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그리고 멋(펌)

주교회의 국정화 교과서 반대

moonbeam 2015. 11. 26. 09:35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성명 전문 보기)을 드디어 냈다. 오랜 고뇌 끝에 발표한 그 결단을 존중하며 크게 환영한다. 특히 정평위 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총무 김유정 신부의 수고에 감사드린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과 역사학계의 합리적 견해를 무시하며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 성명서에는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국가권력의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민주주의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국가권력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보조성의 원리를 성명서는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을 통해서 교과서를 독점하겠다는 것은 가톨릭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보조성의 원리 및 민주주의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주교회의는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가들이 학자적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명백하게 말하고 있다. 주교회의는 국정으로 발행되는 한국사 교과서에 담길 내용이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목적과 관련되는 것들이 아닐까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 교과서는 정부가 아니라,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역사학계와 역사학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두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셋째, 주교회의는 시민의 정당한 참여를 장려하고 민주주의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화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그 절차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학문의 자율성을 무너지게 하고, 시민 사회의 건강한 여론을 차단시키며,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주교회의 성명서에 나타난 논리, 근거, 내용은 적절하고 분명하다. 한마디도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


주교는 불의한 권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불의한 권력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 ‘정의 없는 국가권력은 깡패집단에 불과하다’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기억하면 된다. 로메로 대주교는 주교요 순교자였다. 순교자로 죽는 것이 주교에게 최고의 영예 아닌가. 빌라도처럼 손을 씻는 것이 주교가 할 일은 아니다. 예수처럼 희생하는 주교가 진짜 주교다.


아르헨티나의 엔리케 앙헬렐리(Angelelli) 주교를 보자.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다가 1976년 53세의 나이로 군사정권에 의해 살해되었다. 당시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반체제 인사들이 고문받던 군부대에서 미사를 드려달라고 앙헬렐리 주교에게 요청하였으나, 그는 거부했다. 앙헬렐리 주교는 단상에 올라 대통령인 비델라 장군의 옆자리에 앉는 것도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교는 자기 백성을 억압하는 사람과 악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돈과 권력에 의지하여 교회를 세우려는 주교는 예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 주교가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가까이 지내면, 주교는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회개하지 못한 주교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주교는 부자와 권력자들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번 경우처럼 의롭게 행동하는 주교들의 모범을 자주 보고 싶다. 이런 의로운 목자들과 함께라면, 우리가 의로운 양떼 되기는 어렵지 않다. 로메로 대주교의 말처럼, 주교가 제일 먼저 신경써야 할 상대는 정부가 아니라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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