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임한 목사에게 2억? / 장로들, 사임 사유 안 밝히고 제직회 승인…교인들 반발

moonbeam 2018. 3. 21. 12:11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ㅇ교회가 갑작스러운 담임목사의 사임으로 혼란에 빠졌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ㅇ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소속으로 설립 47주년을 맞는다. 출석 교인 약 300명에 1년 예산 6억 원의 이 중소형 교회는, 올해 초부터 담임목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혼란에 빠졌다.

정 아무개 목사는 2006년 6월 ㅇ교회 2대 목사로 부임했다. 교인들은 젊은 담임목사 부임이 정체된 교회 분위기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며 그를 반겼다. 정 목사는 약 11년간 ㅇ교회를 담임했다. 그러다 지난 2월 11일,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갑자기 자취 감춘 담임목사
여교역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 의혹


2월 11일 교회 주보에는 "정OO 담임목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셨다"고만 공지됐다. 정 목사가 왜 인사도 없이 교회를 떠났는지 교인들은 알 수 없었다. 찬양 예배를 마친 뒤, 수석장로가 예배당 앞쪽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다음 주 2월 18일 제직회를 개최한다고 짧게 발표했다. 제직회 소집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제직회에는 72명이 모였다. 정 아무개 목사에게 '전별금' 조로 2억 원을 지급한다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는 정 목사 사임 사유보다 전별금 액수를 놓고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3억 원 이상을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결국 정 목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줄 알고 있던 교인들은 '전별금 2억 원'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제직회를 마친 후 발생했다. 교인들 사이에서 정 목사가 여성 교역자에게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들통나 쫓겨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부임한 아동부 담당 여성 전도사는 올해 1월 사임 인사도 없이 교회를 떠났다.

문자메시지 내용을 본 복수의 교인에 따르면, 정 목사는 여성 전도사에게 "보고 싶다", "당신도 내 마음과 같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가 7년처럼 길게 느껴진다" 등 담임목회자가 보내기에는 부적절한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교인들은 정 목사의 이런 행동이 당회에 알려져, 정 목사가 빠르게 사임을 표명한 것이라 주장했다. 당회가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정 목사가 사임하는 것을 알고도,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전별금 2억 원을 주기로 했다며 교인들은 비판했다.

2월 18일 제직회에서 전별금 조로 정 아무개 목사에게 2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이 승인됐다.


교인들 "사임 사유 숨긴 건 심각한 문제"
당회원 "선교지 간다고 사임한 것"


ㅇ교회 1년 예산은 6억 원이다. 정 목사 사임으로 지급해야 하는 2억 원은 예산에 편성된 금액이 아니다. 2018년 ㅇ교회 예산 편성 지침안을 보더라도 교회 재정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도에는 예산보다 수입이 5% 미달했고, 지출은 1% 초과했다. 교회는 지출을 억제해 교회 재정을 확충하자고 했는데, 예정에도 없던 2억 원을 쓰게 됐다.

기자와 만난 교인들은 당회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교회가 성 추문으로 떠나는 목회자에게 2억 원이라는 돈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담임목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그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한 당회가, 이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제직회를 강행한 것은 교인들을 속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교인 A는 "교회에 오래 다닌 일부 장로를 중심으로 이 같은 일이 진행됐다. 젊은 사람들은 담임목사가 왜 사임했는지 전혀 몰랐다. 제직회가 있다는 것도 제직회 당일 주보를 보고 알았다. 안건 설명도 없었다. 담임목사가 그런 메시지를 보내 사임한 것을 알았으면 반드시 제직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인 B는 당회를 중심으로 한 교회 핵심 그룹의 이 같은 행동이 오히려 젊은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B는 "요즘 젊은 교인들은 꼭 한 교회에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당회의 저런 모습을 보면서 떠나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젊은 사람 다 떠난 뒤에는 어쩌려고 저렇게 불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당회원은 3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목사가 꼭 문자메시지 때문에 교회를 떠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선교에 대한 비전이 있어 선교지로 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담임목사가) 건축 헌금 한 것도 있고 해서 퇴직금과 함께 2억 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교회 재정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아직 2억 원을 집행하지는 않았고 집행을 위해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교인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교회는 벌써 정 목사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ㅇ교회는 3월 11일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담임목사 청빙 절차를 진행한다고 주보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