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떨기(펌)

개신교가 실패하고 있는 이유

moonbeam 2015. 11. 9. 12:59

근자에 어느 교회 장로가 "교회의 목사도 사람이니 교회 돈을 횡령하거나 착복하더라도 눈감아 주고, 오로지 하나님만 믿고 살면 된다"고 한 말을 들었다. 정말 대단한 맹신이다.

나만 바르게 살다가 천국에 가면 된다는 뜻인지, 아니면 용서와 사랑이 너무 넘쳐서 그러시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실 우리 주변에 이런 수준의 장로나 집사들이 제법 많다. 상당수 제직들마저 이토록 무지하고 무능하니 어찌 한국교회가 무사할 수 있을까.

물론 어떤 경우이든 필자는 정상적인 사역자들의 헌신적 수고와 숭고한 희생을 폄하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을 바르게 해야 옳다. 진정으로 교회를 힘들게 하고 사역을 방해하는 것은 '교회 비리'이지 결코 '교회 비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라는 간판

요즘 개신교의 평판이 하도 안 좋아서 미자립 교회들은 거의 다 고사 직전이다. 교인들 자신 외에는 교회를 신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때 '세습은 안 한다!'고 단언하던 아들 목사에게 변칙 '분가 세습'을 하여 호되게 비판을 받고 있는 서울의 M교회는 수 만명의 신도들이 출석하는 초대형 교회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아들 목사의 교회와 다시 합병을 통해 몸통 세습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기막힌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단지 청빙위원회를 통한 '여론 떠보기'라는 시각도 있지만, 새파란 아들 목사가 주일에 자기 강단을 비우고 아버지 목사의 교회에 가서 설교하며 군불을 열심히 지피는 모양을 보노라면 왠지 석연치가 않다. 성도들의 불길한 우려가 막장 드라마의 예고편처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표절', '학력 사칭 ', '장부 은닉', 그리고 '고소 남발'로 위명을 높힌 다른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는 자신을 반대하는 장로들을 내몰고 당회를 장악하기 위해 요즘도 불철주야 수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역시 '꼼수 목회'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매우 부지런한 위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기야 교회를 세습하거나 재정을 사유화하는 작자들이 언제 체면과 염치 따위를 따진 적이 있었던가. 이리저리 잔수와 속수를 날리며 여론의 몰매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애쓰는 그 가련한 모습에서 필자는 "한국 개신교의 장례 절차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중세적 흥행에 도취하여 목사들이 무슨 파렴치한 비리를 저질러도 '아니오'가 없는 교회, 장로들이 무슨 부끄러운 야합을 해도 마냥 태평한 교회, 그리고 신도들을 우민화하여 기복과 맹신을 더욱 부추기는 교회들을 보면서 제 정신을 지닌 보통 사람으로서 이런 비상식적인 교회를 신뢰할 바보가 세상 어디에 그리 많겠는가.

인간이 만든 요상한 종교적 전통과 교묘한 교단법으로 교회를 사유화하여 거룩해야 할 교회가 특정 직분자들의 대를 이은 가업이 되고, 유리하는 양들은 이리 찟기고 저리 터져 만신창이 되어 신음하건만 그래도 "어떤 경우든 목사를 비판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눈먼 교회를 과연 맹신도들 외에는 누가 신뢰할까.

그럼에도 그런 영적 소경들 덕분에 그저 '종교'라는 간판만 걸면 그 어떤 무식한 억지도 다 고상한 진리로 둔갑하는 맹랑한 기적이 오늘도 이 땅에서 여전히 만개하고 있다.

이단만 무려 200만이라니

최근 '불교사회연구소'가 3대 종교의 사회적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천주교(39.8%), 불교(32.8%), 그리고 개신교(10.2%) 순으로 개신교는 아주 처참한 꼴찌를 했다. 이는 자기 신도들조차도 교회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한국 개신교의 몸통은 더 이상 가리고 숨길 만한 수치조차 없이 모조리 벗겨져 있건만, 아직도 그 기름진 얼굴에 유해성 화장품만 처바르며 거룩한 척 위선을 떨고 있다.

더구나 현재 개신교 교세가 대략 860만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이단만 해도 무려 200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는 교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변질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이다. 소위 스스로 정통이라고 자부하는 교단들마저 윤리적으로 하도 개막장이니 그나마 이단을 정화할 최소한의 설득력마저도 통채로 상실한 것이다.

▲ 불교사회연구소가 실시한 ‘2015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그러면 이제 우린 어찌 해야 할까. 물론 가장 좋은 길은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직분자들이 순교적 각오로 각성하여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이다. 그동안 탐익하던 과도한 교권과 불의한 기득권을 버리고 다시 회복과 갱신의 길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행색으로 볼 때 이는 마치 중세 교황들의 회개를 기대하는 것 만큼이나 아득한 일로 보인다. 설사 베드로가 다시 와도 한국 특유의 고절한 수법으로 뿌리까지 변절한 한국 개신교를 새롭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대의 선각자들과 개혁자들이 아무리 '바른 신학'과 '바른 사역'을 역설해도 교회 역사에 스스로 자기 교리를 바꾼 교회는 거의 없다. 그 이름이 장로교든, 감리교든, 성결교든, 그리고 침례교든 그들은 각자 자기들의 신조가 가장 성경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국의 모든 교단들은 끝까지 자기 생긴 대로 살 것이다.

