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먹거리(펌)

한 시간만 파는 해장국

moonbeam 2015. 4. 10. 11:36

하루에 한시간 해장국만 파는 부부청대문의 특별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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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청대문. 사진 박미향 기자

 

광희동 허름한 골목 안
오후 5시부터 한시간 영업
연탄으로 밤새 끓인 양지 맛
해장하는 술꾼들에게 최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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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딱 한시간만 영업하는 식당이 있다면 믿겠는가? ‘부부청대문’의 영업시간을 알면 무슨 배짱인가 싶다. 오후 5시부터 딱 한시간, 6시까지 영업한다. 주인장은 “한시간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준비한 게 다 떨어지면 문을 닫는데 그게 한시간 정도”라고 말한다. 주인할머니를 보면 수긍이 간다. 그의 나이는 72살. 허리도 구부정한 박순분씨는 욕심이 없다. 한시간 영업을 위해 준비하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린다고 한다. 할머니가 솜씨를 발휘하는 음식은 해장국 단 한가지다. 기름기가 적은 국물 위에 손바닥 반만한 한우 양지머리 고기가 수북하다. ‘그릇을 고기로 메웠다’는 표현은 이 해장국에 쓰는 말이다. 싸구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숟가락을 푹 박으면, 최근 들어 영양가 때문에 인기가 있는 시래기가 푸짐하다. 가격에 또 한번 놀란다. 1만7000원.

 

화려한 서울에서 달동네보다 더 시선이 머물지 않는 동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힘들 것 같은 광희동 뒷골목에 부부청대문이 있다. 사철탕집 몇곳을 지나 고불고불 좁은 길을 지나면 을씨년스러운 골목이 나타난다. 영세한 인쇄소 사무실 등과 마주한 부부청대문은 옹색함으로 치자면 최고다. 금세라도 부서질 것 같은 의자와 식탁, 벽에 막 붙은 메뉴판, 널브러진 신문 쪼가리들. 반전은 오후 5시에 벌어진다. 문 연 지 6분 만에 15개 좌석이 다 찬다. 낯선 이와 함께한 식탁에서 해장국을 만난다.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고개를 숙여 퍼먹는다. 위장에서 신나는 출항을 서두르는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쫄깃한 육질에 이어 축축한 시래기가 혀를 쓰다듬는다. 이 집 해장국을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증명해 보인다.

 

광희동에서 3번 정도 이사를 한 박 할머니는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한 지는 13년째다. 40여년 동안 박 할머니는 해장국을 만들어왔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친정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았다. “조선시대 양반들 음식”이라고 말하면서 자부심을 드러낸다. 국물 간은 간장이 아니라 된장으로 하고, 연탄을 12장이나 태워 밤새 국물을 끓인다. 잘 삶아 뜨거운 김이 폴폴 일어나는 한우 양지고기를 써는 할머니의 모습은 방학 때 찾은 외갓집 부엌의 풍경이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이가 있으면 다른 손님이 “거, 묻지 마시오. 나오는 시간이 늦어지니깐”이라고 타박한다. 40대 이상 술꾼들이 대부분이다. 손님들치고 긴 세월 알코올을 몸에 담은 흔적이 없는 이가 없다. 할머니는 국물 온도, 고기 온도를 감으로 최적으로 맞춰 낸다고 말한다. 한사코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는 할머니는 단골들의 질문에는 아궁이까지 열어 보여준다. 지난 2일 한시간 동안 이 집을 찾은 손님은 31명이었다. 문지방을 나설 때 “건강하세요, 어머니”라는 인사말을 다들 건넨다. 손님은 박 할머니의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