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머리 굴리기(펌)

"글 써봐야 안다,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 여기서 창의성 출발"

moonbeam 2017. 2. 24. 11:24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6] 서울대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의 글쓰기·토론 예찬

매주 쓰고 토론하는 전공 수업
학생들 "힘들지만 남는게 많아"

朴교수 "철학자 베이컨이 말했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고 쓰기는 정밀한 사람을 만든다
대학서 이 두가지는 꼭 가르쳐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전공 탐색 수업인 '심리학: 인간의 이해'는 학생들 사이에 "어렵지만 도전해볼 만한 수업"으로 알려져 있다. 1학년 대상 수업인데 타과 2~3학년들이 일부러 찾아와 들을 만큼 인기가 높다. 동시에 수강 신청자 절반이 학기 초에 수강을 취소할 만큼 학습량이 많고 어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담당 교수인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는 "매 학기 40~50%는 수업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가 학생들의 창의성 발현을 위한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박주용 교수가 학생들의 창의성 발현을 위한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창의성 교육을 위한 교수 모임'의 일원인 박 교수는 "대학 교육은 토론과 글쓰기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론하에 본인 강의를 그렇게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매주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다음 주에 토론할 주제를 제시한다. 예컨대 '대입 시험을 지능검사 시험으로 대체하면 어떨까'라는 주제와 함께 '사이언스' 같은 잡지 기사 스크랩 등 관련 읽을거리를 준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며칠씩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A4용지 한 장 정도로 답안을 작성해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 올리면, 다른 학생들이 읽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모든 학생이 각각 임의로 배정된 다른 학생 서너 명의 글에 대해 평가를 남긴다. 박 교수는 "매주 쓰기 과제가 있으니 각 학생은 한 학기에 12~13장 분량의 글을 쓰는 셈"이라며 "암기 위주의 입시 교육만 받아온 우리 학생들에게 쉬운 과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 당일에는 학생들이 3~4명 규모의 소그룹별로 토론을 벌인다. "타고난 지능에 의한 위계질서를 조장할 것"이라거나 "이미 우리 대학 제도가 그런 사회를 만들었다" 같은 갑론을박이 오간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올린 글 중에 좋은 것 몇 가지를 수업 시간에 소개할 뿐이다. 이따금 학생 사이를 오가며 어떤 토론이 오가는지 귀를 기울이기도 하지만 개입은 최소한만 하고 있다.

창의성 계발에 왜 '쓰기'를 강조할까. 박 교수는 철학자 베이컨의 말을 인용해 "독서는 완전한(full)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ready) 사람을, 쓰기는 정밀한(exact) 사람을 만든다"며 "독서와 토론과 쓰기는 창의적 사고를 위해 갖춰야 할 기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라는 괴물로 인해 토론과 쓰기 교육이 거의 배제되고 있다"며 "대학에서 늦게라도 토론과 쓰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효율적인 토론을 위해 생각을 정리하도록 쓰기 과제를 많이 내주는 것이다.

"글을 써봐야 생각이 정리되고 무엇보다 '내가 어디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말로는 안다고 하는 내용도 글로 옮기려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극명하게 나타나죠. 그제야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 즉 창의성이 발현하는 것입니다."

수강을 취소하지 않고 한 학기 내내 완주한 학생들 사이 평가는 매우 좋은 편이다. 수강생 김서연(경제학부)씨는 "통상적인 강의·암기 위주 수업과 다르게 학생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수업이었다"며 "매주 쓰기 연습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강의 평가에서 학생들은 이 수업에 평균 4.2점(5점 만점)을 매겼다. 4.0점 이상이면 선호하는 강의라는 평을 받는다. 학생들은 강의 평가란에 "힘들어요!" "그래도 이런 수업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같은 평을 남겼다. 박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4/20170114002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