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그리고 멋(펌)

1억 5천으로 3층 주택

moonbeam 2015. 11. 23. 09:09

신혼부부 2년차인 엄태성(31·남)·곽근화(31·여)씨는 아침이면 각각 1층 서재와 3층 침실로 향한다. 남편 엄씨는 서재에서 공부 하고, 병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내 곽씨는 침실로 가 커튼을 꼭꼭 닫고 깊은 잠에 빠진다.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엄씨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고, 곽씨도 방해 받지 않고 쉴 수 있다.

오후가 되면 남편과 아내는 2층 주방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한다. 주말이면 다락방으로 올라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한다. 쉴 때는 마당에 작은 텃밭을 가꾸거나, 나무 자재를 주문해 취미인 목공예를 즐긴다.

창원시 협성동 노후주택을 허물고 지은 협소주택 <그린나래>/ 김종호 기자

그림으로 그린듯한
아름다운 날개

그린나래

엄씨와 곽씨는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다락방이 딸린 3층짜리 협소주택을 지었다. 남편과 아내 모두 과거 아파트보다 주택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신혼생활도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획일적이고 갑갑한 구조의 아파트보다 언제든지 문만 열만 야외로 나갈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은 옛 창원·마산·진해시가 2010년 ‘통합 창원시’로 합쳐지기 전에는 마산시였다. 마산역, 마산버스터미널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전통시장,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큰 상가가 있다. 부부가 사는 곳은 주요 상권에서 몇 골목 떨어져 있는 곳이다. 엄씨는 아버지가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던 대지면적30평(101.10㎡)짜리 노후주택 부지를 증여받았다.

원래 있던 노후주택을 허물고 건축면적 11.57평(38.3 ㎡), 연면적 30.4평(96.66㎡) 짜리 새 집을 지어 올렸다. 상가건물이 많은 주택가 사이로 모던한 느낌이 물씬 나는 하얀색 협소주택 ‘그린나래’가 들어섰다. 아내 곽씨는 “그린나래는 ‘그림으로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라고 말했다.

창원 그린나래 Before(왼)after(오) /사진=푸른담벼락 제공

설계와 시공을 포함해 총 공사비는 1억4000~5000만원 정도. 마당의 데크와 잔디, 담장을 설치하는데 추가로 돈을 썼다. 나무가 주는 따뜻한 느낌이 좋아 적삼목을 이용해 1층 현관을 꾸몄다. 적삼목은 향기가 좋고 습기에도 강하다. 1층 8.1평, 2층 11평, 3층 10평, 다락 6평 짜리 집이다. 1층은 2층이나 3층보다 조금 좁다. 1층 서재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마당을 더 넓게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관 앞과 마당은 남편 엄씨가 직접 목재를 가져다가 만든 울타리, 벤치, 우체통이 장식하고 있다.

1층 서재를 지나서 2층으로 오르면 거실과 주방이 나온다. 주방은 ‘ㄷ’자로 만들었다. 부부 모두 나무를 좋아해 집안 곳곳에 목재가 보인다. 거실 벽에도 나무로 된 선반을 달았고, 거실 천장에도 길다란 목재를 나란히 배치했다. 거실 천장을 보면 한옥 서까래가 떠오른다.

2층 거실에서 3층으로 향하는 계단도 나무다. 계단 난간도 얇고 긴 목재로 만들어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 이 집을 설계·시공한 건축디자인회사 푸른담벼락의 장성록 대표는 “1층과 2층은 콘크리트로 골조를 세웠지만 3층과 다락방은 목재 구조를 적용했다”며 “목재 구조는 콘크리트 구조보다 습도 조절력에 강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설명했다.

계단 옆의 벽에는 남편 엄씨가 직접 촬영한 ‘셀프웨딩’ 사진이 가득하다. 이들 부부는 연애기간 계절이 바뀔때마다 산, 들, 강에서 둘만의 추억이 담긴 웨딩사진을 직접 카메라로 촬영했다. 결혼식도 꽃 장식만 가져다가 조촐하게 꾸며놓고 야외에서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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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나래 침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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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나래 다락방. / 김종호 기자

3층엔 침실과 드레스룸, 욕실이 있다. 침실은 창문을 최대한 작게 만들었다. 창문에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암막커튼을 달았다. 푸른담벼락 장 대표는 “주간, 야간 교대 근무가 많은 건축주(아내 곽씨)의 수면 패턴을 배려했다”고 말했다.

더 위로 오르면 천정이 조금 낮은 다락방이 나온다. 다락방은 신혼부부만의 자체 영화관이다. 커다란 동물 인형 모양의 쿠션을 가져다 놓고 푹신한 의자도 놓았다. 벽지도 어두운 색깔을 골라 영화관 느낌을 살렸다. 아내 곽씨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면 상영 도중 스마트폰을 켜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주변 관람객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다”며 “집에서 편하게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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