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나무 쉼터에서 운봉 쪽으로 가지않고 발길을 돌려 구룡계곡을 향한다.
비는 마구마구 쏟아져 발걸음을 재촉하고...
도로를 따라 걷다가 천룡교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구룡사 쪽으로 우회전 한다.
논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하니 아주머니 둘이 우산을 받쳐들고는 숲나무 밑에서 비를 긋고 있다.
비도 많이 오고 앞길고 먼듯하여 그냥 그러고 있는 중이란다...
하지만 뭐...비야 여름 지리산에서 늘상 만나는 것이고...
사실 이번 여행은 산행을 생각한 것이 아니어서 비맞은 생쥐꼴이 되었지만
계속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훔치며 계속 전진...
한참을 내려가니 지리산 폭포 중 그 길이가 불일폭포 다음이라는 구룡폭포를 만난다.
마침 비가 와서 그 흘러내리는 물줄기란....가히 장관이다..
구룡계곡을 따라 가는 중 나무 사이로 보이는 폭포들의 장관...
마침내 비폭동에 다다랐다...
오른쪽 물줄기가 구룡폭포에서 오는 것이고...
바로 앞에서 실타래를 마구마구 풀어 놓은듯한 물줄기...
오늘처럼 비가 오지않을 땐 가는 실폭포렸다...
어쨌든 눈앞을 가로막았던 비지만 눈과 마음을 싹 씻어주는 물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비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거기서도 또 한 줄기...
바로 앞에는 장정 열명이 앉음직한 너럭바위...
한숨을 돌리고 쉬다보니 어느덧 비도 그치고...
한참을 쉬다가 또 내려가기...
그냥 내려가는 게 아니고 역시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내리막길...
구룡계곡 9곡들의 표지판이 계속되지만 이미 흙물로 변해서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고...
불간 자리는 뭐가 남아도 남지만 물간 자리는 남는 게 없다고...
가히 뭐든지 쓸어버릴듯한 거센 물의 흐름...
한참을 쉬면서 내리는 중에 어느덧 계곡은 거친 흙물만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고...
신선들도 맑은 날에 내려와 놀았겠지...
비폭동에서는 그래도 물이 맑았는데 이젠 완연히 황톳물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며 다리가 여럿 있는데 이름이 참 그래서 찍어 봤다.
사랑의 다리라...뭐 그럴듯한 이름이 없었을까...
시쳇말로 생뚱맞기도 하고, 뜬끔없기도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려다 본 하늘...
한 구석에 조그맣게 푸른 하늘이 보이니 비가 그칠 징조...
누런 황톳물이 깨끗함을 줄리는 없고 다만 휩쓸며 소리치는 여운만 남긴다...
넘치는 물에 소들은 그 형체를 볼 수가 없고...
한참을 내려와 도로로 올라오니 육모정...
아래로는 너럭바위가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고...
새로 지은 것이라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그 아래 용소개울은 정말 절경...
좌우 풍광으로 보면 영락없는 선비들의 공부터요, 놀이터다..
권삼득이라는 양반의 자제가 여기서 득음을 했다고 하는 비도 서있고...
맞은편에는 계단 위에 춘향묘도 있고...
뭐 여러 정황으로 보아 풍류를 즐길만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구룡천이라는 샘이 있던 곳인데 지금을 샘은 솟지 않고 물구멍만...
정자나무 쉼터에서 쉬고, 비폭동 너럭바위에서 쉬고(정말 두 곳에서 쉬지 않으면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하다보니
점심 먹고 2시 조금 넘어 내송마을로 들어갔는데 벌써 7시...
다섯 시간의 산행(?)을 마무리 짓고 저녁 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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