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시로 연락해 말동무 되어줘
- 경비실 에어컨 설치 논란에 … "부모한테도 아깝다 할 건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윤중(성북구 석관동)
요즘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갑질을 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들 많았죠. 어제는요. ‘경비실에 에어컨을 놓으면 주민들 수명이 줄어든다.’ 이런 공고문을 붙인 아파트가 보도되면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요. 주민인 할아버지가 사비를 털어서 경비실마다 에어컨을 설치해 줘서 화제입니다. 알고 보니 사연이 있다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그 할아버님 만나보죠. 김윤중 할아버지 연결이 돼 있습니다.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 김윤중>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디 사시는 분이시고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 김윤중> 성북구 석관코오롱아파트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석관코오롱아파트 (웃음) 좋은 일이니까 이거는 자랑하셔도 되겠어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김윤중> 지금 팔십하나인데 팔십으로 하시면 되겠어요.
◇ 김현정> 팔십 되셨고. 그런데 아파트 경비실마다 에어컨을 다 선물하신 거예요?
◆ 김윤중> 5대 했어요, 5대.
◇ 김현정> 그러면 돈도 꽤 많이 쓰셨겠는데요?
◆ 김윤중> 내가 주기로는 한 160만 원 줬죠.
◇ 김현정> 사실은 안 써도 되는 돈 160만 원을 턱하니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셨을 텐데, 어떻게 좀 부자세요?
◆ 김윤중> 아유,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는데 무슨 부자예요. (웃음)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어떻게 사비를 털어서 경비실마다 에어컨을 놔줘야겠다,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 김윤중> 우리 집사람이 이렇게 활동하고 살아 있을 적에 걸어다니지 못하고 휠체어를 내가 끌고 이렇게 산책을 많이 시켰어요.
◇ 김현정> 언제 돌아가셨어요, 사모님이?
◆ 김윤중> 4월 27일날.
◇ 김현정> 4월 27일에. 그런데 살아계셨을 때 편찮으셨군요?
◆ 김윤중> 네. 그래서 산책을 하고 그러면 경비들이 음료수도 주고 빵도 사다주고 그랬죠. 휠체어도 갖다 끌어다대주고 그런 식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죠.
◇ 김현정> 아내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좀 고마운 일들이 좀 있었어요?
◆ 김윤중> 장례식장을 다 찾아왔더라고요, 조문을.
◇ 김현정> 사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 경비원 분들이 장례식장에 조문까지 오셨어요?
◆ 김윤중> 그럼요, 부조하고 조문하고 했죠.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 (사진=주민 제공)
◇ 김현정> 아니, 사실은 그 정도로 주민하고 경비원이 깊이 정을 나누는 곳이 요새 많이 없는데요. ◆ 김윤중> 그러니까 제가 감격을 더 받는 거죠.
◇ 김현정> 감격을… 와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경비원 분들이.
◆ 김윤중> '갑자기 돌아가셔서 참 서운하다. 형님이 참 외롭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죠.
◇ 김현정> 아이고, 형님이 외로우시겠어요. 우리 할아버님한테 외로우시겠어요, 하면서 격려도 해 주시고. 실제로 장례 끝나고 나서도 많이 챙겨주시고요?
◆ 김윤중> 장례 끝나고 나니까 내가 허전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윤중> 쓸쓸하고 그러니까 자기가 쉬는 날에는 전화해서 나오라고 그래서 같이 놀러도 다니고 근무하는 날은 또 인터폰해서 밖에 나와 돌아다니라 그러고. (웃음)
◇ 김현정> '바람 쐬셔야지 계속 그러고 계시면 안 돼요, 할아버지' 그러면서?
◆ 김윤중> 네, 그렇게 자꾸 권고를 하는 거예요. 집에 못 있게.
◇ 김현정> 우울해지실까 봐.
