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그리고 멋(펌)

한 지붕 두 가족

moonbeam 2015. 11. 23. 09:15

 

광명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광명시 한 주택가. 이 동네에 10여년 넘게 살아온 두 가족이 만나 같이 살 집을 지었다.

먼저 ‘두빛채’ 가족부터 소개한다. 성창재(42)·황지영(40) 부부와 종윤(13·남)·시은(10·여)은 여행·캠핑을 즐기고 텃밭 가꾸기 등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가족이다. 시은이네는 반려견 포포와 함께 산다.

두빛채 가족들. 왼쪽은 임효정씨와 민이안양. 오른쪽은 황지영씨와 성시은양·종윤군/이태경 기자

민상기(43)·임효정(40) 부부는 외동딸 이안(13)양, 그리고 반려견 재미, 마음이와 산다. 음악을 듣거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가족이다. 사람 7명, 개(犬) 3마리가 함께 산다. 두 가족이 모였다고 해서 집 이름도 두빛채라고 지었다.

시은이네와 이안이네 부부는 약 10년 전 어린이집 학부모로 만났다. 부부 연령대가 비슷하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하다 보니 마음이 잘 맞았다. 지난 10여년간 여행과 캠핑을 함께 즐기며 친해졌다. 시은이네 가족은 주말농장을 다니며 텃밭 가꾸기를 즐겼고 이안이네 가족은 마당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결국 시은이네와 이안이네는 함께 땅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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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빛채 건물 외관/사진=스무숲건축

이안이네 엄마 임씨는 “우리 가족 혼자 집 짓는 것보다 같이 할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은이네 가족과 집을 같이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은이네 엄마 황씨는 “임씨와 둘이서 주택용지 분양 현장을 보러 다니면서 우리가 집을 지어서 원하는 대로 꾸며서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운 좋게도 원래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전체 74평 크기의 단독주택 부지를 분양받았다. 집이 들어설 건축면적은 약 35평. 1층을 기준으로 각 가족이 한 층당 17평씩 쓰는 셈이다. 2층은 더 좁아져 한 가족당 11평 정도, 다락방이 있는 층은 한 가족당 6.5평 정도다.

분양가는 총 4억4000여만원으로 이안이네와 시은이네가 절반씩 부담했다. 텃밭 때문에 마당을 더 크게 쓰는 시은이네가 마당 공사비를 조금 더 냈고 건축·인테리어를 포함 공사비가 총 4억4000만원이었다. 총 비용이 8억8000만원인 셈이다. 건축·인테리어는 스무숲건축사무소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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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빛채 공동 현관. 왼쪽으로 들어가면 이안이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종윤·시은이네/이태경 기자

두빛채는 두 가족이 같이 쓰는 공간이 많다. 현관, 뒷마당과 데크, 그리고 꼭대기 다락방은 사실상 공용이다. 현관문 앞에는 초인종이 2개가 있다. 하나는 이안이네 초인종, 다른 하나는 시은이네 초인종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커다란 유리문을 통해 뒷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쉴 곳’, ‘자연’ 옆으로 들어간 기분이 든다.

현관을 기준으로 왼쪽은 이안이네, 오른쪽은 시은이네다. 이안이네와 시은이네를 구분하는 것은 미닫이문인데, 평소에는 거의 열어놓고 산다. 이안이네 1층 거실에 있는 유리문을 통해 뒷마당으로 나갈 수 있다. 이안이네 엄마 임씨는 “거실에서 음악을 듣다가 언제든지 뒷마당 데크로 나가서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거실에서 2층으로 올라가기 전 길목에 부부 침실(1층)이 있다. 이건 시은이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외출했다가 돌아와 제 방으로 올라갈 때는 반드시 엄마ㆍ아빠들이 있는 공간을 지나쳐 가도록 한 것이다. 시은이네 엄마 황씨는 “아빠들이 여러 번 강조했다”며 “애들이 나들이할 때 부모가 알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외출했다가 돌아와
제 방으로 올라갈 때는
반드시 엄마ㆍ아빠들이 있는
공간을 지나쳐 가도록 구성

2층은 이안이 침실, 욕실, 발코니까지 있는 이안이의 공간이다. 앉아서 책을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미니 서재도 있다. 거실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2층에서 1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오픈형 복층 구조로 만들었다.

