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순이’들은 ‘빵투어’라는 걸 한다. 살고 있는 지역은 물론 전국을 무대로 빵이 맛있다는 곳을 찾아다닌다. 기자 역시 단팥빵 하나 먹겠다고 전라북도 군산 빵집 ‘이성당’에 다녀오거나, 제주도 여행을 가 제일 먼저 빵집 ‘명당양과’를 찾을 정도로 열혈 빵순이다. ‘빵순이’ ‘빵돌이’들은 요즘 꽤 행복하다. 눈뜨면 생겨날 정도로 빵집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고, 빵 맛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 맛있는 빵집은 어디일까. 찾아갈 만큼 맛있는 빵집은 어디 있을까. 미리 말하지만, 이 기사는 꽤 주관적이고 광범위하다. ‘빵순이의 동네 빵집 예찬론’이라는 주제에 맞게 유명세를 타고 프랜차이즈화된 빵집 ‘김영모제과점’ ‘나폴레옹제과점’ 등이나 백화점에도 입점한 빵집 ‘르알래스카’ 같은 곳은 제외했다.
12월 2일 토요일 저녁, 먹을 빵도 사고 취재 요청도 할 겸 쟝블랑제리를 찾았다. 원래도 50㎡(15평) 남짓한 판매 공간에는 150종 가까이 되는 빵이 가득 차 있어 좁은 감이 있는데, 빵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누구나 한번씩은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며 비집고 지나가야 할 정도다. 기자 역시 15분을 기다려 계산을 마친 후 장형건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1996년에 쟝블랑제리를 연 장 대표는 “1년 전부터 갑자기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블로그와 SNS 등을 타고 쟝블랑제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단팥빵. 쟝블랑제리의 단팥빵은 하나만 들어도 묵직할 정도로 꽉 찬 팥소를 자랑한다. 단팥빵뿐만 아니다. 생크림팥빵, 크림치즈번 등 쟝블랑제리의 모든 빵은 속 내용물을 한계까지 채워 만든 것들이다.
장 대표는 “개점 초기부터 두 가지 철칙을 세웠다”며 “저렴한 마가린을 버리고 우유 버터를 쓰는 등 좋은 재료를 쓰되 아끼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트렌드에 맞게 잡곡빵, 치아바타 등 유럽식 빵도 판매하고 있지만 기본은 한국식 빵이다. 고로케나 크림치즈를 넣은 빵들이 유명하다.
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한국식 빵으로 유명한 곳은 또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에 있는 ‘박종근과자점’이다. 2000년 문을 연 이곳 빵 역시 두세 개만 사도 비닐봉지가 늘어날 듯 묵직한 질량을 자랑한다. 특히 생크림과 팥이 아예 넘치게 들어 있는 생크림단팥소보루는 아기 얼굴만큼 크다. 박종근 대표는 “수지가 안 맞을 정도”라면서도 “대량으로 만들면 재료를 지금처럼 듬뿍 쓸 수 없어 납품이나 체인점 제의도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크림도 직접 끓이는데, 파이소보루나 슈크림빵 등 박종근과자점의 빵 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은 멀리 이사를 가서도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요즘은 팥, 생크림 등을 가득 채워 만드는 한국식 빵집만큼 치아바타, 캄파뉴 등 생소하던 유럽식 빵집도 대세다.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이 바뀐 탓이 크다. 박종근과자점 인근에 있는 ‘르뱅베이커리’는 요즘 가장 ‘핫’한 빵집이다. 테이블 4개가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빵집 안에는 영업시간 전부터 빵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평일인 12월 3일 화요일 오전 10시30분경에도 경기도 수원에서 ‘빵투어’를 왔다는 대학생부터 점심으로 먹을 빵 고르러 왔다는 50대 주부까지 다양한 손님이 대기 중이었다. 50㎡ 남짓한 가게 규모로는 빵을 만들어낼 수 없어 빵 공장은 가까운 동작구 흑석동에 있다. 이진환 셰프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직원들과 빵을 만들고 11시를 전후해 빵을 실어 나른다.
