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낮에 광화문에서 7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목사님을 만났다.
전도사 시절부터 그 포쓰가 보통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60대 후반 백발의 노목사님이 되셨네.
점심 사드리고 기독교서점에 들렀더니 영어원문책을 한보따리나 사신다.
옛날에도 책에 대한 욕심(?열정)이 참 많았었다...
'책 많으시잖아요'하니까
씨익 웃으시며 한 2천권 있던 원서들을
가르치던 신학생들한테 다 나눠 주었단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셔서 꼭 원서로만 보시는데
사실 그 책값이 어마어마하다.
사서는 또 나눠주고, 또 사서는 나눠주고...
아마 그 목사님의 삶 자체가 그런가 보다...
일부러, '눈도 침침하면서 뭔 책을 그리 사시냐'고 핀잔 비슷하게 하자,
다음 학기 강의 할려면 준비해야 하신단다.
아직도 진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음을 보고 가끔 수업하기 귀찮음을 느끼는 내가 부끄러웠다.
책값을 내드리려니까 극구 말려서 겨우 일부만 내드렸다.
그랬더니 영혼을 맑게 해주는 노래라며 지라니어린이합창단과 모테트합창단 CD를 사주시곤
가만히 고개를 갸우뚱 생각하시더니 십자가 목걸이를 세 개나 사신다.
우리 애들 하지도 않는다고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시다.
결국 그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받아오고 말았다.
우리집 세 여자 모두 이거 안할텐데......
당신은 지하철 공짜라며 해맑게 웃으며 계단을 내려 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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