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펌)

죽계 구곡과 성혈사

moonbeam 2005. 7. 11. 08:09
영주 죽계구곡과 성혈사


△ 죽계천 상류 초암사 부근에 있는 죽계구곡의 제1곡 금당반석. 폭포와 소, 소 앞에 펼쳐진 평평한 바윗자락을 일컫는다. 폭포 옆에 ‘죽계 1곡’이라 새긴 글씨가 보인다.



소백산 아기자기 골짜기 쉬엄쉬엄 풍류나들이

백두대간 한가운데에 솟은 소백산은 물 맑고 골 깊은 여러 골짜기를 거느렸다. 특히 동북부 산자락으론 깨끗한 물길이 줄지어 뻗어 있다. 골마다 부석사·비로사·희방사 등 천년 고찰이 들어앉아 있고, 풍류를 즐긴 옛 선인들의 발자취가 뚜렸하다.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앞을 흐르는 죽계천의 상류 골짜기(죽계구곡·초암계곡)도 그런 곳중 하나다. 화려하고 웅장한 바위골짜기는 아니지만, 안축·안향·주세붕·이퇴계 등 한 시대를 빛냈던 큰 인물들의 발자취가 굽이마다 아로새겨져 있다. 소백산 국망봉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골짜기다. 경사가 완만해 가족이 함께 걸으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배점리에서 초암사에 이르는 2㎞ 가량의 비좁은 시멘트포장도로다. 차량 통행도 가능하나 중간에 세울 곳이 마땅치 않다.

죽계란 대나무가 많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고려 때 이 고장 출신 안축이 지은 경기체가 ‘죽계별곡’은 바로 이곳을 소재로 한 노래다. 흔히 죽계구곡으로 불리는데, 중국 무이산 의 아홉 경치를 읊은 주희의 ‘무이구곡’을 본떠 갖다붙였다. 죽계에 아홉 경치를 정하고 이름붙인 이는 주세붕이나 이퇴계 또는 영조 때 순흥 부사였던 신필하라는 설들이 있다.

소수서원∼소백산 국망봉
퇴계 등 선인 발자취 남아
성혈사 나한전 문짝 문살
햇살에 보석처럼 빛난다

선인들이 즐겼던 옛 경치는 깎이고 메워져 눈에 확 띄는 경관은 찾기 어렵다. 아기자기한 소와 폭포 그리고 맑은 물이 나그네를 위로해 준다. 제9곡(이화동 )은 들머리 상수도수원지 밑에 있다. 하지만 시멘트담을 쌓고 다리를 놓아 봐줄 것이 없다. 소백산 등산로 매표소 지나 볼품없는 8곡, 7곡이 이어진 뒤, 아담한 폭포와 소로 이뤄진 제4곡에 이르러서야 실망감이 다소 풀린다. 작은 와폭인데 소 가운데 둥근 바위 하나가 놓여 있다. 용이 하늘에서 여의주를 물고 내려오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용추비폭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  아래는 나한전 정면 가운데 오른쪽 문짝에 새겨진 여러 형상들. 동자승·개구리·물고기·게 들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1곡 금당반석까지는 바위와 느티나무 고목들이 어우러진 꽤 볼 만한 경치가 이어진다. 초암사 앞 2곡 바위벽엔 퇴계가 이름붙였다는 청운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초암사 지나 오솔길을 100m쯤 오른 뒤 팻말 따라 물가로 내려서면 제1곡 금당반석이 나타난다. 아담한 폭포와 소 앞으로 너른 바윗자락이 펼쳐져 있고 그 위로 물살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이다. 폭포 옆 바위에 ‘죽계 1곡’이란 글씨가, 물밑 바윗자락엔 물살에 닳아가는 ‘제일수석’이란 유려한 글씨가 새겨져 있다. 소 옆 바위벽엔 순흥 부사였던 신필하 등의 이름이 있다.

초암사는 신라 때 의상대사가 절(현 부석사) 세울 곳을 찾기 위해 임시로 초막을 짓고 머물던 곳에 지은 절이다. 육이오 때 불타 최근 다시 지었다. 통일신라 때의 삼층석탑과 부도가 남아 있다. 이른 아침이나 비온 뒤, 새로 지은 대적광전 앞에 서면 탁 트인 전망과 골골이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즐길 수 있다.

의상대사는 그 당시 이웃 골짜기에도 작은 절을 더 세웠다. 지금의 덕고개(덕현리) 왼쪽 골짜기 끝에 자리한 성혈사가 그 곳이다.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는 절인데다 죽계에서 가깝고, 차로 절 마당까지 오를 수 있어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스님 한 명이 지키고 있는 이 작은 절에 보석처럼 빛나는 유물이 있다. 본당 위쪽에 놓인 보물 제832호 나한전이다. 1553년에 세우고 1634년에 중건한 건물이다. 나한전 정면 세칸의 문짝들에 아로새겨진 문살이 참으로 눈부시다. 연꽃무늬를 새긴 문살로 양쪽 문을 장식했는데, 가운데 문 두 짝엔 연꽃과 연잎을 바탕삼아 학·구름·동자승·용·물고기·게 따위 육해공의 생물들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오른쪽 문은 화려한 연꽃들도 장식돼 있다. 모두 긴 나무판 두세 쪽을 다듬어 새겼는데, 문짝 하나를 통째로 새긴 듯이 그림들이 유려하게 이어진다. 아직도 구석구석 남은 채색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햇살 좋은 날 아침이나 오후엔 이 멋진 문살을 필름에 담으려는 사진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안에는 비로자나좌상을 중심으로 16나한을 모셨는데, 빛바랜 천장과 벽의 단청이 고색창연하다.