이안이 방 한쪽에는 좁고 가파른 계단이 있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 층고가 낮은 다락방이 나온다. 다락방 한쪽 벽면에는 높이 130~140cm 정도의 자그마한 문이 있다. 어른이 오고 가기에는 좁아 ‘비밀 통로’ 느낌이 난다. 이 문을 넘어가면 또 다른 다락방이 나온다. 옆집 시은이의 방과 연결된 다락방이다. 이안이는 13살, 시은이는 10살로 나이 차이가 조금 나지만 언니, 동생 하며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다 보니 다락방은 이안이와 시은이가 오가며 노는 공용 놀이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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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공동현관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시은이네다. 시은이네 거실은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어 마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온 느낌이 든다. 시은이네 엄마 황씨는 “거실은 가족들이 모여서 숙제를 하고, 밥을 먹고, 각자 업무를 보고 손님을 맞이하는 실용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실 옆의 미닫이문을 열면 부부 침실이 나온다. 아이가 2명인 집이라 아이들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부부 공간은 최대한 줄였다. 부부 침실에는 침대가 없기 때문에 낮에 미닫이문을 열어놓으면 거실과 부부 침실을 하나의 넓은 공간처럼 쓸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여유공간을 활용한 쉼터도 만들었다. 담요와 쿠션을 가져다 놓아 아이들이 무작정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기타를 치거나 반려견들과 놀 수 있게 만든 보너스 공간이다.

집 안 곳곳에 크기가 작은 창을 내어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뒷마당, 하늘, 산, 나무 등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설계

스무숲건축사무소 홍진희 소장

 

2층엔 종윤이 방, 욕실, 시은이 방이 있다. 종윤이 방의 천장에 있는 끈을 잡아당기면 커다란 사다리가 내려온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다락방이 나온다. 종윤이 다락방과 동생인 시은이 다락방 사이엔 통로가 없다. 오빠와 동생에게 각각 독립 공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윤이 방을 지나 시은이 방에 들어가면 좁은 계단이 또 나타난다. 계단 밑에 침대를 둬 남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좁은 계단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면 3층 다락방이다. 옆집 이안이 언니의 방과 연결된, 그 다락방이다. 결국 두빛채에는 다락방이 총 3개인데 그 중 종윤이의 다락방을 빼고 시은이 다락방과 이안이네 다락방만 작은 통로로 연결된 셈이다.

또래가 비슷한 아이들 셋이 사는데 다투는 일은 없을까. 이안이네 엄마 임씨는 “애들끼리 싸우기도 많이 싸우는데 또 금방 화해하고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1층 뒷마당과 데크는 두 가족이 거의 공동으로 쓰고 있다. 데크는 주로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간식을 먹거나 맥주를 한잔씩 하는 장소다. 시은이네 엄마 황씨는 “아파트에 살 때는 야외활동이 너무 적어서 답답했다”며 “지금은 문만 열면 바로 바깥이라 좋은 공기 마시며 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텐트를 펼쳐놓고 뒷마당에서 캠핑을 즐긴다. 집을 짓기 전에는 주말농장을 다니는 시은이네는 이제 뒷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살구와 석류나무도 심었고 상추와 배추도 심었다.

스무숲건축사무소 홍진희 소장은 “집 안 곳곳에 크기가 작은 창을 내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뒷마당, 하늘, 산, 나무 등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이안이네 가족은 음악을 듣는 거실에 음악 선반을 설치하는 등 신경을 썼고 시은이네 가족은 텃밭을 가꾸는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게 설계하는 등 두 가족이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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