작년 7월 빵집을 연 이진환 셰프의 이력은 특이하다. 이 셰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취미 삼아 케이크며 과자를 만들어 주다가 서서히 이 직업으로 마음을 굳히게 됐습니다.” 많은 오너셰프가 다른 베이커리에서 일을 배우다가 자신의 가게를 여는 것과 달리, 르뱅베이커리는 이 셰프의 첫 직장이다. 그런데도 1년 만에 각종 동네 빵집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몇 권의 책에 실리는 가게로 인기몰이하게 된 것은 이 셰프가 가진 빵에 대한 열정 때문. 천연효모종을 사용할 뿐 아니라 화학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아 빵이 쫄깃하고 촉촉하다. “빵은 날씨에 따라 온도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져요. 그 미세한 차이를 교정하기 위해 빵 연구에만 수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이 셰프는 직원들에게 “만들고 싶은 빵은 재료비 걱정 없이 마음껏 만들어 보라”고 주문한다. 나아가 이 셰프는 요즘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빵집을 연구하고 있다. “내년 초에 서래마을에 열 2호점 지하를 빵 공장으로 꾸며 전면 유리창을 만들 거예요. 사람들이 지나가다 빵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고, 흥미롭게 느낄 수 있게요.” 이진환 셰프가 30분 남짓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되풀이한 말은 빵에 대한 ‘사랑’ ‘흥미’ 등 열정적인 단어들이었다.
빵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빵집을 연 젊은 셰프들은 홍익대 인근에 밀집해 있다. 최근 지하철 2호선·경의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과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인근 골목마다 소문난 빵집이 있을 정도다. 콩팥앙금빵, 먹물치아바타 등 독특한 빵을 파는 ‘쿄베이커리’나, 크림빵이 유명한 ‘르방’, 용산구 효창동에 본점이 있지만 상수역 부근에 분점을 내고 더욱 유명해진 ‘우스블랑’이 홍대 번화가를 따라 골목골목 숨어 있다. 반지하에 조그맣게 자리한 ‘브레드05’는 전국 빵집에 ‘앙버터’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바게트 안에 허니버터와 팥소를 듬뿍 바른 앙버터를 먹으려면 줄을 서야 한다. 만드는 대로 팔리기 때문에 아예 진열대에는 전시돼 있지도 않다. 푸가스, 세이글 등 건강빵부터 에클레르 같은 디저트까지 프랑스식 빵으로 유명한 ‘퍼블리크’나, 바게트, 치아바타부터 크로아상, 브레첼까지 유럽식 빵을 줄 서서 사는 ‘폴앤폴리나’는 이미 서울 시내 여러 군데 분점이 있다.
합정역 근처의 ‘오븐과 주전자’는 이런 빵 골목의 중심가에서 살짝 비껴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면도로에 있어 찾아가기 어려울 법도 하건만 아침부터 밤까지 빵 찾는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다. 2010년 문을 열어 한 번 이전한 ‘오븐과 주전자’의 허민수 셰프는 최근 우리밀로 만든 빵에 푹 빠져 있다. 허 셰프는 순수 국내파다. 조리학과를 나왔지만 제과제빵에 빠져 부인과 함께 빵집을 열었다. “우리밀과 국산 천일염을 사용해 건강한 빵을 만든 것이 인기 비결”이라는 게 허 셰프의 얘기다.
인기 있는 빵집 셰프들이라면 누구나 건강한 재료로 만든 빵을 고민한다. 홍대입구 번화가의 반대편, 재래시장이 있는 골목에 자리 잡은 ‘듀꼬뱅’은 아주 작은 빵집이다. 홍희경 대표는 3년 전 이곳에 정착하면서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찾는 빵집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한다. 홍 대표 역시 올 8월에 매장에 있는 대부분 빵 재료를 우리밀로 바꿨다고 한다. “빵 먹고 나서 속이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잖아요. 우리밀로 만든 빵은 그렇지 않죠.” 대신 우리밀은 수입 밀가루처럼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홍 대표는 “스콘은 우리밀로만 만들기에는 식감이 제대로 나지 않아요. 우리밀은 칼국수나 수제비에 자주 쓰는 중력분이라 재료를 바꾸면서 레시피도 싹 다 바꿔야 했지요.” 매일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11시에 닫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홍 대표와 빵집을 함께 운영하는 남편 둘이서 틈틈이 연구했다. “버린 빵의 양만 해도 엄청납니다. 할 때는 고생이었는데, 그렇게 만든 빵은 하나하나 다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셰프 한두 명, 직원 없이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동네 빵집의 정석은 서울 중심가에서도 한참 떨어진 은평구 대조동에 있다. 지하철 3호선 불광역과 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 사이의 골목에 숨어 있어 동네 주민이 아니면 일부러 찾아가기도 어려운 곳인데도 인터뷰를 이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티나의 식빵’에는 식빵만 판다. 쿠키와 스콘 종류가 구석에 숨어 있기는 하지만 칸막이도 없는 조리대에서 계속 구워 내는 것은 팥식빵, 곡물식빵, 밤식빵, 초코식빵, 모닝빵 등 식빵 종류가 대부분이다. 우명진 셰프 혼자서 손님을 접대하고 빵을 만드는데, 오후 12시 무렵에 나온 빵이 2시 반 조금 지난 시각에 거의 다 팔리고 두어 개만 남아 있었다.
