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세월호 잊으라 강요하는 세력에 교회가 저항해야 --- 교회협, 세월호 1주기 신학토론회

moonbeam 2015. 3. 27. 18:35


실종자 가족·신학대 교수 참가

"갈등조장 등으로 반응한 교회… 생명의 종교이기를 포기한 듯"

세월호 신학토론회

24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신학토론회’ 패널들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허다윤양 아버지 허흥환씨의 이야기를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엄마는 밤새 기도한다.

“하나님 죄송하지만 저 내일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딸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아침이면 눈을 뜬다. 엄마는 옷을 챙겨 나서며 세월호에 갇힌 딸에게 기도한다. “다윤아. 엄마가 너 꺼내달라고, 찾아달라고 사람들한테 말하고 올게.”


세월호 참사 실종자 허다윤양 어머니의 이야기다. 신이 너무 밉다고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이 없다고 목메어 우는 그녀에게 “모든 게 주님의 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신이 어디 있냐”고, “아이들이 무슨 죄냐”고 반문하는 세상에 종교는 과연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교회와 신학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4일 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연 세월호 참사 1주기 신학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교회가 어두운 현실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세월호를 기억하고, 저항하고, 치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강조했다.

박창현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세월호가 하나님 뜻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우리가 저지른 사건이고, 잘못된 일의 해결이 과제”라고 입을 뗐다. 이어 “교회는 그간 자기 몸집 부풀리기와 자기 살기에 급급해서 존재 이유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다”며 “위험을 경고하지 못했고, 이후 잘못에 대한 회개를 선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세월호 막말’로 문제가 된 교계 인사들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맘몬(재물 및 우상)을 경고하긴커녕 오히려 교회가 거기 편승해 3,000억원대 교회를 지었다고 세상에 자랑할 정도로 양심이 무뎌졌다. 국민이 불행 앞에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교회마저 손 놓고 울다 ‘이제 좀 그만해라. 천국 가지 않았냐’고 얼버무렸다. 과연 그래서 교회가 소망이 될 수 있겠나.” 앞서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조광작 오병이어교회 원로목사 등은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을 모욕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었다.

김은혜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참사에‘국가분열’‘갈등조장’등의 말로 반응한 한국교회는 더 이상 생명의 종교이길 포기한 듯하다”며 “많은 한국교계 지도자들이 세월호 언급조차 꺼리는 태도를 마치 애국인양 포장하고 생업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교회를 하나님의 가장 큰 명령인 이웃사랑의 불능자로 만드는, 교회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세월호를 망각한 채, 희생적 죽음을 망각한 채로는 어떤 신학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교회가 기억의 공동체, 고통을 야기한 세력들에 대한 대항의 공론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다윤양의 어머니를 비롯해 이날 참석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의 증언에 대부분 패널이 눈물을 쏟았다. 힘겹게 말문을 연 허양의 아버지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아이를 그 캄캄한데 남겨두지 말고 친구들 곁으로 가족 곁으로 돌려보내달라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울먹였다.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얼마나 저를 찾았을지, 무서웠지, 아팠을지 생각하면 살 수가 없다”며 “휘어진 냄새 나는 흙이 쌓인 배 안에 아직 내 자식이 있다는 것이 정말 괴롭다”고 말해 인양촉구를 호소했다.

패널 토의에서는 “잊으라 강요하는 세력에 교회가 저항해야 한다” “생존자를 비롯한 1차당사자, 유가족과 실종자가족 등 2차당사자, 참사를 지켜보며 상처받은 모든 3차당사자들을 위해 교회가 넓은 시각으로 나서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참사 당일부터 촛불기도회를 해온 안산희망교회 김은호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우연한 사건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며 “교회가 더욱 더 지역사회의 더불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확장시켜나가며 공존해야 한다”고 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