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배꼽을 만나러 출근길을 일부러 빙 돌았다.
이미 폐허가 되어 터 닦는 공사가 한창이라
트럭들이 먼지를 뿌리며 달리는 길을 조심스레 걸었다.
매년 그 자리에서 만나던 놈들이 보이기는 보이는데
예년 같으면 제법 모양을 뽐내며 얼굴을 곧추 세울 놈들이
올해는 영 힘도 없고 추레하다.
원래 이 놈도 돋친 가시가 보통이 아니지만
우거진 한삼덩굴 사이에 겨우 비집고 올라온듯해서 불쌍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놈들마저 곧 이 근처에서 다 사라지고 말겠지.
하찮은 풀이지만 영영 다시 못 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
오늘도 날은 엄청 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