지나가다가 우명진 셰프를 향해 손을 흔들던 5살 꼬마 아이를 데리고 가게로 들어온 주부는 익숙하게 “식빵 뭐뭐 남았어요?”라고 묻기부터 했다. 이어 들어온 모녀는 “오늘은 빵이 다 떨어졌네” 한숨을 쉬었고, 인터뷰가 끝날 때쯤 들어온 30대 남성이 남은 식빵을 다 사갔다. 오가는 손님 중에는 더러 한 달 전에 결혼한 우 셰프의 소식을 전해 들은 듯 “소리 소문 없이 언제 결혼했어요? 말하지”라며 가볍게 타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밥 먹는 것처럼 든든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식빵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는 우 셰프는 “유명세를 타는 것보다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이 늘어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맛있는 빵을 먹으려면 번화가까지 나가야 했다. 이제는 유명해져 각종 언론이며 책에 소개되고 있는 ‘뺑드빱바’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고, 빵 맛 안다는 사람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오월의 종’은 용산구 이태원에 있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주변에는 식빵으로 유명한 ‘롤링핀’이나 단빵과 건강빵을 고루 파는 ‘노아베이커리’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 빵집이 있었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 빵집은 서울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지하철역도 버스 정류장도 먼 양재동 양재시민의숲 근처에 있는 ‘더벨로’가 그런 빵집이다. 반영재 셰프는 “얼마 전에 이전했는데, 지금 위치는 그때보다 훨씬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며 웃었다. 반 셰프의 빵 철학 중 하나는 ‘기본기에 충실한 것’이다. 100% 통밀빵, 호밀빵 등 건강한 빵을 위주로 만들어 내는 반 셰프에게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골목집이 더 낫다고 한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골목에 있는 ‘마리안베이커리’ 김찬숙 셰프도 동네 사랑방 같은 빵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김 셰프는 특이하게도 제과제빵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대치동에서 20년 가까이 자녀를 기르다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빵집을 냈다. 빵이며 요리 등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낸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작은 빵집이라 빵 종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치아바타와 산딸기바게트가 맛있다는 소문이 퍼져 동네 주민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동네아줌마가 만드는 소박한 빵을 먹이고 싶다”는 김 셰프는 빵집의 반을 차지하는 주방에 한가운데 떡하니 놓여 있는 커다란 책상을 가리키며 “여유가 생기면 저곳에서 베이킹클래스를 열어 우리 아이에게 먹일 빵은 직접 만드는 나 같은 주부를 많이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셰프가 만드는 빵집이 드물던 영등포 인근에도 동네 빵집이 있다. 지하철 2·9호선 당산역 인근 주상복합 건물의 1층 구석에 자리 잡은 빵집 ‘욥’은 우유크림빵으로 유명한 여의도 ‘브레드랩’의 책임자였던 임용순 셰프가 독립해 만든 빵집이다. 건물 바깥에 표지판도 없어 정말 알아서 찾아와야 하는 위치가 임 셰프는 마음에 든다고 한다. “여의도에 근무할 때부터 저기 아파트촌 사람들은 무슨 빵을 먹고 사나 궁금했어요. 접근성이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손님의 80~90%를 차지하는 동네 주민들의 익숙한 얼굴을 보면 여기에 자리 잡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 셰프는 빵이 맛있다며 다시 찾아오는 동네 주민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한다.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은 만큼 유화제,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말뿐인 유기농 재료를 쓰는 것보다 빵 맛을 좋게 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서울의 북동쪽, 성북구에도 오너셰프 빵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근처에 있는 ‘디어브레드’는 오후 4~5시만 되면 빵이 다 팔리는 인기 빵집이다. 김태하 셰프 역시 “내가 먹었을 때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디어브레드 간판 아래의 ‘심플 앤 쉐어’라는 말을 가리켰다. “내 마진을 줄여서 학생 손님들에게 맛있는 빵을 나눠 주는 것, 맛있는 빵을 만들 직원들에게 월급을 넉넉히 주는 것 등을 통해 빵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는 김태하 셰프는 사실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다. 군복무를 마친 후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 당차게 빵집 경영에 나선 젊은 셰프다. “대학생 손님들이 ‘전에 먹었던 빵이 정말 맛있더라’며 다시 찾아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는 김 셰프는 “학생이나 어르신들 누구나 잘 먹을 수 있는 건강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빵순이, 빵돌이들은 가격만을 따져 가며 빵을 고르지 않는다. 1000원 더 비싸더라도 맛있는 빵을 찾는 것이 빵순이, 빵돌이의 특징. 서울 송파구 지하철 8호선 석촌역 근처 ‘르빵’은 ‘제대로 된 빵’ 하나로 유명해진 동네 빵집이다. 