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누구든지

moonbeam 2016. 8. 23. 08:54

시를 못 써도 좋습니다.

떨어진 꽃잎에서도 향기를 맡아낼 수 있다면

흘리는 땀에서 사람의 냄새를 찾아낼 수 있다면

언뜻언뜻 마주치는 모습에서

숨겨져 있는 사랑을 볼 수 있다면

말 못 하는 이의 가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시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파란 새싹에서 빨간 열매를 볼 수 있다면

막걸리 한 사발에 허튼 소리도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수없이 스쳐가는 많은 만남 속에서도

하나의 눈망울을 기억할 수 있다면

듣지 못 하는 이에게 눈으로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정말 시인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웃고 웃으며 떠들고 화내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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