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팽목항 2015.01.21.

moonbeam 2015. 1. 26. 07:22

비가 내린다.

충남을 벗어나고 전라도로 들어 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목포를 지나면서는 아예 퍼붓기까지 한다.

마음속에도 마구마구 내린다.

사실 팽목항은 항상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광화문에는 몇 번 나가 봤지만

팽목항은 멀다는 핑계로 한 번도 찾지 못했다.

꼭 가야 된다는 의무감이 무겁게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가야지...가기는 가야 할 텐데..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도 가야만 한다는 마음...

이제서야 좀 풀릴 수 있겠나 싶다.

사실 4월 부터 학교 생활은 정신적으로 엉망이었다.

애들을 볼 때 마다 고놈이 고놈인 것 같고..

만약에 내가 인솔교사로서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수장된 아이들이 내 아이였다면...

내 가족 중 누군가가 그렇게 당했다면...

아무도 없다.

텅 빈 항구.

옆 공터에 아직도 남아 있는 유가족들의 임시거처가 있긴 하지만

들어가서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비가 계속 내린다.

정말 하염없이 내린다.

 

아...

부끄러움, 미안함, 죄책감....

목이 메인다.

가슴이 먹먹하다.

할 말이 없다.

(201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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