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그리고 멋(펌)

강창용 원장 --- 내가 1인 치과를 하는 이유

moonbeam 2016. 1. 8. 07:26

치과에 가기가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신경이 곤두서는 굉음과 통증. 사실 이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고가의 진료비와 이것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고 내는 비용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의구심이 아닐까. 별난 의사 혹은 양심 의사로 불리는 한 치과의사를 만났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일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의사가 치료의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것은 물론 예약, 상담, 심지어 수납까지 혼자서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말이다.

“여기 오는 환자분들 모두 그렇게 말씀하세요. 어떻게 치과를 혼자 운영할 수 있느냐, 힘들지 않냐고요. 왜 안 힘들겠어요. 너무너무 힘들죠. 혼자 일하다 보니 몸도 고되고 어려움도 많고요. 그런데 왜 혼자 고생이냐고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강창용(44) 원장은 다짜고짜 A4 종이 2장을 건네면서 “여기에 그 이유가 다 들어 있다”라고 말했다. 종이에 적힌 글 중에 ‘좋은 치과를 고르는 법’, ‘과잉 진료를 피할 수 있는 방법’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 환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직접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환자들이 이런 내용을 잘 몰라서 답답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의사 혼자서 다 하는 치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그린서울치과를 찾는 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비싼 진료비가 부담스러운 형편이거나, 다른 치과에서 받은 견적이나 치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수소문 끝에 찾아온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강 원장은 여느 치과들과는 달리 금니나 임플란트 등의 치료는 하지 않는다. 비싼 치료비가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 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이나 레진 치료를 권하는 편이다.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 선이면 할 수 있는 치료다. 만일 치아 상태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금니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치료받아야 할 치아가 어떤 것이며 상태가 어떤지 등을 상세히 알려준 뒤 다른 치과를 권한다.

“치과에서 금니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돈이 없다? 그럼 치아가 더 망가지게 방치해둬야 할까요? 비용 부담으로 신경치료까지만 하고 치아에 구멍이 뻥 뚫린 채로 아무것도 덮지 않고 버티는 환자들도 실제로 많이 봤어요. 그때는 금니 말고 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를 받으면 돼요. 돈은 적게 들면서도 충분히 치아를 살릴 수 있는데 많은 환자들이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또 그렇게 치료해주는 치과도 많지 않아 안타깝죠.”

강 원장은 아픈 치아보다 치료비 걱정을 먼저 하는 환자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한번은 어두운 얼굴의 모녀가 지방에서 올라온 적이 있다. 딸이 충치 6개를 신경치료하는 데 총 1백20만원의 견적을 받았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못해 어머니가 시름에 빠진 것이다. 다행히 큰돈 들이지 않고 간단히 치료가 되는 상태였다. 이처럼 보험이 적용되는 저렴한 치료 위주로만 하다 보니 당연히 병원 수익은 낮다. 그는 “그러니 나는 돈을 못 버는 의사일 수밖에 없다”라며 웃었다.

개원 초기에는 직원 3명을 뽑았다. 개원하고 시간이 흐르며 “돈은 적게 들면서 꼼꼼하게 치료해주는 곳”이란 입소문이 퍼졌다. 환자는 점점 늘어났지만 돈 되는 치료를 안 하다 보니 점점 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인원을 줄이다 3년 전 마지막 남은 직원도 내보냈다. 그래서 지금 의사인 그가 혼자서 환자를 맞이하고 치료하고 수납까지 하게 된 것이다.

나 같은 의사도 있어야

강 원장은 어렸을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신문 배달, 중국음식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다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일하면서 검정고시로 치대까지 갔다니 원래 공부 머리가 좋았나 보다고 말을 건네자 손사래를 친다. 그저 ‘이대로 살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 하나만 품고 오기로 입시 공부를 했단다. 졸업 후 인천의료원에서 일하며 그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

“값비싼 치료를 하는 치과는 많잖아요. 어떤 환자들은 비싼 치료를 선호할 수도 있겠죠. 물론 그건 환자의 자유이고, 또 존중해요. 하지만 다른 환자들도 분명 있거든요. 저렴하게 치료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형편에 맞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못 찾아서 치아를 방치한다? 치과의사로서 참 가슴 아픈 얘기죠. 그럼 나라도 그런 환자들이 올 수 있는 치과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환자들 이야기가 나오니 그가 울컥한다. 그동안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하면서 무척 답답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고. 특히 필요하지도 않은 치료를 꼭 해야 한다고 하면서 큰돈을 내게 하는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른바 과잉 진료 말이다.

