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투어리즘, 관광지의 비명
② 우후죽순 난개발, 속초의 저항

서울~양양고속도 개통 뒤 지난해 1759만 관광
2024년 고속철도 건설소식에 부동산 광풍까지
“서울 사람들 주말에 내려와 쓸 세컨하우스”

37층·29층 고층 건물이 콘크리트 벽 형성 중
“시내에서 더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안보인다”
평소 취수원 부족…성수기때 물 부족 문제도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37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이 아파트 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10여곳에서 대형 크레인이 보인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37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이 아파트 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10여곳에서 대형 크레인이 보인다.
‘속초바다를 소유한 파노라마 뷰’, ‘내가 쓸 땐 세컨하우스, 비워 둘 땐 숙박운영’, ‘수익의 왕 설악산+바다조망’.

강원도 속초시내 곳곳에 걸린 분양광고 펼침막은 속초의 풍광을 그냥 구경만하지 말고 소유하라고 권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관광열기가 투자불꽃으로 옮겨붙은 ‘서울시 속초구’의 현주소다. 지난 14일 엄경선(54) 속초시난개발방지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과 함께 찾은 속초시내에선 고층건물에 갇혀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속초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엔 37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엄씨는 “3.3㎡당 1000만원이 넘는다. 평생 오징어나 잡고 건어물을 팔던 지역주민들은 엄두도 못 낼 가격이다. 결국 목좋은 곳마다 서울 사람들을 위한 세컨하우스를 짓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공사 현장 사이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공사 현장 사이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사진 왼쪽에 울산바위가 보인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사진 왼쪽에 울산바위가 보인다.
속초의 아파트 분양가는 2005년만 해도 400~500만원에 불과했다. 불과 10여년 만에 2배 정도 치솟은 셈이다. 정연우 속초시청 주택팀 주무관은 “2005년 이후엔 속초에 5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분양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고속도로 개통 등의 영향으로 2016년부터 아파트 건설 붐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서울 사람들 대상으로 한 휴양 콘도 개념으로 실거주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아파트 공사 현장 사이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아파트 공사 현장 사이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설악산과 오징어 등으로 널리 알려진 한적한 해안도시 속초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밀려드는 관광객 탓이다. 2000년만 해도 속초의 관광객은 910만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두배 가까이 늘어난 1759만명이 방문했다. 2016년엔 1411만명이었다. 고속도로 개통 전후 1년 사이 348만명이나 늘었다. 속초시 인구는 8만1727명(6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지역 인구의 215배가 넘는 사람들이 해마다 속초를 찾는 셈이다.

여기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까지 건설 중이라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속초엔 부동산 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용산역에서 속초까지 철도로 1시간15분이면 갈 수 있다. 고속도로와 철도 개통 소식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속초해변 전망 좋은 곳의 땅값도 3.3㎡당 호가 1000만원을 넘어 선지 오래다. 2016년 이후 속초에서 공사 중이거나 인허가를 밟고 있는 고층 건축물만 30여곳에 이른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시내에서 식당을 하는 김경식(73)씨는 “처음엔 관광객과 공사현장이 늘어 좋아하는 주민도 많았다. 하지만 설악산 자락은 물론이고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동명동 성당 인근 해안까지 고층 건물이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지금은 이구동성으로 속초의 난개발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걱정했다.

주민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피해는 교통 체증이다. 지금까진 피서철이나 단풍철 등 며칠만 서울과 같은 차량 정체를 참아내면 됐다. 하지만 대형건물 신축과 고속도로 개통 등에 따른 외지 차량 증가로 주요 관광지인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설악산 등지에는 주말과 휴일마다 교통 체증을 빚고 있다. 지난 단풍철에는 차량으로 5~6분이면 갈 수 있는 설악동 소공원 3.3㎞ 구간이 무려 2시간이나 걸려 한바탕 난리가 났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사진 왼쪽에 울산바위가 보인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층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아파트가 완공되면 더는 이 일대에서 울산바위 등 설악산 경치를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사진 왼쪽에 울산바위가 보인다.
늘어난 관광객은 시민들의 먹는 물까지 위협하고 있다. 취수원이 부족한 속초시는 갈수기 때마다 물 부족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1995년 이후 올해로 여덟번이나 제한급수가 실시됐다. 지난 2~3월에도 28일 동안 제한급수가 실시되는 등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평소에는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갈수기 때는 관광객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짐이 된다. 주 중에는 평균 3만2000t 정도의 물이 사용된다. 하지만 8월 초 피서 성수기 등 주말에 관광객이 몰릴 때는 4만5000t까지 물 사용량이 늘어난다. 속초시청 관계자는 “1t이 관광객 6명 정도가 하루에 쓰는 양인 것을 고려하면 주말엔 속초시 전체 인구와 맞먹는 7만8000명의 관광객이 더 물을 쓰고 있는 셈이다. 제한급수 때 관광객이 몰려오면 그만큼 시민에게 공급되는 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 부족 문제 해결이 속초시의 첫 번째 과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고층 건물은 시민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에서 살다가 설악산과 동해, 호수를 품은 속초에 반해 25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주민 주경란(64)씨는 “시내 어디에 있어도 설악산 울산바위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이 보이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하지만 도심 곳곳에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들어서고 있어 더는 시내에서 울산바위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런 특성이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 속초가 내가 떠난 서울이 되고 있다. 좀 더 시골로 이사할까 고민 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학원을 하는 김세형(42)씨는 “시내 곳곳에 서울 사람들을 위한 값 비싼 세컨하우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원주민들은 외각의 낡은 주거단지로 내몰리고 있다. 좁은 동네에서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친구들도 속초인지 서울인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속초에 못 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청초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등 설악산 모습. 이 일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시내에서 더는 설악산을 볼 수 없게 된다.
속초에 관광객이 밀려들고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청초호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등 설악산 모습. 이 일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시내에서 더는 설악산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런 시민들의 불만은 2016년 한 업체가 유명 철새도래지인 청초호에 강원도내에서 가장 높은 41층 규모의 초고층 호텔을 신축하려 하자 폭발했다. 시민들은 즉시 ‘청초호 41층 분양호텔 반대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속초시와 1년여의 행정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해 41층 호텔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31층, 35층, 37층, 46층 등 고층 건물 허가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1월 속초시난개발방지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도시계획 조례 개정 운동’을 펼쳤다. 시민 발의로 조례를 개정해 고층 건물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다. 개정 조례안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15층 이하, 시가지경관지구는 7층 또는 28m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운동에는 열흘 만에 시민 24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하지만 속초시의회는 조례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7명 가운데 4명만 참석한 가운데 시민 발의 조례를 부결 처리했다.

엄경선 속초시난개발방지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속초시가 난개발을 방치하다 못해 조장하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조례는 부결됐지만 난개발을 막으려는 시민들의 노력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