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막막한 신대원 졸업생 진로

moonbeam 2016. 3. 14. 08:56



정도출 목사
전 총회 규칙부장ㆍ비전교회

한국교회는 목회자의 공급 과잉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목회자의 수급문제는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교단 7개 신학대학교에서 해마다 목사후보생(신학대학원 졸업생) 800여 명이 배출되고 있지만, 전임 사역지를 찾지 못해 '사역지 절벽'을 체감하고 있는 졸업생들이 많다고 한다. 

각 신학대학원장과 졸업생을 인터뷰한 한 기사에 의하면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는 '전임사역 2년(전임 1년+파트 2년)'의 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졸업시 전임 비율이 20% 미만으로 80% 정도가 막상 갈 임지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목회자 수급과 공급의 균형을 맞추지 않고 교역자를 과잉 배출한 교단 차원의 신학교육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보며, 교세 감소에 따른 사역지의 감소도 근본적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즉, 목회 사역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목회자가 과잉 공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단순히 현상만 바라보면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 대책에 마음을 모아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우리는 복음에 빚진 자로서 최선을 다해 사명을 감당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나아가 복음을 전할 때 회심하고 믿는 자들이 생겼고 교회로 모이게 됐다. 전도하기 이전에 믿는 자들이 모이던 교회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도함으로 믿는 자들이 생겼고 교회로 모였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전 인구의 상당수가 불신자이다. 

아직도 복음을 필요로 하는 사회이고 계속 전해져야만 한다. 불신자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주님께로부터 소명을 받은 목사가 앞장서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목사 공급 과잉을 문제삼기보다는 오히려 소명을 받은 영적 전투력을 갖춘 목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총회와 7개 신학대학교가 머리를 맞대고 발상의 전환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첫째, 어렵게 신학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목사고시에 합격한 목사후보생들에게 목사 안수의 기회를 줘야 한다. 졸업생 전임 비율이 20% 미만이라고 하니 목회를 위한 전임사역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전임 사역지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전임 사역지로서 전통적인 목회 사역지 뿐만 아니라 헌법 정치 제27조 4항(전도목사)의 사역지인 '국내외에서 연합기관과 개척지 또는 군대, 병원, 학원, 교도소, 사회복지시설(양로원, 보육원, 요양원 등), 산업기관, 국내 거주 외국인 등에 전도하는 사역'까지 폭넓게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현재 교계에서는 목회 수급 불균형과 교인 감소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목회와 동시에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갖는 목회자들이 증가해 이에 대한 신학적 분석과 대안을 발 빠르게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한국기독교언론포럼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목회자의 55%가 '이중직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응답하는 등 이제 다수의 목회자들이 이중직에 대한 시대적 필연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미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지난해 총회에서 '목사이중직 연구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연구위는 "목사는 하나님의 소명, 사명, 희생, 헌신, 전문성과 집중성에 근거해 한 가지 직업에 집중하고 전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 이중직에 종사하는 목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여 총회와 노회는 헌법이나 규정을 근거로 이것을 막거나 정죄하기보다 이중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중직을 택할 수밖에 없는 목회자들의 상황과 어려움에 연민과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목사 이중직은 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생존권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므로 목회 사역지에서 목사로서의 생존권 보장이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 목사 이중직은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생계형 이중직과 함께 다변화된 사회 현실에 맞춰 복음을 전할 목적으로 다른 직업군에 종사하는 소명형 이중직도 인정돼야 할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처럼 목사이중직 조항을 명시하지 않아도, 헌법 정치 제27조 4항(전도목사)의 사역지와 사역 대상인 '국내외에서 연합기관과 개척지 또는 군대, 병원, 학원, 교도소, 사회복지시설(양로원, 보육원, 요양원 등), 산업기관,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을 확대 해석함으로 목사 이중직이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헌법 시행 규정 제22조의 '목사는 당회(당회가 없으면 제직회)의 청원과 노회(폐회 중에는 정치부와 임원회)의 결의로 총회 산하기관이나 교회에 겸직할 수 있으며 … (중략) … 단, 총회 산하기관이 아닌 외부기관일 경우에는 겸직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조항에 의거해도 목사 이중직이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 조항들에 의한 이중직 허용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허용 조항을 새롭게 제정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잘 훈련된 목사 후보생들에게 안수 받을 수 있는 폭 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목사 이중직을 인정함으로 목회자들이 다변화된 사회를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증거하여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복음에 빚진 자로서 최선을 다해 사명을 감당해 왔던 우리 선배 목회자들의 복음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본받아 아직도 복음을 필요로 하는 한국사회에서 소명 받은 목회자로서 불신자들을 전도하고 변화시키는 일을 위해서 더 힘써야 할 것이다.


정도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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