“어떤 환자가 이가 시려서 강남의 치과를 갔다가 4백만원 견적을 받았대요. 두 군데나 갔는데 같은 얘기를 하기에 놀라서 물어물어 저를 찾아왔더라고요. 아말감으로 때운 치아가 10개 있었는데, 그 밑이 다 심하게 썩어서 금니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 거예요.”

환자의 치아를 들여다본 순간 강 원장은 말문이 막혔다. 충치 소견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10개의 아말감을 모두 뜯어냈다. 훤히 드러난 치아 속이 깨끗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환자는 입이 떡 벌어졌다. 4백만원의 비용과 시간을 아끼게 된 환자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돌아갔다.

“육안으로 봐도 그 환자의 치아는 멀쩡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치아 방사선 사진을 보여주면서 충치가 있다고 말했다니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만약 1, 2개 정도였다면 모를까, 10개 모두 그렇게 진단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죠. 의도적으로 속인 거예요. 그런데 요즘 이와 비슷한 경우의 환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예요.”

강 원장은 두꺼운 책 한 권을 가져와 치아 방사선 사진이 실린 페이지를 펼쳤다. 치아 부분은 하얗게, 치아와 치아가 맞물리는 면은 약간 회색빛을 띠었다. 회색 부분을 가리키며 “이 부분이 충치가 생긴 것이다”라고 설명했고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강 원장이 “지금 저한테 속으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그 챕터의 제목을 가리켰다. ‘착시!’.

“방사선 사진을 판독할 때 착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보여드린 거예요. 이건 치과대학에서 다 배우는 내용이에요. 사진상 흰 부분과 검은 부분이 만나면 경계 부분이 회색처럼 그림자 져서 보이니 판독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죠. 이렇게 보면 경계 부분에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걸 충치라고 설명해서 신경치료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곤 금니 하라고 하는 거죠.”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피해 환자들

한 청년은 다니던 치과에서 2년 전 3백만원 가까이 들여 대부분의 치아를 치료받았는데, 최근 이가 시려서 찾았더니 충치가 다시 생겼다면서 1백90만원의 견적을 내더라고 했다. 다음 말은 더 기가 막혔다. 병원 코디네이터가 해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의심을 품은 청년이 강 원장을 찾아온 것이었다. 치아를 보니 레진(치아와 색이 비슷한 치과용 수복 재료)을 너무 좁고 얇게 시술해놓았더란다. 금방 깨질 수밖에 없도록 해놓은 것이다. 1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치료받은 치아 모두 그런 상태여서 고의성이 확실히 느껴졌다. 꼼꼼히 살펴보니 일단 금이 간 레진은 1개밖에 없었다. 청년이 낸 치료비는 총 5만원. 강 원장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MBC-TV ‘불만제로’에 방사선 사진을 이용해 과잉 진료를 하는 일부 치과들의 행태를 전했고, 지난 4월 ‘없는 충치도 만들어 드려요-치과 진료 사기’ 편이 방송됐다.

“방송 직후에 환자는 조금 늘었는데, 욕은 진짜 많이 먹었어요(웃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니 어쩌겠어요.”

요즘 병원은 점점 상업화, 대형화되는 추세다. 그야말로 무한 경쟁시대이다 보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문득 그의 팔목에 붙어 있는 닳고 닳은 손목보호대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서 하루에 평균 13시간씩 일하니 손목이 다 망가진 것 같다 했다. 또한 환자가 치료 과정에 의문을 표시하면 다 뜯어서 직접 보여줄 만큼 ‘끝장을 보는’ 성격 때문에 한 환자를 보는 시간이 긴 탓이기도 하다.

“저만 특별히 양심 있는 의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것보다는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야 환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주변에선 힘들면 여기 접고 다른 치과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렇게는 못해요. 저도 다른 치과로 가서 월급 받고 일하면 지금처럼 제 소신대로 치료하기 어려울지도 모르니까요. 여기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고 그담엔 치과의사 그만둘 거예요.”