◆ 김윤중> 누가 동 주민 장례식 하는데… 다 경비원하고 미화원 아주머니들도 다 오셨어요.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런데 그분들이 그렇게 오셨다는 얘기는 그전에 아내분이 살아생전에 그분들한테 잘하셨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 김윤중> 그거는 내가 같이 다니면서 대화를 내가 많이 했죠. 고생한다고 나보고 그러고. 장례식장에 다 오셨더라고요, 정말.
◇ 김현정> 그게 너무 고마워서... 그게 너무 고마워서 뭔가 좀 해 줘야겠다. 그런데 선물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에어컨 생각을 하셨어요?
◆ 김윤중> 작년에도 덥고 올해도 엄청 덥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내가 한 가지를 길게 남는 걸 하나 해야 되겠구나. 그래서 에어컨을 달아주면 어떨까 생각해서 우리 집사람 병원비 남은 통장을 내가 털어서 그래서 봉투째 내가 사무실에 갖다 주고서 알아서 해라, 나는 그렇게만 전했었죠.
◇ 김현정> 아니, 참 그 선물을 받으신 경비원들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얼마나 감격하셨을까요?
◆ 김윤중> 그러니까 참 그런 사람이 없다, 이거죠. (웃음)
◇ 김현정> 이런 주민 처음 봤다? (웃음)
◆ 김윤중> 네.
◇ 김현정> 할아버님, 이 뉴스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다른 아파트에서는요. 단지 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면 안 되는 이유 다섯 가지 이래가지고. 첫째, 관리비가 많이 올라간다. 왜냐하면 전기를 쓰니까. 둘째, 공기가 오염된다. 셋째, 넷째, 주민들의 수명이 단축된다. 이거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공기가 오염돼서 그랬다는 건지 뭔지. 여하튼 이런 전단지가 붙었다고 해서 뉴스가 됐었어요. 보셨어요?
◆ 김윤중> 글쎄 말이에요. 그런데 그거는 참 정말 너무하는 거죠. 자기네 만약에 부모들이 그런 생활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니예요. 없는 거 아닐텐데... 그런데 전기세 조금 더 나간다고 이렇게 막말을 하면 안 되죠. 세상이 아무리 저기해도.
◇ 김현정> 아무리 각박해도. 그래요, 그래요.
◆ 김윤중> 그건 안 되는 거예요.
김윤중 할아버지 (사진=주민 제공)
◇ 김현정> 할아버님 이렇게 따끔하게 한 말씀해 주시니까 요즘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깨달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나오신 김에 방송을 듣고 있는 많은 아파트 주민들한테 요새 굉장히 각박하게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한테 할아버님이 여든살의 세상을 많이 사신 분으로서 한 말씀 짧게 해 주실까요? ◆ 김윤중> 아무리 지금 우리 살기가 각박해도 좀 넓은 마음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경비들이 주민한테 더 다가서고, 주민들은 아 이렇게 하니까 경비원들이 더 다가오고 이렇게 하는구나, 그런 마음을 좀 느꼈으면 하는 바람 그거뿐입니다.
◇ 김현정> 좋은 말씀입니다. 아무리 각박해도 베풀며 살면 언젠가 그것이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거란 이야기 우리 명심하면서, 저는 아주 아름다운 동화 한 편 들은 것 같아요.
◆ 김윤중> (웃음) 사실은 저는 이게 이야기가 나갈 줄 몰랐어요.
◇ 김현정> 겸손하십니다.
◆ 김윤중> 정말로 이걸 소장하고 회장님한테 얘기할 적에 누가 해 줬다 이야기하지 말고 비밀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라고 했었어요.
◇ 김현정> 그러셨군요. 좋은 일은 널리널리 알릴 필요가 있고요. 이게 또 모델이 돼서 여기저기에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질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 김윤중> 네.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김윤중>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 석관동에 사시는 김윤중 할아버님입니다. 경비실에 사비를 털어서 에어컨을 설치하셨는데 알고 보니 구구절절 사연이 있었네요.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