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환경 파괴의 현장

moonbeam 2011. 6. 8. 11:14

가끔 가서 머리를 식히는 마석계곡...

더운 여름이라도 물에 발을 담그고 1분을 못견디는 곳...

등산로에서 비껴 있기에 내려오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정말 말그대로 호젓이 쉴 수 있는 곳...

골짜기가 아름다워서 마을 이름도 가곡리인데...

 숲이야 자연 그대로 제멋대로 우거져 있지만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서 너무 깨끗하다... 

가까이만 있다면 매일 가서 쉬련만....

 

지난 6일 모처럼 시간을 내어 계곡아래로 내려 가려는데...

이게 무신 일인가?

엄청난 대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놀라움이란...

가까이 내려가 보니 정말 가관이다...

무슨 아방궁을 계곡 위에다 짓나?

이런 철골을 지탱하려면 계곡 바위는 도대체 얼마나 훼손되었을까?

건축 공법이야 잘 모르지만 구멍을 뚫건, 통째로 들어내건

바위는 엄청 아프고 괴로웠을 거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자연 훼손을 넘어선, 훼손 정도가 아니라 자연파괴다...

나무도 그냥 베어져 여기저기 뒹굴고 있고...

자기 산에 있는 나무라도 제맘대로 베어낼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더구나 계곡이 무슨 사유지도 아니고...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남양주시청에 민원처리반에 전화를 걸었다. 031-590-8272

현충일 휴일인데도 근무자가 있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였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사명감도 투철하고 정말 고생이 많다고 생각했다.

 

서너시간이 지난 후 시청 공무원 두 사람이 현장조사를 나왔다.

공무원들이 사진을 찍고 내려가니 건축주인듯한 사람의 언행이 가관이다...

시청에서 나왔다고 신분을 밝히니까

대뜸 누구 이름을 들먹이며 벌금내면 될 거 아냐..하며 반말로 시빗조다..(공무원이 너무 젊었나?)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올라 오더니 장황설을 늘어 놓는다.

내가 9 대째 사는데 동네에서 이럴 수가 있냐고..

고발을 하기 전에 자기한테 말이라도 해야 하질 않냐고...

(지는 공사하기 전에 말했나?)

자기 혼자 쉴려고 정자 하나 자그마하게 짓는데 너무 하지 않냐고...

(지가 쉴려면 나처럼 돗자리 하나 가지고 오면 그만일텐데...

그리고 그게 도대체 혼자 쉴 만한 면적이냐고..)

지가 여기 살면서 계곡 청소도 다 하고 뭐 어쩌구...

(나도 계곡 청소 많이 했고...그렇게 계곡을 생각하는 사람이 바위에 철심을 어떻게 박어?)

좌우지간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에 대꾸할 필요도 없어 그냥 보고 있다가

돌아와 버렸다...

 

참 막무가내도 이런 막무가내가...

해볼테면 해봐라 하는 식에다가.

벌금을 물고도 다시 계속하겠다는 굳은 의지...정말 놀랍다..

참내....불법구조물에 대한 벌금만 물면 끝인 줄 아는 모양인데...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대충 짓고 나서 버텨 보자는 심산...

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만...

 

이제야 뭐 공무원들이 알아서 하겠지...

작은 시골 마을이라고 끼리끼리 대충 눈감고 봐주기야 하지 않겠지...

깔끔한 조치를 기대해 보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네...

 

시청 공무원이 가면서 분명히 공사를 중단하라고 했는데

철골조에 드릴 박는 소리와 철을 두드리는 망치 소리는 계속 울려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