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며 살기(펌)

일본 진정 사죄한다면 도쿄 청사 앞에 소녀상 둬야

moonbeam 2015. 12. 30. 10:53

김운성 조각가

김운성 조각가
소녀상 만든 김운성 조각가 쓴소리
“일, 수요집회도 금지하려고 할 것”
한국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을 두고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4년 전 소녀상을 직접 제작한 김운성(51) 작가는 29일 “일본이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한다면 오히려 도쿄 청사 앞에도 소녀상을 두는 게 맞다. (사죄를 하면서)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부터가 불순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2011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찾아가 ‘미술 하는 사람으로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싶다’고 밝히면서 소녀상 작업을 하게 됐다. 꽃·나비 등 다양한 조형물을 고민하다가 아내 김서경(50) 작가의 아이디어로 할머니들의 꿈 많던 소녀 시절을 돌려주자는 의미를 소녀상에 담았다. 시민들의 모금을 재원으로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는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1000번째 수요집회가 열린 2011년 12월14일 소녀상을 설치했다. 김서경 작가는 “어느 나라가 상징물 철거로 협상을 하느냐”며 “국민으로서 무시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국제법에 근거한 ‘공관의 안녕’ 등의 이유로 줄곧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설치될 때부터 다양한 외교 경로를 통해 반대해왔다. 한국 정부는 소녀상을 ‘민간 차원의 일’이라고 입장을 밝혀왔으나, 28일 한-일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단체와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김운성 작가는 ‘소녀상 이전’이 일본이 요구하는 끝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 주한일본대사관 건물을 신축 중인데 (2020년) 새롭게 개관하기 전에 소녀상을 없애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할머니들도 많이 돌아가셨는데 소녀상이라는 상징물이 없어지면 같은 이유로 수요집회도 금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소녀상은 한국 정부도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가가 정상적이었으면 국민들이 그런 피해를 받았겠느냐”며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 문제를 (적절히 해결한다고 하면서) 마치 피해자들을 설득해서 뭘 할 수 있겠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