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공무원연금개혁

moonbeam 2014. 4. 25. 14:28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월평균 84만4000원을 받는다. 이에 비해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219만원이다(2013년 9월 국정감사 자료).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공무원을 부러워하거나 2.6배에 달하는 수령액 차이에 분노할 만하다. 더욱이 공무원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매년 수조원 규모의 세금이 투입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지난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특수직역 연금(공무원·군인·사학)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201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4월8일 기획재정부 발표)가 불을 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재무제표상 국가부채’ 1117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6조3000억원이 공무원 및 군인연금 관련 정부부채다. 언론들은 ‘공무원연금 메우느라 나라 빚 1000조 돌파’ ‘공무원·군인 연금 지급하기 위해 국민 1인당 224만원 부채’ 따위 제목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논조는 과장된 것이다. 문제의 ‘596조3000억원’은 2014년부터 2089년까지 75년간 정부로부터 공무원 및 군인연금에 나가게 되는 돈을 현 시점에서 나타낸 수치일 뿐이다. 더욱이 공무원과 군인들이 내는 기여금(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정부에 들어가는 돈)은 원래 부채 항목에는 계상되지 않는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공무원노조는 “연금을 개악하면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공무원노조는 2008년에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맞붙은 바 있다(위).
ⓒ연합뉴스
공무원노조는 “연금을 개악하면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공무원노조는 2008년에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맞붙은 바 있다(위).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타고 ‘공무원연금 개혁’은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진입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2001년부터 기금(본인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으로 조성)만으로는 급여를 줄 수 없게 되어 나머지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 충당 규모가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3조3000억원 등 지난 5년간 14조원에 이르고 있다. 올해도 3조8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공무원·군인 연금에 투입될 예산으로 잡혀 있다. 앞으로도 매년 10% 이상 증가하리라 추산된다.

1960년에 출범한 공무원연금이 후하게 설계된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들의 ‘박봉’이었다. 낮은 보수를 받으며 공공에 봉사하는 집단인 공무원에게 노후생활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였던 셈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공무원들의 보수가 오르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 3월 말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의 월평균 임금은 301만9000원이다(300인 이상 대기업은 626만2000원). 이에 비해 지난해 4월 안전행정부가 관보를 통해 밝힌 공무원의 월평균 기준소득액은 435만원이다. 공무원 보수는 대기업 직원들보다는 낮지만 중간 소득자들보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9%다. 가입자가 과세소득(전체 소득 가운데 과세되는 부분)의 4.5%를 보험료로 내면 같은 금액을 사업주가 내서 9%를 채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은, 1988년 신설될 당시에는 가입 40년 기준으로 70%였으나 계속 하향 조정되어 2008년 이후 가입자는 40~50%에 불과하다(2008년 50%에서 매년 0.5%씩 하향 조정).

공무원들이 비판 여론에 억울해하는 이유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방식이다. 보험료율이 기준소득월액의 14%(공무원 본인 7%, 정부 7%)로 국민연금보다 많이 내고 정부로부터도 많이 받는다. 소득대체율도 최대 납입 기간인 33년을 기준으로 62.7%에 달한다(4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76%). 더욱이 사망한 가입자 연금의 70%까지 유족이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1가구 1연금’ 원칙에 따라 유족은 자신의 연금과 사망자의 연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수익비(연금 가입자가 낸 전체 보험료에 대한 수령액의 비율)로 따져봐도, 공무원연금은 2.3배(2010년 이후 임용자)로 국민연금(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상 기준)의 1.3~1.8배보다 높다. 더욱이 2010년 이전에 임용된 공무원들의 연금 수익비는 3.5배 전후에 이른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여론에 억울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은퇴 공무원들의 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 수급액의 두 배를 껑충 뛰어넘는 이유가 단지 ‘후한 제도 설계’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오랫동안 더 많은 돈을 보험료로 부어왔다. 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에는 아직 40년(소득대체율을 산출하는 기준 가입기간)을 채운 가입자가 없다. 그러나 1960년 설치된 공무원연금은 이미 성숙기에 이른 제도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연금 이외에도 퇴직금을 받는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받는 퇴직수당은 민간기업의 퇴직금보다 훨씬 적다. 공무원연금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공무원들이 그야말로 ‘박봉 생활자’였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에서는 보험료를 10년만 납부하면 연금수급 자격이 생긴다. 공무원은 20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퇴직연금보다 훨씬 적은 돈을 일시금으로 받아야 한다. 공무원에게는 고용보험 혜택도 없다. 지난 4월9일 전국공무원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악 운운하는 말이 나올 경우 공무원노조는 100만 연금수급자와 함께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에는 이런 사정에 따른 섭섭함과 분노가 반영되어 있다.

그럼에도 민간 부문의 고용 안정성이 극도로 약화된 현 시점에서, 이런 공무원들의 정서는 여론의 벽을 넘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압박하면서, 6월 지방선거 이후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 방향은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국민연금에 접근시키는, 광의의 ‘연금 통합’이 될 전망이다. 진보 성향의 연금 전문가들도 그 당위성을 일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론과 공무원들의 정서는 다르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연금 전문가인 오건호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은 적은 퇴직금, 고용보험 미적용, 노동3권 미보장 등 공무원들의 불이익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전제하에 “공무원연금의 기본 체계를 가능한 한 국민연금 방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일단 신규 임용 공무원에 대해서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적용하면서 통합 정도를 확장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소득과 공무원 소득 간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완전 통합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