처음부터 르빵이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니었다. 임태언 셰프가 2년 전 르빵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인근의 싸고 푸짐한 빵집을 찾는 고객들이 더 많았다. “직원들에게 1년만 노력해 보자고 부탁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둘째 주 목요일에 가게 문을 닫고 유명한 셰프들을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죠.” 임 셰프가 연구 끝에 얻어낸 결론은 빵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빵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비싸도 맛이 있으면 사람들이 찾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인근 가락시장에서 직거래로 재료를 구했어요. 12시간 걸려 빵 8개를 만들 정도로 비효율적인 빵이라도 맛을 신경 써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앉아 있을 곳도 부족한 작은 빵집 르빵의 하루 매출액은 150만원에 달한다.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부근에는 유명한 빵집이 두 군데 있다. 카페까지 운영하며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하이몬드제과점’에는 인근 주민은 물론 움직이며 들른 손님도 많다. 빵을 먹어 보고 살 수 있게 큼직큼직 썰어둔 것이 인상적인데 직원 두세 명이 늘 빵 진열대 옆에서 빵을 썰고 있을 정도다. 최근 생겨났던 작은 빵집 ‘블랑제리 11-17’은 입소문을 타고 확장 이전을 준비 중이다.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빵이 나올 때마다 ‘싹쓸이’해 가던 손님들을 위해 작게나마 빵을 먹고 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동작구에도 유명한 빵집이 있다. 1990년대 초 동경제과학교를 수료하고 상도동 숭실대입구역 앞에 자리 잡은 ‘토모니베이커리’의 이호정 셰프는 2004년 개점할 때부터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쌀가루를 가지고 빵을 만들었다. 지금이야 토모니베이커리에는 쌀빵을 찾아 빵투어를 온 빵순이, 빵돌이가 많다. 그러나 이호정 셰프는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네 주민을 항상 신경 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연령대별로 좋아하는 빵이 다르잖아요. 제 빵집에서는 이런 손님 모두를 만족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지요.” 과자류는 물론 빵, 케이크로 꽉 찬 가게 안에 얼마나 많은 빵이 있는지 이 셰프도 모른다. “종종 체인점을 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해요. 그렇지만 제 눈을 벗어나면 어떤 빵이 만들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렵잖아요. 이 빵집을 제대로 운영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곳곳에 맛있고 건강한 동네 빵집이 들어서다 보니 한 군데 단골 빵집은 생기게 마련. 빵순이 기자의 단골집은 서울 시내를 조금 벗어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빠니스비떼’라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 유명 베이커리와 제휴 관계를 맺었던 빠니스비떼는 생긴 지 12년 된 오래된 동네 빵집. 무역업에 종사하던 권오종 대표가 1999년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나서 만든 빵집이다. “병원에 누워 있는데 빵이 참 먹고 싶더라고요. 냉동생지로 만든 빵 말고, 세계 곳곳에서 먹었던 건강한 빵 말이에요.” 빵 기술자를 영입해 문을 연 빠니스비떼는 개점 초기부터 천연효모종 빵을 만들었다. “요즘이야 워낙 천연효모종 빵이 유행하고 있지만, 제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천연효모종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 때였죠.” 빵을 발효하기 위해 사용하는 천연효모종은 이스트와 달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권 대표는 “갖다 버린 빵만 해도 빵집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라고 말했다.
빠니스비떼 바로 옆에는 비슷한 면적의 ‘파리바게트’가 있다. 대기업의 동네상권 문제로 시끌벅적하던 시기를 지나온 권 대표는 동네 빵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개인적으로는 파리바게트 사장님과 친하다”는 권 대표지만, 한때 파리바게트 본사 측에서는 빠니스비떼를 타깃으로 잡은 적이 있다. “원래는 조그만 가게였는데 본사에서 확장하라고 했다네요. 솔직히 그때는 좀 막막했지만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동네 주민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빵을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밥도 삼시세끼 매일 먹으면 지겹잖아요. 빵도 만들고 과자도 만들고 케이크도 만들었습니다.” 빵 맛으로 승부한다는 원칙에 맞게 손님들이 먹을 시식 빵도 큼직큼직하게 잘라뒀다. 동네 주민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멀리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네 빵집은 ‘진화하는 빵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빵집 안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지, 거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며 요즘 동네 빵집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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