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12월 19일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북아현교회에 올랐다.
굴레방다리에서 종점으로...
왼쪽으로 돌아 교회로...
눈을 감고도 떠오르는 길들, 집들...
그렇게 넓어 보이던 길도 좁은 골목으로 보이니
참 세상이 이렇게 변한 건가 아니면 내 눈이 병든 건가...
수십년 전 중학생이던 무렵 교회 건축할 때 기억도 나고...
아침 저녁에 등하교 하면서 벽돌을 지고 올라서 이 교회를 세웠는데...
저 종탑 꼭대기로 올라가 놀던 놈들도 떠오른다...
북아현교회 출신이면 누구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 이원도 또한 북아현교회의 전설이었지...ㅎㅎ
좌우지간 주위를 둘러 보니 전부가 폐허로구나...
골목골목을 휘저으며 달음박질 치던 놈들 모습만 어른거리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다 아파트로 변한 모습으로 다가서겠지...
헤헤거리고 깔깔대던 고놈들이 아직도 마음 속에선 어지럽게 뛰어 노는데
골목도 사라지고 집도 다 허물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겠네.
이대로 넘어가는 길이 저 끝에 보이는듯...
그래도 북아현 동산만은 동네와 알맞게 떨어져 있어서 좋았는데...
(물론 바로 옆에 낮은 집들이 있었지만 그 집들은 오히려 정겨웠고...)
지금은 뒤로는 이대가 너무 가깝게 붙어서 답답하고
언덕 아래로는 추계예대의 문이 나 있어 복잡하고...
교회 마당에도 빼곡하게 건물들이 들어서고...
마당에 서면 저 멀리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와 몸과 마음이 탁 트였었는데
지금은 꽉 막혀 답답한 느낌.
흩날리던 아카시아 냄새와 함께 마당 한 귀퉁이를 지키던 종탑...
그 옛날의 것들이 다 사라져 아쉽기만 하다.
선생님이라 부르고 아니 선생님보다는 원도사로 부르며 졸졸 따르던 애들이
세월을 함께 보내며 어느새 같이 늙어가고...
수십년 만에 만난 정현이 금수가(on line에선 만났지만 off line에서)
'이제부터는 오빠라고 부를래, 불러도 되죠?'
언제까지나 그 함박웃음과 함께 내 귀를 간지럽힐 것이니
참 좋다...정말 좋다...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사람과 추억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방학하면 폐허가 된 곳곳을 걸어서 돌아 봐야겠다...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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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은 가고 없어도
더듬어 지나온 길 피고지던 발자국들
헤이는 아픔 대신 즐거움도 섞였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 때 어른거려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 때 어른거려라
그렇게 걸어온 길 숨김없는 거울에는
새겨진 믿음 아닌 뉘우침도 비쳤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 설레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 설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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