중에는 그래도 하나님을 따라 살기를 날마다 다짐하며 실행하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때일수록 목회자들이 다른 어떤 것에 마음과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말씀’에 더욱 집중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청중인 신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그 신자는 말한다.

대다수 목회자들에게 주일 설교는 일주일 동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부담감을 갖는다. 그런데 일방적인 선포로 끝날 수도 있지만 신자들이 목회자의 설교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 한번 물어보면 어떨까?

“오늘 제 설교 어땠습니까?”

이 질문에 “은혜로웠습니다”라는 답변이 아니라 좀 험한 말이 튕겨져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도전이 될 것이고, 이후 설교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