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임세웅(49)씨다. 지리산 자락, 전라남도 구례에 살면서 택시를 운전하는 문화관광해설사다. 경기도 용인과 캐나다에서 살다가 구례로 옮겨온 지 이제 5년 됐지만, 구례에 관해선 원주민보다도 더 많이 안다. 구례에 대한 애정도 깊다.
▲ 임세웅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지리산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하고 있다. 임 씨는 삶터를 구례로 옮겨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귀촌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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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7년 동안 산 아이들의 원만한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도시가 아닌 시골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구례를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구례는 캐나다로 건너가기 전에, 마지막 한국 여행으로 전주, 남원, 구례, 하동을 여행하면서 와본 게 전부였거든요."
지난 8월 18일 지리산 화엄사에서 만난 임씨의 말이다.
캐나다에서 무작정 날아온 구례, 행복을 찾다
▲ 임세웅 씨는 관광해설을 하는 택시 운전자다. 택시를 이용해 구례를 찾은 여행자와 함께 구례를 누비며 해설을 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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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세웅 전남문화광광해설사가 화엄사 각황전에서 관광해설을 하고 있다. 그가 추천하는 구례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각황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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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처음 한 일이 피아골의 주차관리였어요. 막노동도 했고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아무런 준비 없이 내려왔으니까요. 농사를 지어보려고 나름 노력도 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택시 운전을 하게 된 이유죠. 생계를 꾸리면서 지리도 익히려고요."
임씨는 구례로 내려온 지 1년 만에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택시를 탄 승객들이 구례의 여기저기를 물어오는데,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했다. 여행자들이 화엄사 등 유명 관광지만 스치듯 보고 가는 것도 아쉬웠다. 2013년 6월 문화관광해설사 교육을 신청했다.
하지만 해설사 교육장인 전남도립도서관(무안)까지 매번 오간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었다. 첫날 수업만이라도 듣자는 마음으로 2시간 가까이 달려 교육장까지 갔다.
▲ 구례에 있는 정유재란 승전공원 풍경. 명량대첩을 앞둔 이순신 장군이 조선수군을 재건하던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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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읍사무소와 복원된 명협정 전경. 정유재란 당시 구례현청이 있었던 자리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고 조선수군을 재건할 당시 왜군을 물리칠 방안을 논의하던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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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문화관광해설사 인증을 받은 임씨는 이듬해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주민가이드, 자원활동가 활동을 시작했다. 지리산 둘레길을 제대로 안내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엔 산림청이 주관한 숲길 체험지도사 인증도 받았다.
최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지역문화사업 기획인력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문화 이장'이 됐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직접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이었다.
그가 기획한 프로젝트는 구례를 제대로 보려면 아홉 번은 찾아야 한다는 뜻을 담은 '구래(九來) 올래(all來)'. 교육을 받은 택시 운전자들이 여행 안내를 하는 가칭 '구례여행특공대' 양성이 주된 내용이다. 임씨는 실습비를 지원받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감 가는 동네 구례, 정말 좋죠"
▲ 구례 문척에서 본 섬진강과 지리산 풍경. 임세웅 씨가 삶터를 구례로 옮기게 만든 풍경 가운데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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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세웅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화엄사 각황전을 올려다보고 있다. 임 씨 뒤로 보이는 전각이 화엄사 대웅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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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가 구례에 사는 이유다. 그는 문화관광해설사, 국립공원 자원활동가·주민가이드, 숲길 체험지도사 자격을 가지고 택시를 운전하며 구례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지역과 지리산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구층암이요. 모과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차방에 앉아서 스님이 내어 준 야생차를 마시고요. 화엄사 계곡 숲길을 산책하고, 각황전 안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오산 사성암에 오르면 지리산과 섬진강, 구례 들녘을 조망할 수 있어요. 옛집 쌍산재를 뉘엿뉘엿 돌아보는 것도요."
구례를 제대로 여행하는 법 몇 가지를 알려달라고 묻자 임씨가 답한다.
▲ 임세웅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화엄사 각황전 앞에서 여행자에게 각황전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각황전은 화엄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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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사 각황전에 있는 국보 괘불탱화 보관함. 임세웅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괘불탱화 보관함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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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황전은 규모나 아름다움에서 화엄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우리나라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됐다. 국보 제67호로 지정돼 있다. 건축물의 지붕을 받쳐주는 보조 기둥인 활주도 활처럼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안에는 국보로 지정된 괘불탱화가 보관돼 있다.
사성암은 오산 꼭대기의 벼랑 끝에 걸린 암자다.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의상대사 등 4명의 성인이 수도를 한 곳이다. 쌍산재는 1만6000㎡가 넘는 터에 들어선 옛집이다. 대숲과 오동나무 터널을 거닐면서 삶의 여유와 함께 숲길의 호젓함까지 맛볼 수 있다.
▲ 화엄사에 딸린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 임세웅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화엄사를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이 구층암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갖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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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쌍산재 풍경. 대숲과 오동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옛집이다. 이 집을 거닐면서 호젓함과 함께 삶의 여유를 맛보는 것, 구례를 제대로 여행하는 법 가운데 하나라는 게 임세웅 전남문화광광해설사의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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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윤서아빠의 좌충우돌 구례 택시 이야기'(blog.naver.com/sswlim)를 운영하는 임씨는 오늘도 택시를 타고 구례를 누비며 여행자들에게 지리산과 섬진강, 구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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