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성경구절뽑기 유감

moonbeam 2016. 1. 4. 10:38

 

번잡한 곳을 피해서 파주의 작은 개척교회에 가서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여기도 예외없이 성경 뽑기를 한다. 거부감...
어릴 때 길을 가다 본 새점이 떠오른다.
나무로 얽은 새장 안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총총 뛰어 종이 하나를 뽑아내는

오래 된 기억...
제비뽑기, 로또추첨 같은 부정적 이미지...

 

언제부턴가 송구영신예배 때 성경구절 뽑기는 많은 교회에서 행하는 것 같은데...
어떤 이는 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도도 하니(물론 나무랄 것은 아니지만 싫기는 싫다. 그러다 보니 기도를 하지 않거나 기도 시간이 짧으면 믿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ㅎㅎㅎ) 시간은 무한정 늘어나고...

 

방법을 좀 바꾸면 어떨까.

1. 목회자가 각 개인과 가정을 생각하며 온몸과 마음을 바쳐 기도하는 가운데

한 구절 한 구절 선택해서 주는 방법.
눈물로 기도하며 성도들 모두에게 알맞은 성경 구절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겠지만
목자가 양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면 더 은혜로울 것인데...
그렇게 하면 목회자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일까.
목사 입장에서는 만약 교인이 그 말씀을 싫어 하거나 거부해서 생기는 부작용을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앞서 생각한다면 이미 목회자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교인들에게 성경 말씀을 직접 뽑게 하는 것은 거부감과 관련해서 목회자 스스로가 책임 회피를 합리화하고 한 발 물러서는 비겁한 일이 아닐까.

2. 혼자 감당하기에 인원이 너무 많으면
(부목사나 장로에게 맡기는 것을 꺼리는 목사와 교인도 있겠지만)
권역별로 부목사에게 맡겨도 되고 장로에게 맡기는 방법.
내가 뽑는 것보다 부목사나 신앙의 선배인 장로들이 말씀을 주는 것도 괜찮을 텐데...
이 것도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있어서 거부감이 생기려나?
하긴 이름만 장로지 그릇이 안 되는 이들이 종종 보이니...ㅉㅉㅉ

3. 교인들끼리 구역별로, 구역을 바꿔서 아니면 그룹을 지어, 무작위로 짝을 만들어서
성경 구절을 서로 주고받으며 한 해의 덕담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한 해 동안 그 말씀을 실천하기를 서로 권면하고 기도하면서 살아간다면

공동체의 사랑도 차고 넘칠 것이고...

 

물론 우연을 필연이라 믿고 하느님이 주셨다고 믿으라는데

뭔 말이 많고 불만이냐고 한다면
믿음이 약한 나는 할 말이 없다.

 

뽑기식이 아닌 좀 다른 방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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