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창비 창작과 비평

moonbeam 2015. 6. 18. 13:22

<창작과 비평> 줄여서 <창비>. 둘 중 어느 게 됐든 아련한 이름이다. 즐겨읽었고 강제폐간됐을 때는 분노했다. 백낙청 교수가 창비를 창간했을 때가 스물일곱인가 하는 걸 알았을 땐 부끄럽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창비를 읽은 때가 언제인지 가물거린다. 지금 내 서가엔 창비가 한 권도 없다.... 미국 올 때 신학책들만 갖고 왔고 언제부턴지 분기마다 꼬박꼬박 사들였던 창비는 한 권도 안 갖고 왔으니까. 요즘은 창비의 팟케스트만 듣는다. 대중적인 인기는 별로인 거 같은데 그래도 난 듣는다. 일종의 '의리' 같은 거라고 할까….

옛날에 비하면 엄청 커졌단다. '권력' 자를 같다 붙이기도 하던데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하긴 옛날에도 이쪽에서는 그들이 '권력'이긴 했다. '문지'니 '창비'니 하는 것들이 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표절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니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고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출판사 등도 그랬다는 거다. 하지만 책 시장이 죽어가는 마당에 그나마 어느 정도 매출을 올려주는 작가라서 알면서도 모른 척했을 거라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욕 나온다. 조중동에서 운영하는 출판사가 이랬다면 그냥 웃어넘겼을 거다. 그들은 그래도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은 그냥 그런 넘들이니까 말이다.

근데, <창비>가 아닌가. <창비>는 그러면 안 되지…. 그냥 잘못했다고, 책 좀 더 팔아먹으려고 그랬다고, 이젠 직원도 많아졌고 드는 돈도 많아져서 돈을 좀 더 많이 벌고 싶어서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고,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이번 한 번만 봐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녀? 그것도 권력이라고 대중에겐 머리 숙이지 못하겠다는 건가? 누구처럼?

한국사회 여기저기서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뭔가 모라자서 허물어지는 게 아니라 더 많이 갖겠다고 난리치다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어디 한 군데선 억지로라도 버티는 구석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고 또 어딘가엔 그런 구석이 있겠지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래서 더 아프다. 딴 출판사들은 다 그래도 너희만은 안 그랬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내가 너무 순진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