강 원장은 인터뷰 내내 ‘버틴다’라는 말을 유난히 많이 했다. 무척 지쳐 보였다. 그는 자신이 환자들로부터 ‘양심치과’라는 소리를 듣는 게 세상에서 제일 슬픈 얘기가 아니겠냐고 했다. 정직하게 치료하는, 당연한 일이 기삿거리가 되는 세상인 것 같다고도 했다. 인터뷰 말미, 강 원장은 기자에게 재차 당부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우리 치과를 알리고 싶어서도 아니고, 제가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어서도 아니다”라며 “처음에 건넨 종이 2장에 쓰인 내용, 그게 제가 말하고 싶은 전부다”라고. 그는 의사 개인의 양심이나 윤리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 스스로 더 똑똑해져야 의료 환경도 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Tip ‘양심치과’ 강창용 원장이 직접 밝힌

과잉 진료 수법 피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1 진단을 받을 때는 세 군데 이상의 치과를 방문해 반드시 검진만 하러 왔다고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한다.

2 충치가 있는 치아의 위치, 치료 방법 등을 알려달라고 하거나 수첩에 메모한다.

3 ②의 과정에서 각각의 병원마다 충치 개수나 치료 방법이 다르다면 다시 검진한다. 대학 병원이나 믿을 만한 지인의 소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양심적이라고 평가받는 치과에서 검진받고 비교해 진료를 결정한다.

4 치료비가 많이 나왔다면 치아에 맞는 보험치료를 알아보거나, 치료가 급한 치아부터 치료를 요구한다. 치과의사에게 여러 부분으로 나눠 시기를 달리한 치료 계획을 부탁하면 진료비 부담을 덜고 과잉 진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5 치과 선택시 단순히 환자가 많은 병원이라거나 진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많다는 것은 과잉 진료를 통해 환자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진료비가 저렴한 것은 미끼 상품일 수도 있다. 환자를 유인해 박리다매 혹은 위임 진료(치료를 간호사나 기공사가 하는)하는 치과일 수 있으니 그런 치과에 갔다면 검진은 받되 치료 시작은 다른 치과와 비교 후 신중히 결정한다.

6 치과의사가 다 똑같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무한 경쟁 속에서 환자를 영리 목적으로만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치과에 갔는데 마치 물건을 파는 백화점이나 시장에 온 느낌이 든다면 과감히 그 치과를 나오는 편이 나을 것이다.

7 좋은 치과는 치과 실장이나 코디네이터가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 당일에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는 등의 핑계로 당일 치료를 강권하지 않는다.

8 2, 3년에 1회는 정기적으로 치과 진료를 받는데도 갑자기 6개 이상의 충치가 있다고 한다면 과잉 진료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9 방사선 사진 촬영 후 기존의 모든 수복물(크라운, 인레이 등) 밑에 충치가 있다고 단정 짓는 병원은 위험하다. 사실 크라운 등은 뜯어봐야 정확한 충치 유무를 알 수 있다.

10 임플란트, 교정 등이 저렴하다는 광고를 보고 환자가 찾아가면 검사해보니 충치가 많다고 진단, 과잉 진료를 해 비싼 진료비가 나오도록 유인하는 병원은 주의한다.

11 치아가 시려서 치과에 갔다가 충치가 많다고 해서 과잉 진료를 당하는 환자가 많다. 치아가 시리거나 아프다고 해서 모두 충치인 것은 아니다. 심한 양치질 때문에 치아 뿌리가 파였거나, 산도가 낮은 귤과 오렌지류, 콜라, 이온음료 혹은 뜨거운 음식 섭취시에도 시릴 수 있다. 잇몸 관리 부족, 스트레스 등 치아는 다양한 이유로 아플 수 있다. 시리면 무조건 치아가 썩었을 것이라는 오해만 버려도 과잉 진료를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2 환자가 많은 치과, 중심 상권의 대형 치과, 지인의 소개로 간 치과는 믿을 만하며, 과잉 진료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조건 믿지 말라. 위의 사항들을 적용해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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