그러므로 거기서 '목사교'로 변질된 교회들도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끝내 '자기 개혁'을 거부하다가 망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패배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개신교 성장 신화의 몰락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굳이 필자가 별도로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분은 이를 탄식하여 말하기를 "지금처럼 급속하게 망하고 있는 그 이유가 어디 있을까? 도대체 그 '주범'이 누구일까? 한국교회를 망친 주범은 다름 아닌 목사들이다. 그것도 대형교회 목사들이다. 신학교 교수들이다. 총회장, 노회장들이 그 주범들이다. 어찌하여 그들이 한국교회를 망친 주범들인가? 교회의 열쇠를 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교회가 타락한 것이 아니라, 실상은 목사가 타락한 것이다"라고 아프게 일침을 가하는 성도도 있다.

"차라리 거룩하게 망하자"

아무튼 거룩한 감동을 잃은 다수의 대형 교회들은 계속 먹고 흥청거리며 망하고 있고, 반대로 수많은 미자립 교회들은 고생하고 굶주리다 문을 닫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어중간한 교회들은 담임목사를 교주로 모시고 세속적 '복'을 합창하며 맹신으로 향하고 있다. 극소수의 교회만이 예외일 뿐이다.

결국 이제는 교회가 망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만일 개신교가 현재처럼 여전히 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하다가 끝내 무더기로 버림받는 것을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이왕이면 한번 제대로 망하면 좋겠다. '진짜 교회'와 '유사 교회'와 '사이비 교회'의 난잡한 혼재 속에서 만일 모든 교회들이 무차별로 동반하여 망할 수밖에 없다면, 비록 모든 것을 다 잃더라도 끝까지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르다 망하자는 것이다.

예수님은 평생 동안 가난, 불명예, 핍박, 그리고 배신을 감수하며 사셨다.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하셨으니 그게 보통 가난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신성모독과 성전모독과 반역죄로 몰려 죽으셨다. 병든 자를 고치시고 늘 가난하게 사셨지만 정말 세상에서 달리 이익을 보신 적이 없다. 그러므로 명리를 추구하는 세상의 눈으로만 보자면 틀림없이 망한 인생이다.

사도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대부분 각자의 선교지로 흩어져 평생 지지리 고생하며 나누고 주다가 제 명대로 살지 못 하고 죽임을 당했다. 그러니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된 소수의 교회들만이라도 먼저 장부를 털어 가난한 이웃과 약자를 도우며 부지런히 손해를 보고 살자는 것이다.

어차피 망할 것이라면 정말 세상이 깜짝 놀랄 정도로 열심히 퍼주며 망할 짓만 골라서 하다가 건물도, 재산도, 권력도, 이름도, 명예도, 그리고 교세도 없이 제대로 폭삭 망하자는 것이다.

유럽의 개신교처럼 기껏 고가의 대형 교회당들 잔뜩 지어서 헐값으로 이교도들에게 넘겨주거나, 아니면 술집이나 도박장이 되게 하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21세기의 한국 개신교는 정말 신나게 퍼주다 망했다"고 세계 교회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과거처럼 허구한 날 허탄한 욕심을 부리며 거두고, 모으고, 쌓고, 올리고, 짓고, 세우고, 그리고 누리는 일은 이제 그만 멈추고 차라리 거룩하게 망하는 것이 어떨까.

가장 천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지금 한국에 교회당이 모자라고 목사가 모자라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결코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리고 건물 교회가 망한다고 해서 복음이 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니 어떤 경우 더러운 우상들을 세우고 찬양하는 것보다는 그냥 망하는 것이 다시 사는 길이다.

다만 서구의 교회들처럼 그렇게 점잖고 맥없이 망하지 말고, 이왕이면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아낌없이 퍼주고, 깨지고, 그리고 끝까지 비우다가 치열하게 망하자는 것이다.

목사가 무당이 된 교회, 상식을 학살하는 교회, 성직자의 밥상이 된 교회, 권력에 아부하는 교회, 하나님의 공의를 망각한 교회, 가난한 자와 약자를 멸시하는 교회, 신도들의 성황당이 된 교회,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상실한 교회는 어서 속히 망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우리가 무너지고 썩어진 그 자리에 샤론의 꽃 예수님의 순결한 신부가 된 '진정한 교회'가 다시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이 땅의 진짜 교회는 고작 벽돌 덩어리 건물이나 또는 긴옷을 입은 성직자 조직 따위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교회는 세상적인 눈으로 보면 참으로 누추하고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귀중하고 사랑스러우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제사장 아론은 성전에 나올 때, 장식품을 걸친 화려한 외모로 향기를 풍기며 영광스럽게 나타났으나, 그리스도는 가장 천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다."

사실 한국 개신교가 실패하고 있는 근본 이유는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금과 은에 취한 많은 교회들은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그 '십자가의 길'을 체질적으로 배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서, 금과 은과 동과 철과 나무와 돌로 만든 신들을 찬양하였다(다니엘5:4)."

신성남 / 집사·<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