△  문살 조각품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성혈사 나한전.



나한전 앞에 서 있는 한 쌍의 석등도 아름답다. 각각 거북의 등에 한쌍의 용이 뒤엉켜 올라가는 모습을 새긴 석등이다. 용의 머리를 단순화시켜 호랑이나 사자의 얼굴인 듯, 해학적으로 새겼다.

본당 오른쪽엔 함당정이란 쓰러져가는 정자가 있다. 욕쟁이로 이름난 봉철 스님(현 마락리 기거)이 지었고, 얼마전 돌아간 괴짜승 중광도 말년 한때를 지내던 곳이라고 한다. 본당 뒷산엔 밑둥서부터 부채살처럼 수많은 가지를 뻗고 있는 소나무 ‘만지송’이 천 갈래 만 갈래로 펼쳐지는 세상사를 지켜보고 서 있다.

성스런 스님이 나온 굴이 있다 해서 성혈사(聖穴寺)인데, 굴은 절 못미쳐 왼쪽 물길 건너 잣나무 우거진 궁골(굼골) 오른쪽 절벽 밑에 뚫려 있다. 입구는 좁으나 안엔 20여명이 들어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영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3D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3D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


선비촌 한옥에서 잠 자고 소수서원 부석사로 가볼까

영주 순흥 일대는 문화 유적들이 즐비해, 온가족 역사 체험 학습 여행지로도 알맞다.

죽계구곡과 성혈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민속 체험마을 선비촌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고, 부근에 금성대군의 금성단, 읍내리 벽화고분 등이 있다. 931번 지방도변이다.




선비촌은 1만7000여평의 터에 영주 각 지역의 고색창연한 옛 집들과 정자 등을 본떠 한데 모아 지은 대규모 민속마을이다. 기와집 15채와 초가 13채, 강학당·누각·원두막 등 22채에다, 토속음식점·난장·특산품점 등이 운영되는 저자거리까지 갖췄다. 선비촌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숙박체험에 있다. 예약하면 고즈넉한 초가·한옥에서 하룻밤 자며 전통의 멋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민속놀이마당과 한문·서예·예절교실, 농삿일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1박에 2만~5만원.

소수서원은 선비촌과 붙어 있다. 선비촌을 통해 입장하면 소수서원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본디 중종 때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이곳 출신인 고려 말의 주자학자 안향의 위패를 모시고 학사를 세워 백운동 서원이라 했다. 이를 명종 때 이퇴계가 역시 풍기군수로 있으면서 임금으로부터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아, 최초의 사액서원이 됐다. 일종의 공인된 사립 고등교육기관이다. 죽계천변 아름다운 소나무숲 속에 보물인 강학당과 안향의 위패를 모신 문성공묘, 주세붕과 이퇴계가 즐기던 정자 경렴정과 취한대, 장서각, 유생들의 기숙사인 학구재·지락재 등이 자리잡고 있다. 회헌 안향 영정은 국보 제111호로 지정돼 있다. 영주 일대에서 나온 2만여점의 유적·유물을 보유하고, 600여점을 상설전시하고 있는 소수박물관도 옆에 있다. 3000원에 선비촌·소수서원·소수박물관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054)638-7114.

선비촌 앞 지방도 건너엔 단종 복위운동을 펴던 금성대군이 갇혀 지내다 죽임을 당한 곳인 금성단이 있다. 당시 순흥은 폐부되고, 복위운동에 가담한 순흥의 관리들과 민간인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죽계천이 피로 물들었는데, 하류 쪽에 피가 멈췄다는 피끝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선비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름난 절 부석사가 있다. 단산·부석 쪽으로 15분 가량 차로 달리면 된다. 영주시청 문화관광과 (054)639-6062. 이병학 기자 3D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3D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



여행정보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원주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풍기나들목에서 나가 931번 지방도를 달린다. 순흥면소재지 지나자마자, 소수서원·선비촌 못미쳐 읍내사거리에서 초암사 팻말 보고 좌회전, 저수지를 보고 3㎞쯤 들어가면 배점리 초암사 주차장이다. 여기서 왼쪽 시멘트길로 300m쯤 올라가면 상수도수원지 밑에 제9곡이 있고, 여기서 좀더 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 1600원. 초암사까지 차로 오를 수 있으나 비좁은 시멘트 도로여서 차를 세우고 경치를 보기 어렵다. 성혈사는 앞서 초암사 들머리 주차장에서 오른쪽 길로 계속 가면 된다. 배점2리 지나 덕현리 소나무숲 성황당 못미쳐 삐딱하게 선 성혈사 간판을 보고 좌회전, 비탈지고 비좁은 시멘트길로 올라 1㎞ 남짓 산속으로 들어가면 성혈사 주차장이 나온다. 서울 청량리역 에서 풍기·영주행 무궁화·새마을열차 하루 9회 운행.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주행 고속버스 하루 30회 운행. 예약하면 선비촌에서 묵을 수 있다. 여관·호텔을 이용하려면 풍기읍이나 영주시로 가야한다. 영주호텔 (054)632-4000. 풍기호텔 (054)637-8800. 순흥면소재지에 메밀묵밥을 잘 하는 순흥전통묵밥(054-634-4614)이 있고, 풍기읍엔 평양냉면을 아주 잘 하는 서부냉면(054-636-2457)이 있다. 영주시 휴천동엔 아침에 순대국이 먹을 만한 허름한 신안동식당(054-631-1998)이 있다.






'돌아다니기(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천강 아우라지  (0) 2005.07.26
데이트 명소  (0) 2005.07.23
전국 명산 정보 모음  (0) 2005.07.09
창녕 우포늪  (0) 2005.07.04
정선 아우라지  (0) 200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