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군자주권이 없는 군대

moonbeam 2015. 11. 23. 12:48

최근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을 놓고, 군사주권 포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전작권을 둘러싼 한반도 안보 문제가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의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연재 글을 게재합니다. 이 연재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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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훈련 바라보는 최윤희 합참의장 12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실시된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2014 호국훈련 남한강 도하작전을 최윤희 합참의장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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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합참의장이나 4성급 지휘관은 6개월 전에 내정된다. 임용을 준비하면서 그들은 부대와 작전의 특성, 장기기획과 비전까지 다 준비해 부임하는 첫날부터 업무를 수행한다. 그렇게 준비해서 온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도 업무가 너무 바빠서 항상 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검색하고 업무를 보았다.

그런데 한국 합참의장은 부임 전날까지 누가 임용될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그 자신도 모른다. 그래서 막상 부임하면 첫날부터 업무보고를 받기에 바쁘다. 그런데 합참 13명의 부장들이 올리는 보고서는 야전과 용어도 다르고 개념도 다르다. 합참 경험이 있다면야 그런대로 소화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성 없는 합참의장... 비전문가가 해도 되는 자리 아냐

사정이 이러니 한국의 합참의장은 골프 치고 회식할 시간도 없어야 한다. 그런 일에 시간을 뺏기면 부족한 전문성을 무엇으로 보완하겠는가. 그런 합참의장마저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김태영(육사 29기), 이상의(육사 30기), 한민구(육사 31기), 정승조(육사 32기) 4명이나 거쳐갔다. 임기 2년을 제대로 채운 합참의장이 없는 셈이다.

이중 이상의·한민구는 합동작전 직위에 근무해 본 경험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최윤희(해사 31기) 합참의장은 합동작전은커녕 해군 작전지휘관도 제대로 역임한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 합참의장은 원래 비전문가가 해도 되는 자리처럼 인식되고 말았다.

그나마 합참의장만 경험이 없다면 모르겠다. 작전본부장, 작전부장과 같은 자리까지 비전문가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합동작전 교육을 담당하는 군 기관은 합동참모대학이다. 합참 중령급 이상 장교 중 합참 대학 이수자는 20%밖에 안 된다. 이런 최고 지휘부에 필자가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무기체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한국군은 700종의 무기체계와 4700여 개의 납품업체를 거느린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생태계다. 그런데 작전을 지휘하는 합참이 각 군의 전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합동작전의 판을 짤까? 이는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 이런 조직이 바로 지금의 합참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미군만 믿고 군사대비태세 소홀... 어느 나라 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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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평도 포격 당시, 합참의장은 F-15K에 공대지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12월 F-15K 전투기 편대가 한반도 상공을 편대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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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합참의장과 작전본부는 연평도 상공에 있던 F-15K가 공대지 타격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지 못했고, 뒤늦게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육군 출신 합참 고위직이 공군의 무기체계 특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같은 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 작전사령부는 천안함에 장착된 음향탐지장비(소나)가 북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으나 탐지할 수 없는 구형 소나라는 걸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혀냈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면서 초기에 군은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육군의 경우 중대장·대대장들은 유사시 자신의 부대 기동을 통제하느라 바빠서 상급부대의 화력지원과 편제장비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 타군의 지원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면서 막상 군사훈련을 하면 자기 휘하의 부대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통제하느라 거의 모든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황당한 군사대비태세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어차피 전쟁이 나면 미군이 다 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마나도 전작권 전환과 같은 변수가 있었을 때는 이런 점들이 다소 보완되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도 없다. 지난 2007년 김관진(육사 28기) 합참의장은 "전작권 전환이 군 100년의 역사를 좌우할 중차대한 임무"라며 개혁을 주도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권이 바뀌자 이제는 군이 제멋대로 운용되도록 내팽개친다.

당시 전작권 추진 TF 단장(당시 준장, 지금 중장)은 국회 한나라당 의원실로 전화해 "지구상에 작전권 없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만일 작전권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할복이라도 할 심정"이라고 해 국회 보좌관을 놀라게 한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남 일처럼 생각한다.

지금은 퇴임한 김장수(육사 27기) 당시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한국군은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던 인물이다. 그도 지금은 말이 없다. 이러는 동안 합동참모본부는 방황하고 있고, 각 군은 연합이 뭔지, 합동이 뭔지 개념도 모른 채 일상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그게 편리하고 좋기 때문이다. 언제나 미군이 이 나라를 지켜줄 것으로 믿기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군을 미군은 이상하게 본다. "미국에서 전쟁하냐? 너희 나라 전쟁 아니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