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볼 수 없는, 수십 년 묵은 동무를 매일 서넛씩 손잡고 나가 재활용에 차곡차곡 쌓는다.
이별하기 전 죽 한 번 훑어보는 습관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기억이 새로운 것도 있지만 어? 이건 뭐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다.
하긴 책 내용은 물론이고 제목조차 처음 만나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작은 활자들이 고리타분한 냄새를 흘리며 눈앞을 스치고
누렇게 바랜 종이 속에서는 가끔 흐릿하게 해묵은 낙서들, 종이 쪼가리들...
그 옛날의 흔적들이 살아 움직인다.
편지쪼가리 하나를 만났다.
혈기왕성하게 정의와 자유 민주를 부르짖으면서도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개똥철학을 풀어제꼈지.
시니컬하고 약간은 퇴폐적인 정신상태를 가졌던 시절...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때 왜 그랬지? 웃음만 떠오른다.
그때 시대와 상황이 우리 모두를 그렇게 만들었고
어설픈 우리 또래는 거의 대부분 그런 삶에 매몰되어 살았지.
울분과 열정, 웃음과 눈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로
매일매일 현실을 비웃고 주변을 조롱하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왕된 기분으로 살았지.
까맣게 지워진 기억.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그 옛날이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
승구 이 친구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그당시 많은 이들처럼 외국생활을 꿈꾸었는데...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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